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러운 외모로 한국의 ‘미녀새’ 별명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한국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간판스타 최윤희(25·SH공사)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녀새’로의 등극을 꿈꾸고 있다.
최윤희는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여자 필드 종목에서 유일하게 ‘톱10’에 진입할 한국 선수로 꼽힌다.
그가 두 달 전 작성한 한국 기록(4m40)은 2009년 제12회 대회 때의 결선 진출 커트라인이었던 4m50(크리스티나 가드시에프·독일)과 불과 10㎝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늘씬한 몸매와 서글서글한 외모를 자랑하는 최윤희가 푸른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광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이런 이유로 대구 대회에서 결선에만 진출한다면 인기몰이를 하는 것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평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최윤희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때 한국 신기록을 17차례나 갈아치우며 장대높이뛰기의 ‘여왕’으로 군림했지만 2008년 신인 임은지(22·구미시청)가 등장하면서 ‘2인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임은지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4m대 초반의 기록에 그친 최윤희는 ‘기량을 더는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지적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최윤희는 한 단계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인간새’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를 가르쳤던 아르카디 시크비라(우크라이나) 코치와 2010년 초부터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최윤희는 기초부터 실력을 다지며 몸에 밴 동작을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러시아 유학파인 정범철 코치가 가세한 덕에 최윤희의 ‘개조 프로젝트’는 1년6개월 만에 빛을 봤다.
기술적으로는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했으나 체력과 속도가 부족하다고 진단한 두 코치는 최윤희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공을 들였다.
도움닫기할 때와 장대를 폴 박스에 꽂는 순간 상체가 앞으로 쏠리던 기존 자세를 교정하자 더욱 힘있게 뛰어오를 수 있게 됐다.
또 지난해에는 전문 기계체조 선수들에게서 공중 동작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법도 배웠다.
그 결과 최윤희는 지난 6월10일 전국선수권대회에서 무려 26개월 만에 4m40의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기초부터 새로 쌓아올리는 험난한 과정을 묵묵히 견딘 끝에 결실을 본 최윤희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힘을 기른 최윤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더 단단한 장대를 들고 경기에 나설 작정이다.
장대가 단단해지면 선수가 받는 탄력이 커지기 때문에 기록 향상에 유리하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새 장대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감각을 끌어올렸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최윤희는 “장대를 바꾸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4m60을 우선 목표로 잡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007년 가오슈잉(중국)이 작성한 아시아 기록(4m64)과도 큰 차이가 없는 목표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는 한국 기록을 넘어 아시아의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으리란 기대를 받고 있다.
최윤희가 대구 대회의 결승무대에 서면서 ‘아시아의 미녀새’로 뜰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