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아디다스 오리지널스’ 패션 디자이너 제러미 스콧… “내 패션철학? 2NE1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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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안 보일 만큼 폭우가 쏟아지던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매장에서 패션 디자이너 제러미 스콧을 만났다.

스콧은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가 ‘후계자’로 지목할 정도로 요즘 가장 각광받는 디자이너 중 하나. 마돈나, 레이디가가, 리애나와 같은 세계적 톱스타들이 그의 옷에 열광했다. 국내에서도 이효리, 빅뱅, 2NE1 같은 아티스트들이 그의 패션을 즐겨 입는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2009년부터 스콧과 컬래버레이션(협업) 라인을 선보여 왔다. 스콧 디자인의 아이콘이 된 ‘날개 장식’의 JS 윙, 미키마우스가 얹혀진 JS 미키마우스와 같이 기상천외한 디자인의 신발을 비롯해 애니멀 프린트가 들어 있는 재킷, 과감하게 등을 찢어낸 트랙톱(트레이닝복 스타일 상의) 등 기존 디자인 공식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파격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만큼이나 그가 입은 옷도 파격이었다. 가운데가 뻥 뚫린 재킷에 스커트가 덧대어진 군복 스타일의 바지, 오렌지색 장식이 화려한 운동화.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고 말투는 세심하고 여성스러웠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신과 친구들의 옷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친구들과 빈티지 옷을 바꿔 입기도 하고, 캔자스 시골에서 자랐지만 파리 패션쇼의 최신 트렌드까지 꿰고 있었죠. 패션쇼에 누가 뭘 입고 나오는지 관심이 많았어요.”

장폴 고티에, 루디 게른라이히 같은 디자이너들의 독특한 의상을 보면서 패션에 빠져들었다. 패션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패션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이어졌다. 스콧은 브루클린의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뒤 1997년 파리에서 첫 번째 런웨이를 열었다. 1999년 전미 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베스트 영 디자이너(Best Young Desinger)’에 이름을 올렸고 ‘더 페이스 매거진’의 세계 패션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히기도 했다.

“제 디자인은 유머러스하고, 팝 컬처를 잘 보여주죠. 유용하면서도 젊은 스타일이지요. 섹시하고 음악적이죠. 아주 많은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요.”

그에게 패션은 무엇일까. “패션은 모든 라이프스타일이에요. 당신이 쓰고 있는 컴퓨터, 보고 있는 웹사이트도 모두 당신의 패션이죠. 패션은 ‘종족’ 같은 것이에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종족. 모든 것에서 당신이 무엇을 고르느냐가 패션이지요.”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 곳도 다양하다. “저는 디자인 영감을 어떤 특정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서 얻어요. 요리할 때 감자, 카레, 고기가 다 섞여야 하듯이 음악, 책, 영화, 거리, 지금 서울의 거리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아 디자인을 하지요.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자전거를 타다가 얻은 영감으로 디자인한 것이에요.”

그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가 자신의 패션 철학과 잘 맞는 브랜드여서 협업을 결정했다고 했다. “아디다스는 스포츠 브랜드이지만 힙합 그룹이나 언더그라운드, 레이브 문화 등 길거리 대중문화까지 다양하게 받아들였어요.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부분이지요.”

스콧이 아디다스와 협업해 제작한 제품은 전 세계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기존의 ‘하이패션’(고급 디자이너 패션)은 너무 비싸고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웠어요. 일반 매장에서 팔지도 않고 입고 다니기도 너무 어렵고요. 하지만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제 제품들은 새롭고 독특하면서도 누구나 접근하기 편하고 쉽게 사서 입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그는 자신의 패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연예인으로 한국의 걸그룹 ‘2NE1’을 꼽았다. 스콧은 2NE1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꼭 2NE1이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모델이기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인터뷰 전날도 그는 2NE1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는 팬들과 바로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아요. 서울에서 제 옷을 입고 있는 2NE1 사진을 올렸는데 바로 브라질의 팬에게서 ‘멋있다’는 반응이 왔지요. 제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상적인 도구죠. 2NE1은 제 패션의 모든 것, 하이패션부터 스트리트 패션까지 모든 것을 가장 잘 표현하는 연예인이에요. 표현하기 어려운 ‘매직’(마술)이 있거든요.”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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