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시장의 세대교체? 고가 기능성화보다 ‘저가 패션화’가 대세

SportsOneSource/WSJ

지난해 운동화 시장의 소비자들이 운동선수를 위해 디자인된 고기능성 제품에서 캐주얼한 저가형 제품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캐주얼화의 판매가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운동화 시장의 경제적인 측면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기능성 운동화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주장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에슬레저’ 추세 때문이다. 애슬레저란 애슬레틱(운동 경기, athletic)과 레저(여가, leisure)의 합성어다. 이 트렌드가 스포츠와 일상 패션의 경계를 허물면서 관련 유통업계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포츠원소스에 따르면 올 4월 11일까지 1년 동안 가격이 125달러가 넘는 운동화(대부분 기능성 운동화)의 매출은 18% 하락했고, 125달러 미만인 제품(대부분 패션화)의 매출은 8%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이 시장에서 ‘숫자 게임(numbers game)’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캐주얼 제품군이 가격대는 낮지만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고가의 기능성 제품에 비해 매출에 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스포츠원소스는 또 미국 시장의 운동화 카테고리에서 소매 매출 기준으로 러닝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4년에 매출액이 3.5% 증가한 60억 달러 정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운동화는 폭넓은 카테고리로, 마라토너를 겨냥한 고기능성 트레이닝 제품을 망라한다. 이런 제품은 한 켤레당 가격이 200달러에 육박할 수도 있다. 이 카테고리에는 주로 패션 용도로 신는 레트로 스니커 및 캐주얼 스니커도 포함되는데, 이들 제품의 가격대는 100달러 보다 낮은 수준이다.

딱히 격렬한 운동을 하지 않는 용도로 러닝화를 착용하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쇼핑객들이 더 스포티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가격대가 보다 저렴한 러닝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점이다. 그 결과, 아디다스와 같은 제조업체들은 제품군을 재정비하고, ‘피니시 라인’과 같은 스포츠 용품 유통업체는 더 다양한 패션화를 갖추기 위한 진열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LUKE SHARRETT/BLOOMBERG NEWS
매장에 진열된 나이키 운동화.

콜스(Kohl’s)는 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기능성 신발과 스케쳐스USA와 같은 업체의 캐주얼 운동화를 판매하면서 사업을 크게 벌이고 있다. 피니시라인의 클렌 라이언 CEO는 자사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확실히 과거보다 더 많은 캐주얼화를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발 유통업체 ‘페이머스 풋웨어’가 취급하는 제품 중에서 러닝화가 가장 큰 카테고리라고 릭 오식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 고객들이 기능화보다 캐주얼화를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는 우리의 고객 대다수가 3마일(약 4.8km)을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말에 여가를 보내면서 신을 용도로 제품을 구입한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맨발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쿠션을 최소화한 미니멀 러닝화의 전성기가 지나간 이후 기능성 러닝화는 큰 히트를 치지 못했다. 맨발 달리기가 더 건강에 좋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2010년 즈음 미니멀 러닝화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면서 지난해 매출이 급락했다. 그 후 보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고 쿠션이 더해진 기능화가 늘어났지만, 아직 미니멀 러닝화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부스트(Boost)’ 러닝화로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 켤레에 150달러가 넘는 가격은 대량 판매 시장용으로는 지나치게 고가였다. 아디다스의 폴 보이어는 회사가 내년에 두 가지 러닝화 제품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가격대는 50~100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트레버 에드워즈 나이키 브랜드 부문 사장은 로쉬원과 같은 ‘러닝화’ 느낌의 운동화가 잘 팔리고 있기는 하지만, 핵심 러닝화 카테고리의 “실적이 회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회사가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내부 관계자들은 그 이유가 ‘나이키 프리’ 시리즈의 절정기가 지나갔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짐작한다. 10여 년 동안 판매돼 온 프리 스니커는 나이키 제품 중에서, 그리고 러닝화 업계 전반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시티스포츠의 로렌 블렌다는 “애슬레틱 패션 쪽을 보면 사람들은 더 이상 나이키 프리를 신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달 초 출시된 프리 신형 모델이 잘 팔리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 제품군의 판매 실적이 “1년 전보다는 훨씬 못하다”고 지적했다.

기능성 러닝화의 판매가 둔화되자 기존 유통업체들은 자사 제품군을 재정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 결과, 시티스포츠 매장에서 판매되는 기능성 제품의 교체 주기는 보통 1~2년이 될 수 있는 반면, 캐주얼화는 약 12주 동안 판매된 후에 진열대에서 사라진다고 로렌 블렌다는 밝혔다. 회사는 평상화 주문 물량을 제한함으로써 재고를 관리해 제품 목록을 새롭게 유지한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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