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트라이애슬론 대회 훑어보기 2

트라이애슬론 대회 훑어보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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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글 사이로 흐르는 땀이 바람에 뚝뚝 떨어져 나간다. 보통 40km/h가 넘는 스피드로 질주한다. 싸이클은 가장 과학적인 종목이기도 하다. 트라이애슬런을 저항과의 싸움이라고 하는데 그 중 싸이클에서 공기저항은 위험한 곡예까지도 필요로 한다.

드래프팅(drafting)을 하기 위해 앞 선수의 뒷바퀴에 앞바퀴를 바짝 가져다 댄다. 그 거리는 10cm남짓이다. 거리가 벌어지며 효과가 떨어지기에 가까이 붙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상황과 속도 변화로 앞선수의 뒷바퀴에 내 앞바퀴가 부딪히기라도 한다면 싸이클과 나는 도로에 내동댕이 쳐질것이다. 40km/h라는 속도가 얼마 안될 것 같지만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질주할 때 느끼는 속도감은 짜릿함을 넘어선다. 그래서 대회 때 헬멧착용은 필수조건이다.

앞 선수와 신호를 주고받아 몇 킬로씩 그 선수를 끌어주기도 하고 그 선수가 나를 끌어주기도 한다. 트라이애슬런에서도 다른 이들은 경쟁상대이자 동반자이다. 함께 땀흘리며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있다는 공통분모 속에서 보이지 않는 끈끈한 정을 다른 선수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그래서 동호인들 뿐 아니라 모든 참가 선수들에게 대회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축제로써 받아들여진다.


5. 조금씩 고통은 쓰며들고

싸이클 코스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들어간다. 가장 거리가 길고 시간도 많이 걸려 선수들의 체력을 저하시킨다. 이때 얼마만큼 체력이 비축되어 있느냐가 마라톤에서 순위를 결정한다. 크랭크의 돌아감이 눈에 띄게 늦어졌다. 목표한 시간내에 싸이클을 마칠 수 없을 것 같다. 연습량이 부족했던 것일까? 종아리 뒷부분이 조금 당기기까지 했다.

새벽공기와는 반대로 찌는 듯한 더위에 어깨는 이미 타버렸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도로는 신기루까지 만들어낸다. 점점 근육에서 느끼는 고통은 커져만 간다. 고통을 줄이는 방법은 오직 속도를 줄이는 방법뿐인데 그건 엄청난 유혹이다. 후반부터는 속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땀은 비오듯 흘러내려 바람에 날려간다. 바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정신을 집중하며 고통을 잊어보려 노력한다.

마지막 싸이클 코스를 들어오며 싸이클 화를 미리 벗어둔다. 몇킬로 전부터 싸이클에서 내리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연습해둔다. 옆 선수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계속되고 나 자신과의 경쟁도 계속된다. 바꿈터에 도착하자마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로 양말과 런닝화를 신고 뛰어나간다. 거리에 나와 응원해주는 이들의 박수소리와 외침이 정말 큰 힘이 된다.


6. 결승선을 향하여

근전환 훈련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것이 아쉬웠다. 마라톤 초반 1~2km동안은 주법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자전거를 오래타고 땅에 내려 달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터벅터벅거리며 땅을 딛는 발의 느낌이 매우 이상하다.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 대회전에 미리 근전환 훈련을 해주어야 한다.

트라이애슬런은 결국 마라톤이다. 수영과 싸이클에서 근력과 에너지를 얼마나 적절하게 배분하여 마라톤에서 최상의 조건으로 임하느냐가 관건이다. 기록차이에 있어서도 수영과 싸이클에 비해 마라톤에서 가장 크다. 또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지쳐있고 고통을 느끼는 때도 이때이다.

공부나 다른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도 “집중”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운동에 있어서도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집중은 기가 존재한다면 그 기를 한곳에 모아 신체로 하여금 이성의 통제를 벗어나 견딜 수 있는 최고의 힘과 지구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마라톤을 할 때 이 집중력이 제법 필요한데 이때는 옆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의 목소리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을 뿐 아니라 옆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마라톤 코스에서 만큼은 나의 이름을 불러주며 열심히 응원해주는 이들에게 쉽게 웃어주거나 손을 흔들어 주지 못한다.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보다 더 좋은 기록과 성적으로 그들에게 답하는 것도 좋은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라이애슬런에 있어서 등수는 전부가 아니다.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는 그 첫 번째 선수부터 마지막 선수까지 모두 우승자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는 장애인들부터 체중이 100킬로가 넘는 여성까지 참가하여 연출되지 않은 드라마를 보여주고 또 그 장면을 보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한마음이 되어 응원을 한다.

이렇게 마라톤 코스를 고통스럽게 달리고 있지만 가슴 한쪽에서는 이런 멋진 트라이애슬런을 내가 하고 있으며 이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기쁨이 창조되는 순간을 누릴 수 있음이 너무나 행복하다. 땀흘린 자만이 기쁨을 누릴 수 있다라는 말을 땀 흘려본 자만이 알 수 있듯 새로운 기쁨이 창조된다는 그 순간은 해보지 않고서는 경험하기 힘들다.

달리면서 이렇게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마지막 피니쉬 라인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린다. 격렬하게 뛰고 있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내가 살아있음을 깨닫고, 디딜때마다 움직이는 다리 근육을 보며 내가 전진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거친 나의 숨소리를 들으며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나에게 심어준다. 이쯤되면 등수와 기록은 이미 나의 관심밖으로 멀어져있다. 이제는 내 앞에 스스로 만든 한계들을 깨뜨려 나가는 그 새로운 기쁨에 중독되어 세상과 철저히 격리된 그 시간들의 마지막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7.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드디어 눈앞에 피니쉬 라인이 보인다. 근육 하나하나마다 남겨진 마지막 힘까지 꺼내어 피니쉬라인을 향해 몸을 던진다. 팡파레 소리가 들려오고 피니쉬 테잎을 가슴에 감는 순간 알 수 없는 묘한 세상으로부터 빠져나와 다시 ‘이 세상’으로 들어와버린다. 그러나 막 깨어버린 잠에서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 힘든 코스를 달리며 깊숙하게 있던 나 자신과 끊임없이 나누었던 대화들을 잊지못하며 그때의 감동과 흥분에 취해 쓰러지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축하해주며 물도 뿌려주고 박수도 쳐준다. 그들 또한 몇시간을 서서 힘들게 응원해주었지만 그들도 알 수 없는 세상을 뛰어 다니는 이들을 응원하며 무엇인가 느끼고, 그들을 통해 투영된 세상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도 이 세상에 함께 동참하리라 믿는다.

너무나 피곤해 한쪽 공간에 뻗어 버린다. 뙤약볕 아래 태울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다 태워버렸고 수영복과 고글 그리고 런닝셔츠 부분만 남았다. 오늘을 위해 짧게는 며칠전부터 길게는 일년전부터 준비해왔던 시간들… 그 시간들을 잠깐씩 쓰쳐보내며 미소를 지어본다. 이제는 그 힘들고 긴 코스를 매듭짓고 들어올 선수들을 환영해주기 위해 피니쉬 라인곁에 선다. 박수와 환호로 응원하며 대회의 마무리를 지어나간다.

“힘 내세요. 화이팅!!!”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또 하나의 대회를 멋지게 마무리 했다라는 뿌듯함에 기쁘기도 하고 좀 더 잘할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이런 매력적인 트라이애슬런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8. 인생이라는 또다른 경주에서

젋은 시기에 다른 학생들처럼 대학생활을 보낼 수도 있었을텐데 이런 소중한 기회를 통해 나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고 잊지못할 추억들도 하나씩 만들어갈 수 있음이 너무나 기쁘다. 마치 작은 보석 하나하나를 손에 쥐고 가듯 앞으로의 내 삶에 있어서 이런 체험들은 귀하게 남겨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내 앞에 펼쳐질 인생이라는 길고도 험한 코스를 지혜롭게 그리고 자신있게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마지막 결승점에서 완주 메달을 걸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런 완주가 혼자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나를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음을 잊지 않는다. 멋진 트라이애슬런의 매력에 흠뻑빠져 오늘도 다음 대회를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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