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그렇게 입는 까닥 – 에스콰이어 9월호 104페이지

야구 유니폼은 독특하다. 야구 모자를 쓰고, 긴팔 언더웨어를 입은 다음 그 위에 소매 짧은 겉옷을 입는다. 거기에 긴 바지를 입고, 발에는 스타킹을 신는다.(한때 스타킹 위에 스타킹을 또 하나 신기도 했다.) 이렇게 차려입고 경기하는 스포츠는 이 세상에 단 하나, 야구밖에 없다.

 

야구의 이 유별난 유니폼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야구 클럽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845년. 뉴욕에서 니커보커스라는 팀이 만들어진게 그 때다. 야구 룰이 어느 정도 정립되고 다이아몬드 모양의 야구장이 생기기 시작한 떄가 1841년 쯤이니, 그로부터 4년 뒤에 클럽 팀이 생긴 것이다. 이듬해 뉴욕 나인 클럽 팀과 경기하는  등 활동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니커보커스가 정식으로 유니폼까지 채택한 것은 그로부터 다시 4년 뒤인 1849년. 선수들이 선택한 유니폼은 하얀 플란넬 셔츠에 푸른색 울로 만든 긴 바지, 그리고 밀짚모자였다.(지푸라기 모자는 곧 질 좋은 모자로 바뀌었다.)

 

왜 그렇게 입고 그런 색깔을 골랐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많지 않다. ‘랜덤’으로 선수들이 고른 것이란 주장이 그나마 설득력을 갖는다. 새로운 야구의 인기는 꽤나 높아 1866년에는 신시내티에 레드 스타킹스라는 팀이 또 생겼다. 팀 전력이 워낙 막강해 2년 동안 승승장구 하다가 결국 미국 최초의 프로야구단이 됐고, 그 뒤로 지방을 돌아다니며 원정 경기를 가졌는데 쉰일곱 번을 싸워 한번도 지지 않아 인기가 대단했다. 인기의 비결은 성적만이 아니었다. 독특한 유니폼도 한몫 단단히 했다. 다른 팀 선수들과 달리 가슴팍에 제법 로고도 박혀 잇었고, 무엇보다 레드 스타킹스라는 이름 그대로 바지 위에 무릎까지 이르는 빨간 스타킹을 신어 관객들 눈에 확 띄었던 것이다. 신시내티 선수들이 스타킹을 신은 까닭은 단 하나. 선수들이 움직이기 편하기 때문이었다. 이후로 스타킹은 팀을 구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보스턴 레드삭스나 시카고 화이트삭스처럼 지금도 이름에 양말이 들어간 팀이 적지 않은 것은 이때문이다.

 

이처럼 신시내티 선수들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사람들은 슬슬 유니폼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1882년에는 룰이 개정돼 이른바 멀티컬러 유니폼이 등장하기도 했다. 디트로이트 울버린스는 멀티컬러 유니폼을 입은 대표적인 팀. 1루수는 보라색 바탕에 흰색 스트라이프가 새겨진 셔츠에 모자를 쓰고 유격수는 고동색 단색 유니폼을 입는 식이었다. 악마의 무늬라고도 불리지만 초창기 프로야구 클럽은 스트라이프 무늬를 유독 좋아했다. 지금은 양키스가 스트라이프 유니폼으로 유명하지만 이 팀이 생기기도 전에 줄무늬는 벌써부터 유행이었다. 심지어 1889년 아메리칸리그의 브루클린 브리지그룸스 선수들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기도 했다. 브리지그룸스는 그 뒤로도 유니폼에 관해서는 선두 주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940년대에는 새틴 유니폼을 차려입기도 했고, 1952년에는 유니폼 뒤에 선수들 고유의 등번호를 새겨 넣은 첫 번째 팀이 되기도 했다.

 

야구 유니폼이 요즘처럼 생기게 만든 결정적인 팀은 19세기 후반 웨스턴기르에서 활약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였다. 모자, 버튼다운 저지 셔츠, 왼쪽 가슴팍의 이니셜, 긴 바지, 스타킹, 20세기 들어서도 이런 스타일은 변하지 않아 타이거스는 현대 유니폼의 선국자라고 해도 지나칠 게 없는데, 다만 요즘과 다른 점이라면 셔체으 칼라가 잇엇다는 것. 그 칼라까지 없앤 팀은 뉴욕 자이언츠였다. 자이언츠 선수들은 1906년에 칼라를 없애고 목을 드러낸 유니폼을 세상에 드러냈다. 이후 시카고 커브스가 칼라를 다시 유행시키기도 하며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갔지만, 그래도 부상 방지를 위해 짧은 팔 상의에 언더웨어를 받쳐 입었다는 점에서는 유니폼의 현대화에 큰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유니폼 관련 규칙은 간단한다. 먼저 팀 선수들은 같은 색, 꼴,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어향 한다. 선수 유니폼 등에는 15센티미터 이상 크기로 등번호가 있어야 한다. 유니폼 색깔과 다른 테이프 따위를 붙여서는 안 되며, 야구공 모양이나 야구공을 연상시키는 모양이 디자인에 들어 있어서는 안된다. 이상만 지키면 다른 어떤 제약도 없다.

 

축구나 농구 같은 구기 종목에서 감독들은 대부분 정장을 입지만, 야구에서는 유니폼을 입는다. 유니폼을 입지 않고는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감독은 정장 같은 평상복을 입었지만, 그런 복장으로는 마운드에 오를 수 없어 1905년대 말부터 유니폼을 입기 시작햇다고 한다. 요즘에는 관중석에서도 유니폼을 입은 관중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물론,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과 팬들에게 판매하는 유니폼은 재질이 다른다. 메이저리그 선수들 유니폼은 한벌에 200달러가 넘는데, 판매용은 25달러에서 80달러면 살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는 홈팀은 하얀색 유니폼을 입고 원정팀은 색깔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는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원정팀이 짙은 색깔 유니폼을 입은 까닭은 빨래하기 쉽도록 이라는게 정설이다. 타양을 돌아다니며 매일 빨아 입기가 힘든 탓에 대개 색깔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었다는 것이다.

 

(김유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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