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이 악물고 달리다보니 암 극복됐어요"

“이 악물고 달리다보니 암 극복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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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철인클럽’ 암투병 3인방 주석완·정성남·이경수씨
주석완씨… 트라이애슬론서 가장 힘든’철인코스’ 완주 기록세워
정성남씨… 60대 참가자중 3위 기록 “의사가 회복속도에 놀라”
이경수씨… 달리는 도중 번번이 쓰러져 “꼭 성공할 것으로 믿어”

“더 밟아! 더!”

지난 17일 오전 고양시 고양호수공원. 휴일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몸에 척 달라붙은 사이클 운동복을 입은 남자 3명이 경주라도 하듯 자전거를 내달렸다. 이들은 트라이애슬론(Triathlon) 동호회인 ‘일산철인클럽’의 암 투병 3인방 주석완(46), 정성남(64), 이경수(49)씨다. 한때 암 선고를 받고 힘겹게 투병했던 이들이 오는 31일 경북 울진군에서 열리는 대회를 목표로 훈련 중이다. ‘철인3종’이라고 불리는 트라이애슬론은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을 차례로 뛰는 경기다.

일산철인클럽의 암 투병 3인방인 정성남(왼쪽부터), 주석완, 이경수씨가 단풍으로 물든 고양호수공원을 나란히 달리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주석완씨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생겨”

은행원인 주석완씨는 2006년 3월 직장암 말기 진단을 받아 국립암센터에서 두 차례 수술했다. 은행 영업 일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와 하루 소주 10병씩 마시던 음주 습관이 문제였다. 6개월 동안 36번의 방사선 치료가 이어지면서 키 176㎝에 90㎏가 넘던 몸무게도 60㎏으로 줄었다. ‘남은 인생 봉사라도 하자’며 장기 기증에도 서명했던 주씨는 항암치료 도중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2000년 살을 빼기 위해 철인클럽에 가입했던 그는 이번에는 살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해 7월 강원도 철원군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해 폭우 속에서 완주에 성공했다. 수영 2㎞와 사이클 90㎞, 마라톤 21㎞를 뛰는 하프(half) 코스였다. 가족들이 모두 말렸지만 ‘이것도 못하면 병이 완치되더라도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며 이를 악 물고 달렸다.

그는 1년간의 휴직을 마치고 직장에도 복귀했다. 주씨는 “수술 이후 하루하루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지난달에는 전남 영암에서 열린 대회에서 ‘철인(ironman) 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철인코스를 완주하기는 수술 이후 처음이었다. 킹(king) 코스라고도 불리는 철인코스는 수영 3.9㎞와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를 뛰는 트라이애슬론에서도 가장 힘든 코스다. 그는 “힘든 투병 생활을 거치면서 오히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했다.

정성남씨 “하고 싶은 것 몰두하는게 큰 도움”

클럽 회원 중 최고령인 정성남씨는 사이클 헬멧을 쓰면 나이를 분간하기 어렵다. 2006년 직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수술한 정씨는 지난 3일 강원도 인제군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해 수영 1.5㎞와 사이클 40㎞, 마라톤 10㎞를 완주했다. 이 대회에서 그는 60대 참가자 중 3위를 차지했다. 정씨는 “주치의가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놀라요. 암 극복 수기를 써달라는 제의도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수영 대표인 정원경(32)씨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정씨는 피아노 운반, 택시 운전, 의류 도매상 등을 하면서 딸을 국가대표 선수로 키웠다. 10여년 동안 딸을 뒷바라지했던 정씨는 2003년 뒤늦게 마라톤에 입문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친 가슴과 허리 등의 치료를 위해서였다. 정씨는 “아프다고 누워 있기 보다 운동으로 병을 고쳐보자는 생각에 마라톤에 매달렸어요”라고 말했다.

정씨는 풀코스(42.195㎞)에 3번 도전한 끝에 우리 나이로 예순이 되던 2004년 드디어 3시간의 벽을 깼다. 그는 동호인들의 요청으로 마라톤 교실도 열었다. 하지만 마라톤을 가르치면서 그는 오히려 암 선고를 받았다. 잠재해 있던 종양이 운동을 쉬면서 자란 것이다. 정씨는 수술 직후인 2007년 철인클럽에 가입하면서 트라이애슬론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그는 “운동 자체도 좋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몰두하는 게 암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기록을 조금씩 줄여나갈 때마다 내가 살아 있구나 느끼죠”라고 말했다.

이경수씨, 배를 부여안고 쓰러지면서도 도전

고양시 법곶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경수(49)씨는 두 사람과 달리 위암을 선고받았다. 위암 초기였지만 2006년 위의 70%를 잘라냈다. 식습관이 문제였다. 이씨는 “하루에 소주를 10병씩 마신 데다 새벽에 술을 먹고 들어와도 꼭 라면이나 국수를 먹어야 직성이 풀렸어요”라고 말했다.

해병대 출신인 이씨는 2002년부터 스킨스쿠버 다이빙 강사로도 활동해온 타고난 스포츠맨이었다. 2003년에 이미 철인코스를 완주하는 등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암 선고는 그에게 충격이었다. 이씨는 “정밀 검사를 받기 위해 1시간쯤 반듯이 누웠는데 지난 40년이 영화처럼 돌아가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초등학생인 늦둥이 외동딸과 아내가 나타나는 순간 꼭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가 일반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보니 달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이씨는 “아직도 물 한 컵을 한 번에 못마셔요.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어 금방 지치죠”라고 말했다.

수술한 이듬해인 2007년부터 매년 대회에 출전했지만 번번이 달리는 도중 쓰러졌다. 2008년에는 수영과 사이클을 완주한 뒤 10㎞를 달리던 중 배를 부여안고 길 한가운데 주저앉았다. 목이 말라서 한 입 마셨던 콜라 때문에 위가 부풀어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뭐 그냥 달리는 거죠”라며 웃었다. “1년 이상 꾸준히 훈련하면서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면 꼭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 날이 스포츠맨 이경수가 다시 태어나는 날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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