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아웃도어… 원가는 4분의 1로 소비자만 ‘봉’

▲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청계산 입구의 아웃도어 매장 앞에서 등산객들이 진열된 아웃도어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김연수기자 nyskim@munhwa.com

“70만~80만원짜리 아웃도어 재킷 광고가 쏟아지다 보니까 20만~30만원짜리 제품은 아예 싸구려라는 느낌마저 듭니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원지동 지하철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이곳에서 만난 등산객 안모(39)씨는 “유명 브랜드 아웃도어 제품이 인기를 끌다 보니 주요 업체들이 소비자를 아예 ‘봉’으로 보고 ‘담합’해서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역사 곳곳에는 유명 연예인이 등장한 아웃도어 브랜드 광고판이 걸려 있었다. 올해 4조원, 내년 5조원 규모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추산되는 아웃도어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

등산로 입구 역시 마찬가지. 노스페이스, K2, 밀레 등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20~40% 할인행사 안내문이 적혀 있는 매장 안에는 시중에서 40만~50만원짜리 재킷을 좀 더 저렴하게 사기 위해 찾아온 등산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노스페이스 매장에서 수십만원짜리 재킷을 고르던 주모(28)씨는 “요즘 초등학생도 아웃도어를 일상복으로 입을 정도로 유명 아웃도어 제품이 인기라고 해서 물건을 살펴보러 나왔다”며 “기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 브랜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아웃도어 전문매장 ‘칸투칸’에서 만난 박모(여·52)씨는 “유명 브랜드 A사의 구스다운 점퍼(70만원)와 등산바지(30만원)를 사려고 했는데 알아보니까 이곳에서 판매하는 같은 원단의 무명업체 제품 가격은 절반 이하였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현장 취재 결과, 실제로 유명 브랜드의 등산복 풀세트를 구입하는 데 200만원 안팎이 소요되는 데 반해 인지도는 낮으나 전문업체가 만든 비슷한 제품을 구입하면 총 구입비용은 1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를 직접 현지에서 구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이마트는 정식 수입업체인 컬럼비아한국법인의 시중 판매가보다 30~40%가량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사이즈나 컬러 등에 일부 차이가 있으나 품질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마트 측 설명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우 제조마진을 생산원가의 3~4배 수준에 맞추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가 제품이 좋은 제품’이라는 소비자의 막연한 인식을 핑계로 무조건 고가로 팔려 한다는 질타도 유통가에서 나오고 있다.

한 아웃도어 유통 전문가는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들이 시중 판매가를 정하고, 그 이하로 팔지 않도록 유통망을 관리하는 등 ‘묵시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명 소재를 공급하는 B사만 해도 최저가를 지향하는 대형마트에 자사 소재로 만든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도록 보이지 않게 막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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