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패션(대표 구본걸)이 지난 9월 3일 세계적인 스포츠 멀티숍 ‘인터스포츠’의 세 번째 매장인 구로점을 오픈했다. 구로점은 프래그십스토어의 개념으로 규모면에서나 구성 브랜드 및 MD, 운영 방식에서 기존 점포와 차이를 보인다.
우선 규모면에서 4,958㎡(1,500평)에 1,2층 복층이며 야구, 농구, 피트니스, 아웃도어 등 스포츠 관련 200여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층별로는 1층 라이프스타일, 키즈, 피트니스, 요가, 트레이닝, 러닝 용품으로 구성됐고 2층은 트래킹, 캠핑, 여행, 클라이밍, 스포츠 클라이밍, 축구, 농구, 야구, 라켓볼, X-스포츠 브랜드들로 채워졌다. 특히 야구 체험관인 비디오 픽쳐 시뮬레이션과 라켓볼, 클라이밍짐 체험관, 게임존 등이 기존 점포와의 차별화 포인트.
구로점, 체험 공간으로 특화
‘인터스포츠’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남기흥 상무는 “구로점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브랜드와 전문가 컨설팅, 체험공간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체험하고 관련 문화를 공감할 수 있는 곳으로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인터스포츠’의 슬로건인 ‘Sports to the People’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과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이곳의 장점이다”고 말한다.
이 같은 컨셉을 명확히 하기 위해 구로점에서는 오픈을 기념해 스포츠 스타와 함께 하는 원포인트 클리닉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 9월 18일부터 26일까지 주말 총 4회 운영된 원포인트 클리닉은 유남규 감독의 탁구 교실, 김건우 해설자의 야구 교실, 서정원 코치의 축구 교실, 손정준 트레이너의 스포츠 클라이밍 등으로 운영됐다. 매장을 넘어 소비자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상권별, 카테고리별 다양한 매장 연출
남기흥 상무는 구로점은 시작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가 구상하는 ‘인터스포츠’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상권별로 혹은 매장의 규모별로, 카테고리별로 무궁무진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상권이나 매장의 규모에 따라 구성 브랜드를 달리할 수 있고 매장 분위기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 매장을 보더라도 문정점의 경우 1,650㎡(약 500평) 규모에 스포츠 컨셉으로 매장을 구성했고 990㎡(300평) 규모의 청주점은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MD를 선보였다.
특히 카테고리별 매장을 구상하고 있는 것은 압권이다. 카테고리별 매장은 축구, 야구, 농구, 러닝 등 각 카테고리별로 별도 매장을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660㎡(200평) 규모의 ‘인터스포츠’ 베이스볼을 비롯해 660㎡(200평) 규모의 ‘인터스포츠’ 사커, 990㎡(300평) 규모의 ‘인터스포츠’ 아웃도어, 또는 165㎡(50평) 규모의 러닝 등 다양한 형태의 매장을 개설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남상무는 인스토어가 어느정도 안정화 단계에 돌입하면 이 같은 형태의 카테고리킬러숍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한다.
멀티숍은 장기 비즈니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터스포츠’를 성공했다고 표현하기는 힘들 듯하다. 이것은 내부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외부적인 구조적 한계 때문으로 보인다. 프렌차이즈라는 국내의 독특한 유통구조로 인해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일부 브랜드들이 여전히 자사 유통망 보호라는 이유를 들어 상품 공급을 기피하거나 한정된 아이템만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남 상무는 이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인터스포츠’는 글로벌 스포츠 메이커들에게는 최고의 바이어다. 일부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인터스포츠’ 전용 상품 라인을 만들 정도로 바잉파워가 막강하다. 따라서 브랜드를 수급하는 문제는 걱정거리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빠른 시간 내에 이 같은 시스템이 정착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미 구로점 오픈 이후 여러 브랜드들이 입점을 문의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귀뜸한다. 또 대형 쇼핑몰에서도 핵심 콘텐츠로 ‘인터스포츠’를 유치하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수익적인 면도 무시하지 못할텐데 이에 대해서도 그의 대답은 명쾌하다. “솔직히 아직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멀티숍은 장기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보다는 향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나의 몫이다. 현재 여러 가지 대응책을 구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기존 매장 안정화와 향후 오픈하는 매장의 컨셉을 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로 수익 극대화
그가 구상하고 있는 대응책이란 자체 브랜드의 매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이른바 EB(Exclusive Brand)를 육성하는 것.(‘인터스포츠’에서는 PB(Private brand)라는 용어 대신 EB를 사용한다. 이는 스위스 본사에서 전개하고 있는 자체 브랜드를 국내 독점 전개하기 때문이다) 우선 내년 초 ‘맥킨리’를 별도 브랜드로 런칭, ‘인터스포츠’를 통해 전개하고 향후 다른 멀티숍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최근 배슬기 실장을 영입한 것도 EB를 육성하기 위한 조치였다. 배실장은 ‘맥킨리’를 비롯해 자체 브랜드의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이들 EB는 라이선스 형태로 계약을 체결, 국내 생산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국내 실정에 맞게 브랜드를 전개할 수 있다. LG패션은 현재 6개의 EB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현재 7% 내외인 자체 브랜드의 매출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또 얼마나 빠른 시간내에 이를 달성하느냐가 수익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남 상무는 “여러 정책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즉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터스포츠’는 첫 방문객의 구매율이 20%를 넘어서며 재구매율 또한 일반 브랜드에 비해 높은 편이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유통형태가 어필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결국 스포츠 시장의 유통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고착화된 국내 유통 구조 아래에서 멀티숍의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하지만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많은 업체들이 스포츠 멀티숍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 멀티숍도 슈즈 멀티숍처럼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인터스포츠’의 위력이 더욱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명성의 브랜드 인지도에 시장 선점 효과가 더해져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profile
1960년생
‘나이키’ 영업, 상품기획, 마케팅, 의류사업본부장 역임
‘리바이스’ 영업본부장
‘시그니쳐’ 사업본부장 겸임
한일합섬 패션사업본부 본부장
LG패션 ‘인터스포츠’ 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