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전문가를 위해(1. CEO는 CHRO다)

회사의 조직표를 보면 그 회사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다. 지멘스의 경우는 CEO와 CFO가 거의 동격이다. 이들은 자신의 경영을 눈 4개로 하는 경영(4 eyes principle)이라고 부른다. 눈 두 개로만 하는 것보다 네 개로 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도 얘기한다. 견제와 균형이 적절히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CFO가 막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교보생명에는 CHRO란 직위가 있다. HR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취한 조치이다. 기업은 사람이 전부이다. 전략도 중요하고, 시스템도 필요하고, 상품과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그 근본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어떻게 채용하고 관리할 지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제도가 필요하다.

인사의 시작은 채용이다. 사실 채용이 전부라 할 수 있다. 배우자를 대충 고르는 사람은 없다. 대충 고른 후 교육시키고, 동기 부여해 보았자 효과성은 떨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격 있는 사람을 고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장의 사람 보는 안목이 사업에 가장 중요하다. 이병철 회장은 이 방면에 탁월하다. 이병철의 자가용 운전기사는 위대식이다. 그는 훗날 삼성그룹의 이사급 운전기사가 되어 세간의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는 인민군 치하에서 이병철에게 돈을 구해다 준 것으로 유명하다. 자전거로 서울에서부터 삼성물산 창구가 있는 인천까지 오고 갈 정도였다. 당시 창고는 인민군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는 인민군에게 뇌물을 주고 약간의 물건을 빼오고 그것을 암시장에서 바꾸어 이병철에게 가지고 왔다. 완전히 목숨을 내건 행동이다. 그 돈은 임직원들이 피난 갈 때 요긴하게 사용된다. 대구에서의 이창업도 그런 사람이다. 조선양조와 삼성상회의 경영을 이순근에게 맡겼는데 그가 월북을 했고, 이어 이창업이 경영을 맡고 있었다. 그는 청주 월계관과 삼성사이다를 출시해 막대한 이윤을 내고 있었다. 이창업은 전쟁 때문에 빈털터리로 내려온 이병철에게 그간 벌어들인 이익금 3억원을 내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재기한다. 그의 사람 보는 안목이 사업을 결정한 것이다.

단체경기를 좋아하고 잘 하는 사람을 채용 기준으로 하는 사장이 있다. 축구나 농구 같은 단체경기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리더십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혼자 개인 플레이를 하는 것보다 팀웍으로 일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저절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한 CEO 중에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이 많다. 잭 웰치는 미식축구와 아이스하키 선수였고 한 때는 프로 진출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엘지화학연구원의 유진녕 부사장도 그렇다. “연구소에는 석 박사 학위소지자가 많습니다. 그들은 자기만의 전문분야가 분명하기 때문에 고집이 센 경향이 있지요. 그렇지만 연구개발이야말로 팀웍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어떻게 하면 팀웍이 좋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대체로 단체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성격이 원만한 경향이 있더군요. 물론 제가 축구 같은 경기를 좋아하는 것도 이유지만요.” 서린바이오 황을문 사장은 신입사원 채용기준 중 하나를 “만기적금을 타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으로 꼽는다. “만기적금을 탔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시사합니다. 생각보다 그런 사람 많지 않습니다. 그것은 성실성, 근면성과 인내 등을 얘기합니다. 다른 말이 필요없지요.”

갤럽 조사에서도 이는 증명된다. 성공한 매니저 수천 명을 조사해 그 성공요인을 분석한 마커스 버킹험의 결과도 그렇다.(First, break all the rules) 어떻게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두었냐는 질문에 대부분은 이렇게 얘기한다. “채용이 가장 중요합니다. 버스가 어느 방향으로 갈 지 보다 버스에 어떤 사람을 태울 지를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올바른 사람을 태우면 다른 것은 별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사람을 태우면 사사건건 문제가 되지요. 문제가 되지 않을 것도 문제가 됩니다. 비전이고 동기부여 소용없는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채용입니다.”

동기부여도 그렇다. 동기부여의 첫 번째 원칙은 “동기부여 된 사람을 채용하라는 것이다.” 근본이 나른한 사람을 채용한 후 온갖 방법을 다 구사해보라. 언젠가는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그 때까지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만 한다. 나름대로의 채용기준, 방법, 프로세스를 생각하고 다듬는 것이 CEO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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