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 두 번쯤은 찾아온다는 중요한 찬스. 이런 기회는 기업에게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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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복 마케팅 김나영 이사 |
“내년 초반까지가 리복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시기입니다.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느냐, 주저앉느냐는 기로에 서있는 것있는 거죠.”
김 이사에 따르면 리복은 20년 전 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나이키를 뛰어넘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푸마, 컨버스 등 날렵한 스니커즈로 무장한 학생들이 투박하고 두툼한 리복 신발을 외면했던 것. 운동을 위한 신발을 찾는 남성들은 NBA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 등을 내세운 나이키에 더 큰 신뢰를 보였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리복은 최근 들어 오랜만에 찾아온 잇따른 호재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얼마전부터 다리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 진이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발목을 덮는 농구화, 일명 ‘하이탑’ 슈즈를 다시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기 시작한 것.
빅뱅, 샤이니 등의 아이돌 가수 덕을 본 것은 물론이고 최근 불어닥친 테크토닉 댄스 열풍도 한몫 했다. 비즈니스 캐주얼의 확산도 호재로 작용했다.
리복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운동화 브랜드의 강자로 떠올랐다. 남녀 하이탑 슈즈인 ‘엑소핏’과 ‘레슬리’ 시리즈는 10만족이 넘게 팔려나갔고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0%에 육박한다.
그는 성공 비결을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서 찾았다.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이 스키니 진에 하이탑 운동화를 신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보면 ‘너무나 게이(gay)스럽다’며 의아한 반응을 보인다”며 “하이탑 열풍은 오직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하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리복은 현지화를 위해 정욱준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고 국내 부산 공장에서 전 제품 라인을 생산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열기가 영원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김 이사는 경험을 통해 잘 안다.
“일단 내년까지는 비즈니스 캐주얼, 배기 팬츠 등의 유행으로 하이&미드컷 슈즈가 여전히 강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하이탑으로 벌어들인 돈을 캐쉬카우(cash cow) 삼아 대체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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