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이랜드 그룹의 미국 신발회사 케이스위스(K-SWISS) 인수를 지원하기로 했다.
22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이미 인수한 케이스위스를 통해 CB(전환사채) 등 메자닌 증권을 발행해 1130여억 원을 유치하기로 하고 그 대상자로 도미누스가 조성할 PEF를 확정했다. 도미누스가 만들 PEF에는 주요 투자자(LP)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국내외 대형 연기금이 참여했다.
거래 관계자는 “당초 이랜드는 경영권 지분 51%를 제외한 49% 지분을 유동화 하는 거래를 생각하고 도미누스가 이 거래를 주도했다”며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이 각각 250억 원씩을 투자해 각자 기금 투자 심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랜드가 케이스위스를 통해 발행할 CB 등은 안정적인 수익률이 보장된 메자닌 증권이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연 7%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는 케이스위스를 예상보다 낮은 1800여억 원에 인수했고, 회사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어 CB 발행에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이 거래에 대한 주관 권리(mandate)를 확보했던 도미누스는 사학연금 등 연기금을 투자자로 유치해 목표 자금을 채웠다. 그러나 뒤늦게 국민연금이 투자 건에 흥미를 보이면서 주요 투자자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도미누스는 케이스위스가 추후에 크게 성장할 경우 이번에 투자한 CB 등을 주식으로 전환해 주가상승 차익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1130여억 원의 투자 분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도미누스는 약 3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케이스위스는 지난 66년 미국에서 설립된 스포츠 용품 업체다. 현재 미국은 물론 인근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 외에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등 30여 개국에 진출해있다. 이 회사는 2011년까지 3년간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랜드 인수로 올해부터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이랜드가 미국 신발업체 CBI 인수전에 참여하자 금융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앞서 2006년에는 2000억 원을 코람코자산신탁에 출자해 6147억 원 규모의 이랜드 홈에버 매장 10곳을 인수하기도 했다.
도미누스는 유진그룹 계열 유진자산운용에서 2011년 PEF와 대체투자 사업부가 독립해 세워진 사모펀드 운용사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과 도이치방크를 거친 정도현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도미누스는 올 초에도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의 투자를 받아 현대차그룹과 약 1000억 원 규모의 동반성장 투자용 PEF를 구성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랜드는 애초 4000억 원의 국내 유보현금을 활용해 케이스위스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번 투자유치로 케이스위스 인수에 1000억 원에 못 미치는 자금을 소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그룹은 급성장하는 중국 사업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담보로 조 단위의 굵직한 해외 브랜드 인수 건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