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창 연패 끊게 한 김시진 감독의 ‘믿음’ 리더십

[마이데일리 = 부산 김하진 기자] 지긋지긋한 연패 기록이 끝났다. 넥센으로 둥지를 튼 심수창이 786일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심수창은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6⅓이닝 1실점(1자책)으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09년 6월 14일 잠실 SK전 이후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며 18연패의 수렁에 빠진 심수창은 개인 역다 최다 연패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이 같은 기록은 선수 본인 뿐만 아니라 구단, 그리고 그를 팀의 선수로 받아들인 감독에게도 큰 부담이 됐다.

하지만 이날 롯데와의 경기에서 승리로 786일만에 승리를 거두며 심수창은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본인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제 편히 마음 놓고 잘 수 있겠다”라고 전했다.

‘마음 편히 잘 수 있는’ 사람은 심수창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승리를 제일 기뻐한 사람은 넥센 김시진 감독이었다. 경기 전만 해도 “본인이 알아서 잘 할 것이다. 하지만 부담이 클 것이다”라며 다소 덤덤한 반응을 보였던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 마자 “선수보다 감독이 더 부담을 가진 경기였다”며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부담은 한국시리즈 7차전과 맞먹는 것이었다. 아무리 베테랑 투수 출신인 김 감독이지만 자신의 팀 투수가 연패에서 벗어나는 것만큼 긴장되는 것은 없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이날 경기의 뒷 이야기를 살짝 공개했다. 심수창이 지난 3일 대구 삼성전에서 아쉽게 승리를 놓쳤을 때 김시진 감독은 “지금까지 연패는 모두 잊어버려라. 지금 넥센에 와서 진 경기는 단 하나 뿐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며 마음의 위안을 줬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김 감독은 심수창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위해 믿음의 리더십을 선보였다. 김시진 감독은 “5회까지 절대로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어떻게든 승리 투수의 요건을 만들어 주려고 했다. 다음날 경기를 생각하지 않고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8회부터 내보내 1⅔이닝이나 맡긴 것도 그런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실 심수창에게 승리를 안겨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진 않았다. 팀이 선취점을 따내 충분히 승부가 갈린 상황에서 선발 투수를 4회에 내리고 심수창을 중간 계투로 투입 시키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에 대해서는 김 감독은 “그렇게 해서 안겨준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전했다. 선발 투수로 그 경기를 책임져서 승리를 차지했을 때가 진정한 승리라는 것을 밝힌 것이었다.

심수창도 경기 후 수훈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내가 흔들려도 믿어주니까 더 집중할 수 있었다”라며 이번 승리의 요인을 밝혔다. 결국 심수창에게 필요했던 것은 ‘믿음’이었던 것이다.

“심수창이 이적 후 두 경기 만에 안 좋은 기억을 모두 떨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힌 김시진 감독은 앞으로 심수창의 앞날이 더욱 밝을 것임을 전망했다. 넥센의 유니폼을 입고 보여줄 심수창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넥센 심수창. 사진 = 마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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