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기간 한 달, 역대 최대 참여율로 진행 중인 백화점 여름 정기세일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불황, 패션경기 침체는 이미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고, 상시나 다름없는 브랜드 행사에, 정기세일이 한 달로 연장되면서 폭발력을 잃은 탓이 크다. 소비자들이 가격할인에 둔감해지게 되면서 세일 효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집객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세일 중반에 접어든 16일 현재, 빅3 백화점의 전년 동 세일 대비 신장률(동일 점포 기준)은 롯데가 약 6%, 신세계 약 3%, 현대 약 5%를 기록 중이다. 세일이 시작된 첫 주 대비해 신장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세일의 포문을 여는 역할을 해 줬던 트래디셔널 캐주얼의 시즌오프 행사도 이번 세일에서는 화제를 일으키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세일 초기에 화력을 집중하는 업계 관례상 중반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현재는 후반기 회복세를 보이는 예년의 패턴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백화점 MD의 70% 가량을 차지, 매출 비중이 큰 패션 부문이 평균 신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꽃, 실적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여성복이 세일발을 받지 못해 타격이 큰데, 롯데에서는 첫 주 반짝 이후 침묵, 신세계의 경우에는 세일 시작 후 현재까지 마이너스 신장했다. 기본은 해줬던 남성복도 백화점 별로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역신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여름, 겨울 시즌 오프만 진행하는 수입 브랜드들이 세일 효과를 보고 있고, 할인 폭이 큰 글로벌 SPA 브랜드, 휴가철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난 스포츠, 아웃도어군이 신장하는 정도다. 여성복과 캐주얼군에서는 리딩 브랜드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전형적인 불황기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실적이 괜찮은 리딩 브랜드들 역시도 전체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중반까지의 상황만을 놓고 보면 수도권보다 지방권 상황이 더 나은 것이 눈에 띈다. 보통은 부산을 제외하면 서울 수도권 점포의 매출 집중도가 훨씬 높았는데 이번 세일에서는 충청 이남 점포들에서 굴곡 없이 고른 신장률이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백화점 업계는 첫 주말 이후 수도권에만 집중된 비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들어 지방 점포들은 맑은 날씨에 힘을 입었고, 수도권 점포들은 집객 하락에 더해 온라인 매출도 신통치 않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런 속에서도 특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브랜드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랄프로렌 칠드런’. 이번 세일 기간 중 사상 최대인 50% 할인을 실시해 16일까지 롯데백화점 추정 100%, 신세계에서 38% 신장했다. 병행수입상품의 대량 유입과 구매대행 또는 해외 직접 구매 시와 비교해 큰 가격차로 인해 폴로 계열이 부진에 빠진 와중에 가격저항 완화 카드를 들고 나와 효과를 보고 있다. ‘랄프로렌 칠드런’은 가을 신상품 출고분부터 정상판매가도 최대 40% 내린다.
크록스코리아의 ‘크록스’는 국민신발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히트한 슬리퍼가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고, 올 시즌 내놓은 젤리슈즈와 여성 샌들, 레인부츠도 여전한 시장성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노 세일 브랜드임에도 이번 세일 기간 중 평효율이 가장 높은 브랜드로 꼽는다.
최근 후원선수인 박인비 프로가 큰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하면서 분위기를 탄 ‘휠라’는 이달 들어 수도권에서 15% 가량 신장, 아웃도어에 밀려 위축된 골프웨어군에 오랜만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