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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빅 이벤트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드디어 막을 올린다. 2011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대회는 27일부터 9월4일까지 대구에서 개최된다. 여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달구벌에는 약 213개국 7000여명(선수·임원 3500명, 기자단 3500명)이 몰려든다. 대회 참가 최종 신청 마감은 15일까지로, 현재까지 참가 신청 규모를 봤을 때 2009년 베를린 대회(202개국·선수단 2101명)보다 많을 전망이다. 지구촌의 건각들은 47개 종목(남자 24개, 여자 23개)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한다.
이번 대회는 2012런던올림픽을 1년 앞두고 열려 런던올림픽의 판도를 점쳐볼 수 있는 기회다. ‘기록제조기’로 불리는 몬도 트랙에서 세계신기록이 얼마나 양산될지도 관심사다. 파란색 몬도 트랙은 반발탄성이 좋아 기록향상에 적합하다. 대회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199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최고의 대회로 치러내겠다는 각오다.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이번 대회의 성공적 개최는 더욱 중요해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은 대거 한국을 방문, 26일 대구에서 IAAF 위원들과 합동 집행위원회를 갖는다. 조직위는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다. 트랙을 몬도 트랙으로 교체한 조직위는 조명, 전광판, 음향시설 등을 모두 교체했다. 뿐만 아니라 2005년부터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매년 개최, 경기진행 및 운영경험을 축적했다.
▲황제의 번개 질주, 미녀새의 도약 ‘이 경기 놓치지 말자’
◇남자 100m, 200m ‘볼트의 번개 질주’=집중 조명을 받는 것은 단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뛰는 남자 100m와 200m다. 2008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볼트는 잇따라 남자 100m, 200m 세계신기록을 작성했고, 두 대회에서 모두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아킬레스건 부상과 허리 부상으로 제 실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8월에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던 볼트는 부상을 모두 털어내고 올해 복귀, 100m와 200m 레이스를 세 차례씩 펼쳤다. 100m에서 볼트의 올해 개인 최고기록은 9초88이다. 아사파 포웰(29·자메이카)이 작성한 올해 최고기록(9초78)보다 0.1초 느리다.
남자 200m 올해 기록 순위에서 볼트는 가장 위에 자리하고 있다. 볼트가 지난 6월 세운 19초86은 올해 최고기록이다. 볼트는 “원하는 대로 부상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세계기록 경신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지만 2관왕은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타이슨 게이(29·미국)는 이번 대회에 불참한다. 오른 고관절 통증 탓에 이번 대회 출전권을 얻지 못한 게이는 내년을 기약하며 지난달 초 오른 고관절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유독 금메달과 연을 맺지 못했던 포웰은 올해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해 볼트를 꺾을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있었지만 개막을 3주 앞둔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IAAF 다이아몬드리그 100m에서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 컨디션이 정상은 아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미녀새 이신바예바의 설욕전’=‘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는 설명이 필요 없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최고봉이다. 세계기록을 27번(실외 15개·실내 12개)이나 갈아치운 이신바예바는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5m의 벽을 넘었다. 이신바예바가 세운 실외 세계기록은 5m06이다. 실내 세계기록은 5m00이다. 2004아테네올림픽,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5년,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신바예바는 2009년 슬럼프에 빠졌다.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출전한 대회에서 아나 로고프스카(폴란드)에게 패했다.
베를린 대회에서 이신바예바는 3번 연속 바를 넘지 못해 순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결국 지난해 4월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휴식을 취한 이신바예바는 지난 2월 러시아실내육상경기대회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복귀전에서 4m81을 뛰어올라 우승한 이신바예바는 7월17일 벨기에 회스던에서 열린 ‘육상의 밤’ 경기에서 2년 만에 실외 경기에 출전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신바예바는 4m60을 뛰어넘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신바예바는 28일 오전 9시30분 예선을, 30일 오후 7시5분 결승에 나선다.
◇남자 110m 허들 ‘황색탄환 류샹의 명예회복’=류샹(28·중국)은 트랙 종목에서 세계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아시아 선수다. 중국의 스포츠 영웅이기도 하다. 류샹은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당시 세계기록에 타이인 12초91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6년에는 세계신기록인 12초88을 찍기도 했다. 2007년 오사카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도 류샹의 차지였다. 류샹은 안방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때 예선을 앞두고 오른 아킬레스건 통증을 호소, 레이스를 포기했다. 수술까지 받았다.
재활 후 류샹은 컨디션을 점차 끌어올린 상태. 2009년 12월 동아시아대회에서 13초66이라는 쑥스러운 기록으로 우승했던 류샹은 지난해 상하이그랑프리대회에서 기록을 13초40으로 단축했고,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13초0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류샹은 지난 5월15일 상하이에서 열린 IAAF 다이아몬드리그에서 13초07로 우승했고, 6월4일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13초00으로 기록을 단축하며 2위에 올랐다. 강적은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와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다. 유진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에서 류샹과 맞대결을 펼친 올리버는 당시 12초94로 우승했다.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로블스도 올해 최고기록 13초04를 기록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남자 400m ‘피스토리우스의 인생 극장’=남자 400m는 ‘의족 스프린터’로 유명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가 ‘인간 승리’ 드라마를 펼칠 무대다. 선천적으로 종아리뼈가 없이 태어난 피스토리우스는 생후 11개월 만에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의족을 달고 새 인생을 시작한 피스토리우스는 럭비 테니스 등 각종 운동을 섭렵했다. 피스토리우스는 18세 때 럭비를 하다가 다친 뒤 재활치료를 하다가 육상과 연을 맺었다. 이후 탄소 섬유로 만든 보철 다리를 달고 경기에 출전해왔다.
2004년 아테네장애인올림픽 200m에서 세계기록을 세운 그는 비장애인대회에도 출전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2008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IAAF가 의족이 공정한 경쟁을 막는다고 출전을 제한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승소한 피스토리우스는 지난달 20일 이탈리아 리냐노에서 열린 리냐노육상대회에서 자신의 종전기록(45초61)을 0.54초 앞당긴 45초07로 우승했다. 대구세계선수권대회와 2012런던올림픽 A 기준기록(45초25)를 통과하며 출전권을 거머쥔 피스토리우스는 대구 땅을 밟는데 성공, 달구벌에서 인생 드라마를 펼친다.
◇‘남의 잔치는 안돼!’ 한국 육상 ‘10-10’ 이룬다=한국에서 육상은 비인기 종목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야말로 ‘육상 불모지’다. ‘피겨여왕’ 김연아(21·고려대)나 ‘마린보이’ 박태환(22·단국대) 같은 스타도 없다. 한국 육상은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남의 잔치’로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선수 육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목표를 ‘10개 종목 톱10 진입’으로 잡았다. 쉽지만은 않은 목표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남녀 마라톤과 경보 20㎞·50㎞, 남녀 멀리뛰기, 세단뛰기, 남녀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등에서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다.
로드레이스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임정현(24)과 김동영(31)이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경보 50㎞에서 각각 3시간53분24초, 3시간53분52초를 기록해 기준기록을 달성했고 김현섭(26·이상 삼성전자)이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남자 경보 20㎞에서 한국신기록(1시간19초36초)를 세워 기준기록을 통과했다. 김현섭은 메달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다.
마라톤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약물 의혹’에 휘말려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2시간8분30초)을 가지고 있어 그나마 메달 가능성이 높았던 지영준(30·코오롱)은 허벅지 근육통으로 아예 세계선수권대회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기대를 걸었던 번외경기 마라톤 단체전 메달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트랙에서는 남자 400m 계주대표팀과 남자 110m 허들의 박태경(31·광주광역시청), 여자 100m 허들의 정혜림(24·구미시청)이 10위 달성을 목표로 바람을 가른다. 필드에서는 남자 세단뛰기와 멀리뛰기에 모두 출전하는 김덕현(25·광주광역시청)과 여자 멀리뛰기의 정순옥(28·안동시청), 남녀 장대높이뛰기의 김유석(29·대구시청)과 최윤희(25·SH공사), 남자 창던지기의 정상진(27·용인시청)이 결승 진출을 노린다.
그러나 트랙과 필드에서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목표인 ‘10위권 진입’이 쉽지 않다. 김덕현만이 10위권을 넘어 메달권을 꿈꿀 수 있는 상황이다.
jinxij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