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온라인 패션쇼핑몰이 태동하던 시기만 하더라도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직접 보지도 입지도 못하는 옷을 누가 사겠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덧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22조에 달했고, 역직구 붐 덕분에 국가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온라인은 더욱 주목받는 채널로 등극했다.
그렇다면 온라인 채널에서 소비자를 사로잡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근 주목받는 온라인 업체들을 통해 알아보자. <편집자주>
소비 트렌드 맞춰 진화하는 온라인 셀렉트숍
가치 소비족 사로잡은 셀렉트숍…모바일·글로벌화로 진일보 꾀해
가치 소비족의 마음을 사로잡은 셀렉트숍들이 온라인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29 cm’ PT를 통해 소개된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플러스마이너스제로 |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가 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가격이 아닌 가치에 승부를 건 온라인 셀렉트숍들이 있다. 바로 ‘더블유컨셉’과 ‘29cm’ 그리고 ‘무신사’다. 이들은 국내 홀세일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들에 판로를 제공하면서 리테일 시대의 도래를 촉진하기도 했다.
이들 셀렉트숍이 타깃으로 잡은 것은 가치 소비족이다. 가치 소비족은 가격이나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제품이 가진 가치와 퀄리티에 주목하는 신흥 소비층이다. 따라서 ‘더블유컨셉’ 등의 온라인 셀렉트숍에서는 가격보다는 제품의 이미지를 앞세우며, 여기에 제품에 대한 상세 설명은 물론 해당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콘셉과 정체성 등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제품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전달하기 때문에 가격 저항은 적은 편이다. 겨울 아우터의 경우 20~60만원대로 메스 브랜드에 맞먹는 가격대이지만 판매가 좋다. 또한 현재 주 고객층이 20~30대로 젊기 때문에 향후 경제력 증가에 따라 매출이 증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아직도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모바일 시장에 대한 대처다. ‘29cm’는 앱을 출시한 후 매출 비중을 50% 끌어 올려놓은 상태이며 ‘더블유컨셉’은 국내를 넘어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더블유컨셉 차이나’ 모바일 버전을 오픈했다. ‘무신사’ 또한 모바일 페이지를 연 데 이어 앱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 ‘더블유컨셉’, 차별화된 콘텐츠로 어필
‘더블유컨셉’은 해외 쇼핑구매 대행업체인 ‘위즈위드’를 전신으로 두고 있다. ‘위즈위드’를 운영하면서 세계적으로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홀세일 브랜드들이 탄생하는 것을 지켜보다 이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게 된 것.
이 셀렉트숍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이너들과의 꾸준한 콜래보레이션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사이트 오픈 전부터 ‘프론트로우’라는 자체 브랜드를 통해 ‘앤디앤뎁’ ‘쟈뎅드슈에뜨’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와 콜래보를 선보이며 화제몰이를 했던 ‘더블유컨셉’은 최근에도 신진 디자이너들과 활발한 협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위즈위드’를 통한 해외 소싱력이 발판이 된 것으로 직접 생산을 진행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고객 만족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고객이 받아봤을 때 기뻐할 수 있도록 고급 포장재를 사용하며 배송이 늦어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또한 불량을 최소화기 위해 5회 이상의 검품을 실시한다. 때문에 후기에는 시착 사진보다 포장 상태를 찍어 올리는 사진이 눈에 많이 띈다.
이 때문에 ‘더블유컨셉’은 패션업계에 불황이 이어진 지난 3년간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300억원으로 지난 2013년 대비 3배 성장한 수치이다. ‘더블유컨셉’은 향후 해외 진출을 통해 볼륨 증대를 꾀할 방침이다.
◇ 소비자와 소통 창구가 된 ‘29cm’
‘29cm’는 홀세일 브랜드가 입점하고 싶은 브랜드 1위로 손꼽힌다. 그만큼 브랜드 가치나 아이덴티티, 히스토리 등을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Guide to better choice)’라는 ‘29cm’의 운영 모토와 맞닿아 있다.
때문에 ‘29cm’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성장한 홀세일 브랜드들이 많다. 슈즈 브랜드 ‘베로니카포런던’은 2년 전 ‘29cm’와의 단독 상품을 개발하며 시작해 현재는 매출 10위권 안에 드는 핫 브랜드로 성장했다. ‘29cm’에서 국내에 첫 소개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시계 브랜드 ‘브래들리 타임피스’도 정성이 깃든 홍보에 베스트셀러 브랜드로 등극했으며 다수의 유통망도 확보하게 됐다.
‘29cm’는 이러한 마케팅 능력을 살려 기업과의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프리젠테이션인 ‘PT’ 코너에는 ‘컨버스’ ‘르쿠르제’ ‘갤럭시S6’ ‘라인프렌즈’ ‘월간 윤종신’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제품을 소개해왔다. PT는 수익면에서도 좋지만 ‘29cm’의 트래픽이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가져다 준다.
◇ 국내 홀세일 브랜드와 성장한 ‘무신사’
‘무신사’는 스트리트에 기반을 둔 국내 홀세일 브랜드의 성장을 촉진해온 플랫폼이다. 이 사이트가 스토어 만큼이나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뉴스와 매거진 등의 콘텐츠다. 이 섹션에서는 최근 출시된 상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부터 디렉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브랜드의 역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덕분에 국내 홀세일 시장이 무르익을 수 있었고. ‘모디파이드’ ‘비바스튜디오’ ‘에스피오나지’ ‘크리틱’ ‘커버낫’ 등의 브랜드가 함께 성장해 왔다.
‘무신사’는 최근 대규모의 아우터전을 진행하며 다시 한 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내외 500여 개 브랜드의 5000여 종 아우터를 11월부터 12월까지 두달간 판매 촉진에 나선 것. 이를 위해 다양한 할인 및 경품 프로모션은 물론 버스 정류장 광고 등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이는 개별적인 홍보를 하기 어려운 홀세일 브랜드들의 매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는 앞으로 타깃층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현재 주요 소비층이 20대 남성인 이 셀렉트숍은 여성은 물론 보다 폭넓은 연령층을 사로잡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1150억원의 연매출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