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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랑가 몰라] 국민패션이 된 ‘짝퉁 三線 슬리퍼’… 41년 전 아디다스 제품이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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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이런 구절이 있다. “중년 오토바이 애호가들은 승용차가 주는 안락함이 싫어서 이 세계로 넘어온다. 그들은 고급 승용차의 가죽시트에 몸을 파묻고 안전벨트와 에어백으로 안전하게 보호받기를 좋아하는 자기 또래 인간들을 속물 취급하면서 자기를 차별화한다… 그들의 이런 나르시시즘적 자아인식은 여간해서 깨지지 않는다. 삼선 슬리퍼를 끌고 헬멧도 없이 지그재그로 도심을 질주하는 십대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슬리퍼는 상표권 해당 안돼
세 줄무늬 너도나도 베껴

한국인의 튀지 않으려는
동일화 심리도 유행 거들어


	삼선(三線) 슬리퍼

알아주는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한 커리어우먼은 명품으로 몸을 감싸고 다닌다. 한 곳도 튀는 구석이 없는 우아한 정장도, 굽이 낮은 깔끔한 구두도, 투박한 듯하지만 기품이 넘치는 가방도 알고 보면 명품 일색이다. 하지만 그녀가 항상 책상 밑에 모셔두고 있다가 매일 사무를 볼 때 갈아신는 슬리퍼는 단돈 3000원짜리 짝퉁 삼선(三線) 슬리퍼<사진>, 일명 ‘삼디다스’다. 그녀는 사무실에선 반드시 이 슬리퍼만 신는다. “일류 기업의 답답한 사무실에서 느끼는 밑바닥 삼류(三流) 세계의 해방감이랄까? 삼디다스를 질질 끌고 다닐 때 느끼는 그 삐리한 자유.” 그녀는 일요일 화장을 안 하고 동네 빵집에 빵 사러갈 때도 삼디다스를 신는다.

검은색 슬리퍼에 흰색 줄 세 개가 새겨진 이른바 ‘삼선 슬리퍼’가 한국 중·고등학생의 필수 아이템을 넘어 ‘국민 슬리퍼’로 자리 잡은 데에는 한국인들의 ‘동일화 심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튀지 않고 유대감을 나타내려는 심리가 삼선 슬리퍼로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김상규 교수는 “삼선 슬리퍼를 자세히 보면 사실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세련된 모양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 슬리퍼를 신으면 집단에 소속된 기분이 들고 ‘나도 당신과 다르지 않다’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어 사람들이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선 슬리퍼의 원조(元祖)는 1972년부터 아디다스가 레저용 슬리퍼로 만든 ‘아딜레트’. 하지만 지금 사무실 바닥을 지배한 삼선 슬리퍼는 ‘열에 아홉’이 짝퉁이다. 그런데도 대기업은 공장 견학용으로, 학교는 손님용으로, 피트니스센터는 목욕탕용으로 짝퉁 삼디다스를 대량 구매하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과 수퍼마켓, 문방구는 짝퉁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삼디다스는 대한민국 짝퉁 역사상 가장 성공한 짝퉁이란 평가도 받는다.

아디다스의 삼선 슬리퍼 ‘아딜레트’가 한국 중고생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짝퉁의 8배 가격인 2만5000원에 팔리다가 작년에 단종됐다. 하지만 전국에 산재한 짝퉁 공장들은 여전히 삼선 슬리퍼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공장이 워낙 많아 석 줄 디자인이나 형태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인 틀은 ‘흰 줄 셋’으로 거의 비슷하다.

이렇게 대놓고 베껴도 괜찮은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운동화가 이런 석 줄무늬를 사용했다면 불법이다. 아디다스는 2011년 ‘삼선 무늬’의 상표권 소송에서 승소해, 재판부로부터 “‘3선 줄무늬’가 포함된 스포츠 의류나 운동화를 만들거나 팔아선 안 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슬리퍼는 ‘스포츠 의류나 운동화’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일반 의류와 운동화에 대해선 판결 직후 상표 등록을 마무리했지만, 슬리퍼는 다른 제품군(群)이라 별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디다스는 현재 삼선 슬리퍼의 상표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절차가 완료되면 아디다스는 이 국민 슬리퍼의 생산·유통에 철퇴를 가할까? 아디다스 측은 “정해진 방침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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