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을 맞아 세계 스포츠용품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장외경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가 수십년간 축구시장을 틀어쥐고 있는 아디다스의 아성을 곧 무너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세를 불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과 독일이 겨룬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은 나이키(미국)와 아디다스(독일)의 대리전이나 다름없었다. 이날 경기는 독일이 1대 0으로 이겼지만 미국이 G조 2위로 독일과 함께 16강에 진출하면서 최종 승자를 점치기 어렵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경기로만 치면 나이키와 아디다스 모두 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나이키에 더 호의적이다. 나이키의 주가가 최근 1년간 25% 가까이 오른 데 반해 아디다스는 12% 넘게 하락했다.
나이키는 미국과 독일 축구대표팀이 브라질에서 맞붙은 날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을 열광시켰다. 나이키는 26일 실적발표에서 3-5월 매출이 74억달러(약 7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끝난 2013회계연도의 축구용품 매출은 23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1%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나이키는 일류 팀과 스타급 선수들에 대한 후원을 확대하면서 북미와 서유럽 지역의 축구용품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게 실적 개선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나이키 브랜드 부문 사장인 트레버 에드워즈는 “이번 월드컵에서 나이키를 입은 선수가 다른 브랜드를 입은 선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아디다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사로 유리한 고지에서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 회사의 축구용품 매출은 2010년 15억유로(약 2조원), 2012년 17억유로에서 올해는 20억유로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디다스는 올해 월드컵 티셔츠와 공인구인 브라주카를 각각 800만장, 1400만개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티셔츠가 650만장, 공인구 자블라니는 1300만개가 팔렸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결국 쫓기는 입장이다. FT는 하버트 하이너 아디다스 CEO(최고경영자)가 주주들로부터 나이키의 공세를 막으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시너지의 팀 크로우 CEO는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싸움 주도권은 나이키가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이키가 한동안 전 세계에서 아디다스의 입지를 갉아 먹을 것”이라며 “나이키가 축구 브랜드로서 아디다스를 압도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나이키는 오는 7-11월 모든 제품군에 걸쳐 선주문이 11% 늘었다며 월드컵 효과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나이키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과 개최국 브라질 등 모두 10개국 대표팀을 후원했다.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 등을 간판스타로 앞세웠다. 2030년까지 FIFA 공식 후원 계약을 연장한 아디다스는 독일과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9개 팀에 유니폼을 입혔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가 얼굴마담으로 나섰다.
조별리그 결과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후원한 팀 가운데 각각 5개 팀만 16강에 남았다. 대표 선수는 네이마르와 메시뿐이다. 전문가들은 남미 강호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결승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대리전으로 손색없는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