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마라톤의 간판 지영준(30·코오롱)이 부상에 발목이 잡혀 다음달 열리는 제13회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는 1일 마라톤·경보 기술위원회를 열고 지영준을 남자마라톤대표팀에서 제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아킬레스건 부상인 박주영(31·한국전력)도 탈락했다. 이로써 대구대회에는 정진혁(최고기록 2시간9분28초) 김민(2시간13분11초·이상 건국대) 황준현(코오롱·2시간10분43초) 황준석(서울시청·2시간16분22초) 이명승(삼성전자·2시간13분25초) 5명이 출전한다.
기술위는 고심 끝에 실리를 택하는 결정을 내렸다. 현역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2시간8분30초)을 갖고 있고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지영준은 그동안 마라톤대표팀의 ‘계륵’이었다. 대구대회에서 개인과 단체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으로 올해 들어 한번도 풀코스를 뛰지 못했다. 실전뿐만 아니라 훈련에서도 40㎞ 도로훈련을 한번도 완주하지 못했다. 3월 서울국제마라톤, 4월 대구국제마라톤 때도 출전신청을 했다가 연이어 철회했다. 지영준의 컨디션이 난조를 보이면서 육상계는 비상이 걸렸다.
번번한 육상스타가 한 명도 없는 국내 현실에서 지영준은 대구대회에 내세울 ‘간판’이였다. 일각에서는 지영준이 중도에 레이스를 포기하더라도 안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 기술위의 결정은 그만큼 지영준의 몸이 최악이라는 방증이다. 한국이 메달을 노리는 단체전은 출전선수 5명 중 기록이 좋은 상위 3명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번외종목이다. 한국은 2007년 오사카세계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에이스격인 지영준의 탈락으로 이번 대회 메달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황영조 마라톤 기술위원장은 “지영준이 한국을 대표하는 마라토너지만 올해 완주경험이 없고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며 제외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