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현재 개발 중인 의료용 섬유가 완성되면 옷을 통해 피부병을 고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1일 서울 잠실동 본사에서 만난 고경찬 벤텍스 대표이사(50)는 “의료용 섬유인 DDS섬유를 개발해 현재 임상실험에 들어갔다”면서 “실험 결과 아토피 치료효과가 월등하게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DDS는 드러그 딜리버리 시스템(Drug Delivery System)의 약자로 피부병 환자가 약을 바른 후 이 섬유로 제작된 옷을 입으면 약물 흡수를 매우 빠르게 증가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고 대표는 현재 중앙대학교 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의료용 섬유를 개발 중에 있으며 같은 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미 섬유로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피부학을 전공해 의학 박사 학위도 취득할 예정이다.
그가 중앙대 김 교수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의료용 신섬유는 보습성분이 뛰어나서 피부의 수분층이 의복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특수기능이 첨가된 스마트 섬유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벤텍스에서 만들어온 모든 독창적인 섬유제품들이 그의 손을 거쳤을 정도로 고 대표는 사업과 제품 연구개발이라는 두 개의 산을 모두 정복해오고 있다. 의료용 섬유 역시 고 대표가 의학 공부를 통해 직접 개발해오고 있다. 이번에 중앙대에서 의학박사 과정을 밟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개발 중인 메디컬 섬유가 내년쯤에는 완성되고 본격적인 생산 판매에 들어간다면 기업가치가 한 단계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텍스는 1초 만에 마르는 섬유인 ‘드라이존’으로 유명한 회사다. 드라이존으로 제작된 셔츠를 입고 운동을 하면 땀이 나도 1초 만에 바로 옷의 외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피부에 닿는 면적은 건조한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고 대표는 지난 2005년 이 섬유를 개발해 미국의 노스페이스, 뉴발란스 일본의 블랙앤 화이트, 와코루 등 세계 유명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오롱, K2, 블랙야크 등 전 브랜드에 들어간다. 드라이존 개발 이후 회사 규모도 매년 30% 가량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07억원을 달성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50% 가량 급증한 31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증시 상장도 준비 중이다. 이미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간사로 선정하고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내후년 초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으로 들어오게 되는 투자금은 대부분 메디칼 섬유와 같은 신소재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고 대표는 “아무것도 없이 빚만 가지고 시작한 회사가 12년 만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벤텍스 만의 독창적인 기술력 덕분”이라며 “증시 상장으로 투자받은 자금은 당연히 기술개발에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섬유가 사양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대해서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우리가 옷을 입지 않고 살아갈 수 없듯이 섬유산업은 새로운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대단히 독특한 사업”이라며 “중국 대만 등 경쟁국에서 따라올 수 없는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많이 사라지고 있는 대학 내 섬유 학과의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는 1년에 3000만원씩 장학금도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현재 섬유과가 남아있는 대학교가 전국에 13개 밖에 안된다”며 “한국섬유산업연합회를 통해 대학교에 장학금을 출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다음에는 무슨 기술을 통해서 어떤 신제품을 보여줄지가 항상 하고 있는 고민”이라며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섬유 개발을 통해 벤텍스를 청년 정신이 살아 숨쉬는 회사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