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는 한국수영의 대표 ‘스윔 대디(Swim Daddy)’다. 박태환이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과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따기까지 박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젊은 시절 섹소폰을 불었고 박태환이 어릴적에는 사업을 했다가 부도를 맞기도 했다. 지금은 아들을 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Team GMP’라는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성공 뒤에는 가정을 혼자 꾸린 어머니(데비)가 있었다. 데비는 펠프스가 수영을 시작한 7세때 부터 성인이 되기 전까지 물을 무서워하는 아들을 새벽에 깨워 수영장으로 실어 나르고 일터인 학교로 출근했다.
박태환의 어머니 유성미씨(51)의 삶 역시 데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부는 역시 물을 싫어하는 아들의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수영장을 집처럼 오갔다. 박태환이 국내수영의 1인자가 되는 전과정을 거의 모든 대회를 찾아가 지켜봤다. 박태환이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 유씨는 유방암과 싸우면서도 아들의 도시락만은 빠트리지 않았다. 박씨는 항상 아들을 볼 때마다 신체조건이 나쁜 게 마음 짠하다. “키도 작고, 요즘은 성적에 너무 신경을 쓰는지 몸무게도 준 것 같다.”
박태환의 키는 1m83, 체중은 73kg 정도다. 경쟁자들인 펠프스(1m93), 멜루니(1m89), 반더카이(1m93) 등보다 10cm 이상 적다. 박씨는 “세계대회를 가서 보면 우리 아들은 머리 하나가 작고 외국인 선수 사이에 끼면 보이지도 않는다. 불쌍하다. 그런 신체조건인 아이에게 매번 세계를 제패하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세계선수권대회가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박태환은 요즘 노민상 대표팀 감독과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하고 있다. 서울 잠실 집에는 주말에 잠깐 들러 잠자고 밥 먹고 가는게 전부다.
박씨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아들에게 아빠가 수영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하겠나. 잘 해야 한다는 심적인 압박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너무 많이 받는 것 같다”면서 “다치지 말고 몸 축나지 않게 잘 먹으라는 얘기 밖에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씨는 아들을 믿었다. “태환이는 정말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하 아시안게임때도 메달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금메달을 따냈고, 멜버른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했다. 설마 올림픽에서도 할까 했지만 태환이는 우리 모두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박씨는 이번에도 로마 현장을 찾아 가슴 조이면서 경기를 관전할 것 같다고 했다. “태환이는 현재 자유형 400m 1인자다. 베이징올림픽 이전에는 세계적인 선수를 뒤쫓았지만 이번에는 정상을 지켜야 한다. 더 힘들 것 같다.”
박씨는 박태환이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면 2012년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준비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표될 것이라고 살짝 내비쳤다. 그는 “태환이에게 좀더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주고 싶다. 또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