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의 연이은 실적 부진이 본사 위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8일(현지시각) 아디다스가 동떨어진 본사 위치로 인해 디자인과 마케팅, 온라인 분야의 인재를 수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디다스 본사는 독일 바이에른주 헤르초겐아우라흐(헤르초)에 있다.
인구 2만4000명의 헤르초는 독일 양대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와 퓨마의 본사가 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알려진 것이 없는 조용한 도시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아디다스 본사 직원 중 상당수는 23km 떨어진 관광도시 뉘른베르크나 인근 대학도시 에를랑겐에서 출퇴근한다. 하지만 헤르초에서 두 도시까지 직접 연결되는 기차 편이 없어 적잖은 불편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전 아디다스 본사 직원은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농장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며 “뭔가 멋진 취미를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디다스도 1990년대에 본사 이전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때마침 냉전 종식으로 헤르초에 주둔했던 미군부대가 떠나면서 남겨진 부지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회사의 채용 담당자인 스티브 포가티는 관련 인터뷰에서 “최고의 인재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환경이 아쉽다”며 “특히 디자이너들은 베를린이나 런던, 암스테르담 같은 국제적인 도시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곳으로 오라고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아디다스는 최근 실적 부진으로 미국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언더아머에 밀려 점유율 3위로 내려앉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디다스의 올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하락한 1억4400만유로(1억9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2% 증가한 34억7000만유로였지만 골프용품 판매 둔화와 러시아 시장의 소비자 지출 감소 등 악재가 겹치며 수익이 악화됐다. 주가는 올 들어 30% 넘게 하락했다.
아직 아디다스는 글로벌 스포츠용품 시장 2위를 지키고 있다. 부동의 1위는 미국의 나이키다.
나이키의 본사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11km 떨어진 비버턴에 있다. 오리건 출신인 설립자 필 나이트가 처음 이곳에 회사의 기반을 닦았을 때 기업 본사로 좋은 위치가 아니라는 주변의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포틀랜드가 태평양을 가로질러 아시아의 생산 기지와 가깝고 젊고 우수한 인재 수급에 용이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세계 스포츠브랜드의 중심으로 급성장하면서 비버턴의 위상도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아디다스도 미주 본사를 1993년 뉴저지에서 포틀랜드로 이전했다. 올해 3월에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폴 가우디오를 임명하면서 헤르초에 있던 관련 부서도 포틀랜드로 이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약 1000명의 아디다스 직원이 포틀랜드에서 일하고 있지만 같은 도시를 본사로 둔 나이키의 8500명 정예군단과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