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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서플라이 창업자 데릭 리도 美 프린스턴大 교수
어떻게든 목표 이루겠다는 이기심, 직원을 성공으로 이끄는 이타심, 이 둘을 모두 가져야 훌륭한 리더

#1.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였던 윌리엄 쇼클리 박사는 탁월한 발명가였다. 그가 발명한 트랜지스터는 전자산업의 토대가 됐다. 쇼클리는 트랜지스터라는 탁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벨연구소를 뛰쳐나와 창업을 했다. 자신의 명성을 활용해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채용했다.

#2. 타코는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 중 하나다. 서서 먹기에도 편하고 테이크아웃으로 가져가기에도 좋다. 값은 매우 저렴하다. 이 때문에 정식 레스토랑에서보다는 `스탠드` 방식의 간이 매장에서 많이 팔린다. 이런 매장이 미국에만 수십만 곳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스티브 엘스 역시 `타코 스탠드`라는 평범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다. 동네에 카페를 오픈하는 것만큼이나 평범한 아이디어였다.

쇼클리와 엘스 중 어느 쪽이 창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았을까. 두 사람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다면 쇼클리라고 대답할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쇼클리는 혁신적인 발명을 갖고 창업을 했지만, 엘스는 아무 특별함이 없는 `타코`라는 멕시칸 음식을 아이템으로 창업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쇼클리는 창업에 처참하게 실패하고 명성도 잃었다. 하지만 엘스는 타코 스탠드라는 평범한 아이디어를 잘 발전시켜 `치폴레(Chipotle)`라는 세계적인 멕시칸 푸드 체인을 키워냈다.

쇼클리는 아이디어는 뛰어났지만 직원들에게 질책만 하기 일쑤였다. 실험이나 프로토타입 개발에 실패하면 `멍청하다`며 인신공격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든 성과가 나의 노력과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자랑했다. 반면 엘스는 타코라는 아주 평범한 아이템으로 시작했지만, 매우 유연하게 시장에 접근했다. 흘리지 않고 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멕시코 음식은 타코보다는 부리토라는 생각에 주품목을 부리토로 바꿨다.

엘스는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까지도 고객과 공유했다. 고객들이 주문한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재료도 고객이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스탠드형 음식점으로는 대단한 파격이었다. 덕분에 고객들은 스탠드 음식은 지저분하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고 즐겁게 식사할 수 있었다.

엘스는 주방 직원들과도 현안을 항상 충분히 상의했다. 직원 교육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직원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즐겁게 제공한다`는 동기 부여가 됐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iSuppli)의 창업자인 데릭 리도(Derek Lidow) 프린스턴대 교수는 창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말했다. 아이디어가 뛰어난 쇼클리는 망했고, 아이디어가 평범했던 엘스는 대성공을 거뒀다는 게 증거다.

리도 교수는 최근 `스타트업 리더십 : 영리한 창업자들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실제 기업의 성공으로 연결시키나`(Startup Leadership: How Savvy Entrepreneurs Turn Their Ideas Into Successful Enterprises)`라는 책을 펴내고 아이디어 자체보다는 `창업자 리더십`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에서 "처음엔 아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능력 있는 사람들이 창업에 실패하고,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평범한 아이디어로 대박을 치는 것이 나에겐 미스터리였다"면서 "그러나 나 스스로 창업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창업을 지켜보면서, 아이디어를 훌륭한 창업자 리더십과 연결시키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아이서플라이를 창업한 후 돌연 프린스턴대 교수로 전향해 `창업자 리더십`을 가르치고, 책도 썼다. 왜인가.

▶아이서플라이 창업은 우리 집이 있던 로스앤젤레스의 해변가를 조깅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다. 그 아이디어가 창업의 도화선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는 수없이 변경됐고, 진짜 하나의 사업이 되기까지는 엄청난 과정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하며 창업자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디어를 아이디어로만 머물게 하지 않고, 한 사람의 `천재`에 기대지 않고도 지속가능하며 영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바로 창업자 리더십이다. 내가 아이서플라이를 IHS에 1억달러에 매각한 것도 창업자 리더십에 따른 결정이었다. IHS는 내가 만든 기업과 이 회사의 직원들이 더욱 영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후 나는 프린스턴대의 요청에 따라 아이디어를 키워 기업을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제에 대한 마땅한 교재가 없었다. 그래서 책을 쓰게 됐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스스로 서서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리더십인 `창업자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말에 동감이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좋으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지 않나.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나는 아이디어와 창업의 성공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No Correlation)고까지 주장한다. 물론 좋은 아이디어, 참신한 아이디어를 좋은 리더십과 결합하면 당연히 성공하겠지만, 그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다. 사람들은 `창업=아이디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 아이디어를 얻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만 하면 자연스럽게 굴러가고 힘든 과정을 겪기는 하겠지만, 경험을 통해 배워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사람들이 창업을 쉽게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엔 반짝 잘되던 기업도 곧바로 추락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기엔 성공해도, 나중에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망하는 경우도 결국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는 건가.

▶그렇다. 창업 역시 사람의 일이다. 창업자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기업을 성공시키는 것이지, 아이디어가 기업을 성공시키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아이디어보다는 이 같은 리더십을 꾸준히 발휘하는 것이 훨씬 더 고차원적이며 보다 큰 헌신을 필요로 한다.

창업 초기엔 아이디어만 있어도 모든 게 잘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그 아이디어에 사람들도 일부 모일 것이다. 그러면 마치 성공했다는 느낌도 들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점점 커지면, 단순히 아이디어를 통해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차원을 벗어나 여러 가지 대외적 요소, 인적 관리에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때는 아이디어가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이 문제가 된다.



-실제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 준다면.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윌리엄 쇼클리는 아이디어와 기술만 갖고 있고, 리더십이 없어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IBM과 애플보다 먼저 휴대용 컴퓨터를 발명해 놓고도 리더십 부재로 실패한 애덤 오즈번도 그런 경우다. 오즈번이 휴대용 컴퓨터를 시장에 내놓은 것은 1981년이었다.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있고, 이코노미석 좌석 아래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크기였다. 게다가 가격은 당시 일반적인 가정용 컴퓨터와 비슷할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그러나 오즈번은 제품 혁신엔 성공했지만 기업운영에 대해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팀만 중시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프로세스팀(제품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팀)의 육성과 두 팀 사이의 균형 잡기에는 처참할 정도로 실패했다. 제품은 좋았지만 밀려드는 공급량을 감당하지 못했고, 그 결과 제품 불량률이 너무나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고객들은 오즈번의 컴퓨터를 외면했다. 그 결과 회사는 엄청난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1983년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오즈번의 사례에서 언급한 프로젝트팀과 프로세스팀의 균형 잡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처음 창업을 한 리더가 회사를 안정되고 지속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중요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프로젝트` 중심의 인력과 `프로세스` 중심의 인력 사이의 `역학관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일단 갓 사업을 시작한 기업은 프로젝트에 몰입한다.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역동적일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마다 목표도 다르고, 팀마다 일처리 방식도 다르며,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생기업들은 프로젝트 방식으로 일을 많이 하고, 임직원도 이 방식을 선호한다. 오즈번은 프로젝트에 매진한 것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현실화하는 것, 이는 모두 프로젝트팀의 역할이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면 프로젝트만으로는 안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프로세스란, 어떤 과제가 주어져도 바뀌지 않고 반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원칙과 같은 것이다. 이는 기업의 비용절감, 경쟁사 대비 경쟁력 확보,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상승 등을 위해 필요하다.

이 프로세스가 바로 창업자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두 번째 대목이다. 프로세스를 만들고 실행하는 것은 매우 지루하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려면 반드시 프로세스 인력을 두고, 제대로 대우해야 하며, 이들을 회사를 받치는 기초로 삼아야 한다. 프로젝트와 프로세스 인력 간의 조화, 그리고 이들 간의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는 점을 창업자와 리더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창업자 리더십을 위한 핵심만 추려서 설명한다면.

▶창업자 리더십의 5단계를 기억하면 된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명확한 인식(self-awareness)을 하고, 주변과의 관계형성(relationship building)에 힘쓴 후 타인에게 동기를 부여(motivating others)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처음 아이디어에서 더 나아가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야(leading change) 하고, 최종적으로는 기업이 어떻게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understanding how enterprises grow and mature)를 해야 한다. 이 5가지를 만족시키면 `스스로 설 수 있는 기업`으로서 안정적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프로세스와 프로젝트의 균형 잡기는 이 5단계 전반에 모두 걸쳐 있다.



-창업자 리더십을 위해선 극단적으로 이기적이면서도, 극단적으로 이타적이어야 한다는 모순된 주장도 폈는데.

▶창업자는 자신이 가진 목표 실현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 세상에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어쩔 수 없다. 내가 말하는 이기심은 스스로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목표만을 향해 매진하고 헌신하라는 의미다.

이런 `이기적 행동`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해 나의 미션 수행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이타적인 것이 뭔지 궁금할 것이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임직원에 대한 태도를 뜻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성공하게 하는 리더에게 헌신하게 돼 있다. 이들에게 충분한 동기를 부여하면서, 이들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는 이타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균형을 잡지 못한다면 창업에 성공하기란 매우 어렵다.



-창업자 리더십의 최종 목표는 회사를 스스로 설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키워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가장 높은 차원이자, 최종적인 목표다. 어느 한 사람의 천재성에 기대지 않고도 혁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 고객을 잃지 않는 것, 이윤을 내는 것 등이 모든 창업기업의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 창업자 리더십이 아이디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유다.

■ "美 MBA 창업과정 문제 많아"

데릭 리도 프린스턴대 교수는 창업가에서 교수로 변신해 대학에서 `창업자 리더십(Entrepreneurial Leadership)`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기업인에서 학자로 변신한 이유를 들어봤다.

-창업한 기업에서 나와 강단에 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이유는.

▶일단 내가 창업한 기업을 매각한 후 내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했다. 현존하는 경영대학원의 창업 관련 수업에 대한 불만도 이유가 됐다.

-어떤 점이 불만이었나.

▶대부분 MBA 과정에서 창업을 가르칠 때 그 대상인 학생들은 아직 창업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충분한 자원과 자산을 갖고 있고, 조직도 어느 정도 구비돼 있다는 전제를 깔아버린다. 하지만 창업의 현실은 다르다. MBA 과정에서 배운 뒤에 창업에 뛰어들면 사람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이다. 나는 학생들이 창업에 대해 아예 백지상태라는 전제에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백지상태에서 가장 첫 번째로 쌓아올릴 스킬은 창업자 리더십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낸 성과 중 모범사례로 꼽을 만한 것이 있다면.

▶아프리카 케냐에서 DUMA라는 업체를 창업한 두 학생의 경우가 아주 좋은 사례다. 이들은 아프리카 출신이 아닌데도 케냐라는 낯선 곳에서 창업을 했다.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케냐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것이다. 아프리카 상황에 맞춰 단문 문자메시지(SMS)를 활용하는 간단하고 저렴한 방식을 택했다.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 원하는 일자리 등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앱은 이 사람을 채용하길 원하는 기업과 연결시켜 결과를 구직자에게 문자로 알려준다. 대단한 기술은 없지만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열정까지 불어넣을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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