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판례 뒤집고 파기환송…소송 시점의 식별력 기준으로 유사성 판단
유명 브랜드 뉴발란스 운동화 옆면의 ‘N’ 표장은 식별력 있는 상표권 보호 대상이므로 이와 유사한 표장을 단 운동화를 생산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0일 뉴발란스가 국내업체 U사를 상대로 낸 상표권 권리범위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U사는 뉴발란스와 표장이 유사한 제품을 더는 생산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상표 등록 당시에는 식별력이 없었지만 이후 소비자들이 널리 애용하면서 어떤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지 식별력이 생겼다면 이를 기초로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상표의 식별력은 거래 실태나 수요자 구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 개념으로, 상표권 등록 시점이 아닌 소송 시점에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을 상징하는지 인식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상표 등록 이후 식별력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등록 당시 식별력이 없었다면 상표권을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 온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뉴발란스는 1975년부터 세계 각국에서 N 표장을 사용한 제품을 판매해왔고 2004∼2010년 매출액이 2천820억원에 달했다”며 “N표장이 등록 당시인 1984년에는 식별력이 없었더라도 권리범위 확인 심판이 이뤄진 2011년에는 소비자들이 출처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식별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상표의 유사 여부는 외관이나 호칭 등을 객관적, 전체적으로 보고 상품 출처에 대해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U사의 표장에서 영문 회사명보다는 N 모양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두 회사의 표장이 서로 혼동될 우려가 있어 유사 상표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U사는 기울여 쓴 N모양 밑에 영문으로 사명이 쓰인 뉴발란스와 표장이 유사한 운동화를 생산해 왔다. U사는 2011년 3월 뉴발란스를 상대로 이런 자신들의 표장이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취지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이 그해 7월 뉴발란스의 N 표장은 간단하고 흔해 식별력이 없어 상표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리자 뉴발란스는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특허법원은 두 회사의 상표가 일부 유사점은 있지만, 외관이나 호칭 등이 서로 달라 일반 소비자가 혼동할 우려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