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마라톤의 한계로 불리는 2시간 벽을 깨려는 역사적 시도가 불과 25초 차이로 좌절됐다.
6일 오전 5시45분(현지시간) 나이키 주최로 이탈리아 밀라노 북쪽에 있는 포뮬러원 자동차경주코스(몬차자동차경주장)에서 열린 ‘브레이킹2’(Breaking2) 프로젝트 경기에서 세계적인 마라토너 3인이 참가해 풀코스 경주를 벌인 결과,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32, Eliud Kipchoge)가 2시간0분 25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현재 남자 마라톤 최고기록 보유자인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Dennis Kimetto)가 2014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운 세계 신기록 ‘2시간2분57초’보다 2분32초나 앞선 기록이다. 하지만 목표로 했던 2시간 벽은 깨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국제육상연맹이 공인한 정식 대회가 아니여서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킵초게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페이스북 방송 화면
이날 2시간 벽 깨기에 나선 선수는 킵초게를 비롯해 에티오피아의 렐리사 데시사(Lelisa Desisa), 에리트레아의 제르세나이 타데세(Zersenay Tadese)였다.
킵초게는 2016년 리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로, 최고 기록은 2016년 런던 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3분5초다. 데시사는 2013년과 2015년 보스턴 마라톤 2연속 우승자로, 두바이 마라톤에서 2시간4분35초의 시즌 최고 기록을 낸 바 있다. 타데세는 하프마라톤 세계 최고 기록 보유자다. 2010년 리스본 하프마라톤에서 58분23초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이번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던 나이키는 그동안 신발 소재 및 디자인, 스포츠 심리, 운동생리학 등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이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지원해왔다. 특히 나이키의 기술력으로 달릴 때의 운동에너지를 4% 절약할 수 있는 신소재 초경량 러닝화를 제작해 지급했다.
2시간 벽 깨기 도전에 나선 세 명의 선수들. 나이키 제공
이런 전방위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2시간 벽은 깨지지 않았다. 2시간 내 마라톤 기록은 불가능한 것일까? 운동생리학자 마이클 조이너(Michael Joyner)는 1991년 마라톤의 생리학적 한계를 분석해 발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마라톤 선수의 경기력을 좌우하는 3대 요소는 운동 지구력을 좌우하는 최대산소섭취량(VO2 max), 젖산 생산량이 분해능력을 초과해 근육과 혈액에 축적되는 시기를 뜻하는 젖산역치(Lactate Threshold), 그리고 효율적으로 달리는 방법을 뜻하는 경제적 달리기(running economy)이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최대산소섭취량은 엔진 성능, 경제적 달리기는 연비인 셈이다. 조이너는 이 세가지 요소의 생리학적 최대치를 계산한 결과, 인간의 마라톤 기록 한계는 1시간57분58초라고 발표했다. 이번 도전은 선수의 경기력을 그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려던 것이었으나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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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793643.html#csidx828b7d2d1863a178f0e205194a3b0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