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기본은 수익창출과 인재 육성이죠” – 패션 CEO / 엄진현 케이브랜즈 대표이사

엄진현 케이브랜즈 대표(49)가 국내 M&A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겟유스드」로 패션업계 명함을 내민 그가 「머스트비」와 「닉스」에 이어 최근에는 「바닐라비」까지 인수하면서 회사 몸집을 1000억원대로 키웠다.

“저성장기에 너무 역동적이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엄 대표는 “패션사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며,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M&A는 수익창출이 기본
엄 대표는 M&A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첫 해부터 흑자를 내는 것이며,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과 같은 저성장기에는 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을 간소화하고, 소싱 경쟁력을 높여 손익분기점(BEP)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매출이 적다고 이익이 안 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환경이 변했다면 그에 걸맞는 몸집을 만들고 역할을 조정해야 합니다. 만들면 팔리는 시대가 아닌 만큼 잘 팔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정보를 공유하고 스스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죠.”

엄진현 대표는 2008년 본인이 운영하던 회사 지분 80%를 KIG홀딩스(회장 권오일)에 넘기고, 오너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신분을 바꿨다. 이후 신규 사업에 대한 자금은 대주주에서 투자받고 있으며 패션사업 부문에 대한 운영은 엄 대표가 책임지고 있다.

“제가 혼자 운영하면 밥은 먹겠지만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 했습니다. 기업을 키우고,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는 냉엄한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균형 감각을 갖춘 경영자가 아쉬웠다. 옷에 대한 감각은 있지만 손익관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투자가 직업입니다. 그 만큼 손익관리가 분명하죠. 투자를 했는데 이익이 안 나면 곧바로 접는 것이 투자자입니다. 그러나 패션에 오래 몸 담았던 사람은 2, 3년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물론 성장잠재력이 분명하고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진정성이 있다면 기다리겠지만, 상당수는 일하는 과정에서 판가름 됐습니다.”

전문 경영인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자기 사업처럼 생각하고, 올인해야 한다는 것이 엄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 제조 인프라 갖추는 것이 관건
엄진현 대표는 요즘 좋은 생산기업을 찾는데 관심이 많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해외 유력 브랜드에 OEM 수출했던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다음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스포츠·아웃도어 시장을 위해서는 전문 공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향후 국내 시장에선 누가 제조 기반을 가졌느냐가 관건입니다. 특히 브랜드별 대표 아이템을 만들고 이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확장하기 위해선 제조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한 때 아르헨티나에서 봉제 수출사업을 하고, 국내에서도 원부자재 관련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던 엄 대표는 소싱에 대해서는 남다른 노하우가 있다. 실제 올해도 「겟유스드」와 「닉스」 두 브랜드 청바지만 100만장 생산할 만큼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닉스」는 홈쇼핑에서만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순익이 10억원에 이릅니다. 한 가지 품목에서 100만장을 넘긴다면 그에 따른 시너지도 적지 않습니다. 저성장기에는 기획에서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며 새로운 기회 시장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사이즈 맞게 운영할 인재양성
케이브랜즈는 매월 전 직원이 참석하는 월례회의에서 예산안과 손익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목표를 101%를 달성하더라도 200%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만큼 이익에 대해서 명확하게 직원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저의 역할은 대주주와 직원들 모두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직원이 없는 조직이 없듯 투자 없는 회사도 없기 때문입니다. 열정이 있는 직원들을 통해 회사가 성장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투자자와 직원 모두가 만족하는 모델입니다.”

케이브랜즈가 인수한 브랜드는 모두 연매출 300억원 안팎의 규모다. 투자금도 30~50억원 규모이다.
엄 대표는 앞으로도 7~8개 브랜드를 추가 인수할 방침이다. 캐주얼, 남성복, 여성복, 잡화 등 분야별 전문 브랜드를 키워 시장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 전문 인력을 키워 다음 프로젝트를 수행할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케이브랜즈에는 40대 초반 사업부장들에게 브랜드 운영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경영자는 자기가 운영할 수 있는 사이즈를 알아야 합니다. 저는 300억원짜리 10개 브랜드를 키워 외형을 3000억원까지 키울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한 성장 과정에서 저보다 뛰어난 경영자가 나오고, 그가 다음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것이 저의 목표이자 희망입니다.”

M&A를 통해 인재를 키우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준비해 나가는 케이브랜즈와 엄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KIG홀딩스(회장 권오일)는 지난 2008년 겟유즈드코리아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패션업계에 알려졌다. 이후 겟유즈드코리아(현 케이브랜즈)를 통해 「닉스」 「머스트비」(2010년) 「바닐라비」(2012년)를 연이어 인수하면서 주목받았다.

또 KIG홀딩스는 「푸마이너웨어」 등을 전개 중인 이너웨어 전문기업 코웰패션(대표 이순섭), 패션유통 전문기업 모다아울렛(대표 박칠봉), 온라인 쇼핑몰 패션플러스(대표 박칠봉)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모다아울렛은 지난해 4월 수도권 위주로 아웃렛 유통을 펼치고 있는 자루아울렛 6개 점포를 인수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KIG홀딩스는 미국 화학회사인 에어프로덕트매뉴팩처링이 1999년 설립한 회사로 이후 한국산업가스의 주식 51%를 취득함으로써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이 회사는 패션·유통 부문 외에도 △전자(필코전자, 이노칩테크놀로지) △화학(대명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권오일 회장은 회계사 출신으로 투자에 귀재로 알려진 인물. 패션 및 유통 사업에도 특별히 애정이 많다. 향후 성장잠재력 있는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며, 경영은 철저히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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