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권 66곳 8년 전과 비교
신천역 재건축 호재 137%↑
북촌 덕 인사동 105% 올라
양재·노원역은 제자리 걸음
이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56)씨는 “2000년대 중반엔 허름한 ‘동네장사집’이었는데 그동안 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커지고 임대료가 뛰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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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개발 붐을 타고 상권지도가 많이 달라졌다. 재건축·전철 등 개발이 활발한 지역의 상권이 확 커진 반면 개발에서 밀려난 곳은 상대적으로 시들해졌다.
상가전문정보업체 에프알인베스트먼트가 지난달 서울 주요 상권 66곳 5200여 개 점포의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점포당 평균 월세가 2005년 말 이후 43.9% 상승했다. 상권별로는 신천역·인사동·홍대입구역 상권 등이 크게 오르고 문정동로데오거리·구로디지털단지역·양재역 상권 등은 별 차이가 없었다. 신천역 일대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달 기준으로 월세가 730만원으로 2005년(308만원)보다 1.4배가량 올랐다. 인사동도 2005년 399만원에서 현재 820만원으로 105.5% 올랐다. 홍대입구·이대입구역도 현재 2005년의 1.5배 수준이다.
신천역 임대료가 많이 오른 데는 재건축 단지 입주가 큰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후반 잠실엘스·잠실리센츠·잠실트리지움 등 1만 가구가 넘는 새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유입인구가 급증했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이들 단지 내 상가 가격이 오르면서 주변의 기존 상가 임대료도 자극했다”고 말했다.
인사동은 인근 북촌 한옥마을 덕을 봤다. 정부가 한옥 보존을 위해 북촌 한옥마을 가꾸기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든 것이다. 일본·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쇼핑명소로 떠오른 홍대입구·이대입구역도 마찬가지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홍대·이대 일대는 온라인 쇼핑몰의 발달로 한때 시들해졌다가 2000년대 후반 외국인 관광객 덕에 다시 부흥을 누리게 됐다”고 전했다.

임대료 상승폭이 작은 상권은 문정동로데오거리(13.2%)·구로디지털단지역(12.5%)·노원역(13.2%)·양재역(5.6%) 등이다. 공통적으로 인근 대형 쇼핑시설 등에 밀려 상권이 위축됐다. 문정동로데오거리는 문정·장지동에 조성된 가든파이브가 2010년 6월 문을 열면서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구로디지털단지역은 신도림동 디큐브시티(2011년 8월 개장)의 타격을 입었다.
양재역은 2011년 10월 신분당선 강남~정자 구간 개통 후 강남역 상권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맥이 빠졌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호황기에는 주변에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함께 활기를 띠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빨대 효과’ 때문에 주변이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학원가가 형성돼 10대 유동인구가 많았던 노원역 상권은 쉬워진 수능, 혁신학교 개교 등의 영향을 받아 임대료가 제자리걸음이다. 상가전문중개업체인 콜드엘뱅커 케이리얼티 이현철 대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관광객 등 특정 수요가 몰리는 지역으로 상권 쏠림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지역은 명동(8365만원)으로, 9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