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닐 때 같이 일했던 후배가 브랜드를 런칭했다. 런칭 하기 전부터 꾸준히 찾아와서 의견을 나눴다. 상품기획이나 디자인을 했던 친구들이 브랜드 런칭을 많이 한다. 아무래도 상품이 핵심이다 보니 그렇다. 그런데 대다수는 실패한다. 왜냐하면 상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백만원을 들여 멋진 화보를 촬영하고, 한 페이지는 채울 상품수를 준비해서 천만원 단위로 발주한다. 제품이 안팔리면 제품수가 부족해서 그런 줄 알고 스타일과 SKU를 더 늘린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안에 보유 현금이 떨어져서 사업을 접는다.
그래서 런칭 시 자금 계획을 수립하라고 한다. 상품은 샘플 작업만 하라고 조언한다. 몇백들여 포토 작업하는 것도 직접 하라고 한다. 무엇보다 월단위 예측 판매 수량을 적어서 가져오라고 한다. 보통 월 목표 매출은 회사에서 훈련을 해봤기 때문에 잘 세운다. 그런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 짜리 제품이 몇개 팔릴지 예상 시나리오를 수립해서 월 판매 수량을 잡아보고, 그걸 일 판매수량까지 쪼개보라고 한다. 그 다음 그 일판매수량 달성을 위해 타겟팅한 고객들이 있는 어느 채널에서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보라고 한다.
그러면 대부분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이상한 질문을 받았다고 여기며 도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가져온 것에 이 질문을 같이 던져보지만 솔직히 나도 답은 모른다. 대신 이 작업을 두세번 하다보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을 해왔는지 깨닫게 되고, 방향 전환를 하게된다. 이상과 현실이 다름을 깨닫는 것이다. 더 빨리 깨달으면 그나마 회복 가능한 자본 손실 수준이 된다. 이런 검증 작업을 한번 할 때마다 시간과 돈이 얼마나 소요되는 확인하면 갖고 있는 자금 내에서 몇번 시도 할 수 있는지, 더해보기 위해서는 몇개월 안에 얼마의 자금을 더 빌리거나 투자받아야 되는지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
지난 몇년간 의견을 나누러왔던 후배들이 수명은 된다. 두세번 미팅 하고나면 연락이 오지 않는다. 오늘도 네번째 미팅이었다. 이 후배는 그래도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장수트레일런 대회 부스까지 찾아와보고 했다. 그래서 이전 친구들과는 달리 절실함이 있다 생각들어 날카로운 질문으로 여기저기 찔러보았다. 그리고 아예 뼈를 부셔달라며 매주 정기 미팅을 요청받았다.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은 어렵지만 그걸 내려놓아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답은 원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답은 절실함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절실함이 없으면 답은 만들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