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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나이 43세. 지금 다니는 직장은 세번째 일터다. 겉으론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이력인데 속사정이 기구하다. “첫번째 직장은 두번째 직장에, 두번째 직장은 세번째 직장에 인수되거나 인수될 뻔했습니다. 두번의 과정에서 다음 직장으로 고용 승계된 직원은 저뿐이었어요. 지인들은 ‘부실기업에서 살아남는 법’이란 책을 쓰라고 하더군요.”
백수가 될 뻔한 아찔한 기억을 풀어놓는 그는 LS네트웍스 손호영 마케팅 팀장이다. 1994년 건설회사에 입사한 그는 1997년 국제 상사로 자리를 옮기며 철판수출입 업무를 했다. 간신히 자리를 잡나했더니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스포츠 브랜드 업무를 맡게 된 건 그쯤이다. 대구·경북 지역을 돌며 프로스펙스 대리점을 관리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대구 지역을 처음 맡았을 때만 해도 매출 규모가 40억원대였습니다. 가장 번화한 중심가에조차 매장이 없었어요. 2년간 매장을 꾸준히 늘렸고 제가 지역을 떠날 때쯤엔 7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신바람내며 일한 덕에 성과도 좋았다. 이어서 맡게 된 경북 지역에서도 2년 만에 연매출 98억원을 기록했다. 그런 그에게 알짜 상권인 명동 매장 소장 자리가 주어졌다.
“지금 명동 아디다스 매장이 있는 곳이 원래는 프로스펙스 매장이었어요. 국제상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결국 영업을 중지해야 했죠. 간판을 떼던 날, 외국 브랜드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감정 때문에 참 착잡하더군요.”
국제상사는 2007년 LS그룹에 인수됐다. 그의 소속은 다시 LS로 바뀌었고 프로스펙스, 아웃도어 브랜드 잭울프스킨, 스케쳐스 등의 마케팅을 담당했다. 지난해 프로스펙스가 워킹화 ‘W’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올해부터는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을 새로 맡게 됐다.
“등산 마니아, 속칭 산꾼들에게 몽벨은 정말 유명했던 제품입니다. 반면 대중적인 인지도는 많이 부족했죠. 광고선전비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고요.”
몽벨은 현재 매출액의 20%를 광고선전비로 투자하고 있다. 같은 업계 다른 브랜드들이 매출의 7%를 광고선전비로 쓰는 것에 비하면 3배가량 많다. 손 팀장은 이런 내막을 ‘속도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웃도어업계는 60여개의 브랜드가 있습니다만 상위 5개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빨리 이 대열에 끼지 못하면 소비자들에게 잊혀지고 맙니다. 시간이 없어요.”
이런 이유로 몽벨은 내년 매출 1000억원, 2015년 3000억원을 목표로 삼았다. 여기에 등산객을 대상으로 ‘프루브 캠페인’이라 불리는 체험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3편의 시리즈 광고도 대대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단 연예인 모델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은 유지할 방침이다.
“제가 몇번의 위기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무기는 진정성이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내실을 다하려는 자세만큼 중요한 게 없거든요. 몽벨의 상품력과 기술력이 최고라는 인정을 받은 다음에야 연예인마케팅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모래 위에 지은 성은 금방 무너지는 법이니까요.”
/wild@fnnews.com박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