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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7 09:58

놀러와 400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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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가 400회를 맞는다. 첫회부터 지금까지 ‘놀러와’를 지켜온 유재석, 김원희와 옛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2004년 3월, 파일럿(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기 전에 시청자의 반응을 보기 위해 시험 삼아 만드는 프로그램) 녹화를 할 때만 해도 ‘놀러와’가 이렇게 장수하리라곤 담당 PD인 나도 예상치 못했다. ‘놀러와’ 400회의 역사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장수 프로그램이 되기 위한 몇 가지 비결을 뽑아봤다.

우선 프로그램의 주인이 확실해야 한다. 시청자들은 제목보다는 누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인가로 기억한다. 전국노래자랑에는 송해씨가 있고 무릎팍도사에는 강호동이 있다. 최고의 MC들을 모아놔도 대장이 분명치 않으면 프로그램은 산으로 간다. 집단 MC체제이지만 ‘남자의 자격’은 이경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확실한 주인이 있어야 그를 구심점으로 하여 프로그램이 정리된다. ‘놀러와’의 롱런 뒤에는 유재석·김원희라는 환상 콤비가 있었다. 동갑내기 두 MC는 주거니 받거니 북 치고 장구 치고 식의 만담개그를 펼치며 프로그램의 주인 역할을 확실히 수행했다.

장수 프로그램의 두 번째 비결은 스타를 만들어 내는 길이다. 대중은 항상 새로운 스타에 목말라 있다. 처음엔 다소 어설프더라도 일단 될성부른 떡잎을 발견하고 프로그램에서 밀어주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입소문이 돌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놀러와’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떡잎을 찾는 일에 몰두했는데 우연히 케이블TV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던 노홍철을 소개받았다. 그를 처음 본 순간 ‘already but not yet!(이미 하지만 아직!)’의 느낌을 받았다. 그는 이미 스타의 내공을 갖췄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바로 녹화에 투입했다. 하지만 첫 녹화는 참담했다. 던지는 말마다 생뚱맞기만 했고 특유의 오버액션은 거부감만 들었다. ‘산만함’의 캐릭터는 그냥 산만할 뿐이었다. 부조정실에 있던 내 등에 식은땀이 쭉 흘렀다. 녹화 후 노홍철을 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작가들과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결론은 한 달만 더 기회를 줘보자는 것. 그리고 딱 한 달이 되던 날, 녹화장에서 김원희가 외쳤다. ‘오늘 노홍철 입 터졌네!’ 스타 탄생의 순간이었다. 일단 노홍철의 입이 터지자 그 폭발력은 대단했다.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그의 정신없음과 절대긍정의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었다. 녹화장에서 느껴지는 노홍철의 인기는 유재석·김원희를 능가할 정도였다. ‘놀러와’를 통해 노홍철이 컸고 노홍철을 통해 ‘놀러와’가 장수했다.

스타를 만들 때 아예 생짜배기 신인을 발굴하는 방법 외에도 옛날 스타를 재발견하는 길도 있다. ‘세시봉’은 후자에 속한다. 2010년 추석 특집으로 현재 ‘놀러와’ 연출을 맡고 있는 신정수 PD가 케케묵은 세시봉 가수들을 끄집어냈다. 송창식·윤형주·조영남·김세환의 세시봉 친구들이 들려주는 감미로운 통기타 선율은 기성세대에겐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젊은 세대에겐 ‘엄마 아빠 때의 음악도 이렇게 좋을 수 있구나’란 충격을 주었다. 음악의 힘에 더해 이들에겐 한때 한국 대중문화를 풍미했던 세시봉의 이야기가 있었다. 사랑과 우정의 에피소드들이 화수분과 같이 끝없이 솟아나오면서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놀러와’ 장수의 세 번째 비결은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뚜렷한 대박 코너가 없었다는 점이다. 일단 코너가 화제가 되면 자가발전이 되면서 시청률이 오르고 A급 게스트들이 제 발로 걸어온다. 코너가 뜨면서 선순환이 시작된 거다. 주간 시청률 1, 2위를 다투면서 전성기를 맞는다. 하지만 대박 행진에도 끝은 있다. 그리고 일단 내리막이 시작되면 과거의 영화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초라해 보인다. 산이 높을수록 골도 깊은 법이니까. ‘놀러와’는 골골팔십으로 지금껏 버텨왔다. 중간중간 반짝 빛을 발할 때도 있었지만 올라갈 듯하다가 떨어지고 떨어지는 듯하다가 올라가면서 약한 체력으로 근근이 지내왔다. 그래도 방송국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유재석·김원희 이름 덕분인지 광고는 완판됐고 시청률도 기본은 해왔으니까.

자기 브랜드를 가진 PD는 행복하다. 그런 의미에서 ‘놀러와’를 만들었다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 나는 행복한 PD이다. ‘놀러와’ 400회를 맞아 오늘이 있기까지 힘써 주신 좋은 연기자, 좋은 작가, 좋은 후배 PD들, 그리고 시청자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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