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몸집 불리기 결국 ‘위기’ 부르나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영역 확장에 거침없던 이랜드(회장 박성수)의 인수합병(M&A)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주요 계열사들의 지난 3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 추진했던 M&A 건들도 줄줄이 무산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그동안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까지 이랜드는 M&A를 통해 그룹의 몸집을 불리며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서는 등 중심 사업체를 통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이랜드의 국내·해외 계열사는 각각 30개와 69개로 총 99개. 업계에서는 계열사 간 동반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경우 자칫 계열사 끼리 물고 물려 그룹 전체가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랜드 측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랜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일요서울]이 직접 들여다봤다.
주 계열사와 상장사 모두 적자전환…부채비율 증가 그룹재무구조 괜찮을까
잇단 인수 포기…“이목 끌기 위한 기업홍보 수단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지난달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주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과(백화점·할인점·슈퍼마켓) 이랜드월드(의류제조)가 적자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랜드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인 데코네티션(의류제조)과 이월드(관광지 개발사업·관광용역사업) 역시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이랜드월드의 지난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3017억 원에서 올해 3408억 원으로 소폭 상승한 반면 순이익은 하락하다 못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지난해 99억 원을 기록한 반면 올해 3분기에는 마이너스 94억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상반기 7712억 원의 매출액과 78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이상의 고성장을 이뤘던 모습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보다 무려 270억 원 하락한 25억 원을 나타냈다.

유통 채널을 담당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의 3분기 실적 역시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소폭 상승한 4409억 원을 기록하며 비교적 양호했으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8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순이익도 마이너스 12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 측은 “지난 7월 110억 원 정도의 기부금이 지출되면서 영업 손실로 이어진 것”이라며 “이랜드리테일의 유통 채널을 자세히 살펴보면 백화점·대형마트·슈퍼마켓 모두 1~4%가량 고르게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랜드월드와 관련해서는 “전통적으로 3·4분기는 패션 업계의 비수기로 3분기 누적으로 봤을 때는 여전히 흑자 상황이다. 이랜드월드는 불경기 속에서도 타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 들어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코네티션과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이월드다.
데코네티션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이 4억 원가량 하락하며 32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각각 38억 원과 46억 원의 손실을 냈다. 경기불황과 맞물려 실적 반등 시점도 예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0년 ‘데코’와 합병 이후 매출은 다소 회복세를 보였으나 이익은 주춤했으며 2010년에는 170억 원의 순손실을, 2011년에는 12억 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 경기가 위축되면서 의류 수요 역시 위축돼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데코네티션도 이 같은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월드는 적자폭을 줄여오며 지난 2분기 깜짝 흑자 전환을 했지만 다시 적자 늪에 빠진 모양새다.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5억 원가량 줄어든 34억 원을 기록했지만 매출 규모와 비등하게 순손실만 31억 원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순손실 규모는 축소됐지만 2분기 흑자로 선방했던 상반기 순손실액인 13억 원보다는 손실 폭이 늘어났다.
이랜드 측은 “파크나 이월드 등 계열사에 대한 투자가 최근에 집행된 만큼 1년 정도 후에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계열사, 연쇄적으로 무너질까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온 이랜드에 대해 그동안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었다.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자금을 지원하는 일종의 ‘순환보증’ 구조를 지니고 있는 이랜드가 계열사 간 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을 경우, 재무구조가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2010년부터 본격화된 M&A와 사업 확장으로 인해 차입금이 불어나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 M&A를 주도하는 이랜드리테일의 2008년 말 부채비율은 80.4%에서 M&A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0년 말 199.7%로 증가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지난해 3분기 말에는 255%에 달했을 정도다. 패션 M&A를 담당하고 있는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도 2009년 말 82.4%에서 2010년 말 115.7%로 증가했다. IFRS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 말에는 무려 153.9%에 이르렀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랜드가 2008년 홈에버 매각과 지난해 킴스클럽 매각을 통해 상당한 차입금이 해소됐을 것으로 분석했지만, 이랜드의 M&A 행보는 계속돼 재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질 않았다. 새롭게 인수한 기업 성과와 함께 눈에 띄는 차입금 축소가 나타나야 하지만 기업 성과는커녕 부채비율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랜드 측은 부채비율은 일시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부채비율로 재무 상태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랜드 측은 “의류의 경우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으로 이번 적자는 그러한 예 중 하나”라며 “더욱이 내년 중국 IPO를 통해 중국법인 일부가 상장될 경우 수익 면에서 기대가 크다. 따라서 부실채권은 전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M&A 무산도 자금 여력이 충분치 못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과거 활발히 M&A를 진행했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서는 줄줄이 무산되거나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지난 3월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 구단 인수 실패에 이어 8월과 9월 각각 쌍용건설과 신발 브랜드인 컬렉티브브랜드(CBI) 인수도 무산됐다. 지난 11월에는 미국 스포츠브랜드인 케이스위스 인수 포기에 이어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 인수도 포기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경기도 일산 고양터미널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검토 결과 시너지 효과가 없다고 판단돼 본입찰에서 포기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랜드의 M&A가 활발하던 시기와 달리 잇따른 포기가 이어지자 “이목을 끌기 위한 기업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총매출 8조4000억 원, 영업이익 5500억 원으로 M&A 여력은 충분하다”면서 “매물로 나온 기업 100개를 들여다보면 실제 M&A는 1~2개가 성사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체 매출이 높은데 반해 부채비율이 줄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부채를 갚기보다는 새로운 M&A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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