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한국이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못 만드는 이유

한국이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못 만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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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프레시안의 [양준호 칼럼] 닌텐도는 ‘연대’와 ‘공유’의 기업문화 산물 기사를 가져온 내용입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205220911&section=02
기사입력 2009-02-06 오전 8:07:47

최근 과천 정부정사 지식경제부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요즘 닌텐도 게임기를 초등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던데. 우리나라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 못 만듭니까?”라고 말문을 열면서 “우리도 일본의 닌텐도같은 물건을 만들어 보라”고 주문하셨다고 한다.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질문답다. 대통령의 그런 질문이 있었기에, 아마도 지금쯤 닌텐도에 대해서 열심히 찾아보거나 아니면 이번 주말 예약된 골프 모임도 취소하고 닌텐도 게임기를 큰마음 먹고 사서 집에서 아예 게임을 직접 해보고 있을 이명박 정권 주위의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듯 싶다.

영화 ‘친구’에서 준석이 동수에게 했던 말 ‘우리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놈들 아이가’ 처럼, 유독 이 정권 주위에는 대통령 말씀과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높은 사람으로부터의 지시와는 무관하게 어떻게든 잘 보이기 위해 불쌍한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과잉충성 쇼’까지 벌이면서 출세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맹목적인 사람들과 출세욕에 빠진 사람들이 집에서 닌텐도를 인터넷에서 아무리 검색해보아도, 또 난생 처음 산 닌텐도 소프트를 넣고 TV 앞에서 “노바디, 노바디 원트 유’ 같은 춤을 추며 아무리 게임에 열을 올려 봐도, 지금의 우리나라가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 수 없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진정 ‘노바디’일 것이다.

오늘은 이 지면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질문에 대해 답하고자 하며, 대통령이 준 과제를 출세를 향한 야심과 함께 가슴 속 깊이 간직하며 지금도 그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있을 그분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고자 한다.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이 더 나을 듯싶다. 이 정권에서는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어야 그 주위 사람들의 생각도 다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명박 대통령의 닌텐도 발언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를 패러디한 ‘명텐도’가 인기를 끌고 있다. ⓒ프레시안
닌텐도는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알고 계시듯이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꿈을 팔고 있는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이다. 8비트 가정용 TV게임기인 패미컴, 16비트의 슈퍼패미컴, 포켓 사이즈 게임기인 게임보이 등을 주력상품으로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해외에서 판 게임기기는 무려 1억 대가 넘는다. 닌텐도에서 제작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비디오 게임의 상징물로 부상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며 세계시장을 석권하였다.

원래 닌텐도는 화투와 트럼프를 만들던 교토의 전통 기업이었으나, 1949년 가업을 계승한 창업자 야마우치 히로시가 새로운 장난감 개발로 눈을 돌리면서 오늘날의 게임기 업체로 변신하는 기반을 다졌다. 그래서인지 닌텐도는 하이테크 기업과 화투 메이커라는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드웨어에만 경도되지 않고 ‘게임은 놀이이며 게임기는 그 도구’라는 이른바 ‘하드·소프트 일체형 발상’을 철저히 정착·관철시켜 왔다. 자동차 메이커가 완성차만 팔지 않고 운전하는 방법을 같이 파는 것과 다름없다.

게임은 그것이 없어도 사람들의 생활이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 시장은 항상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게 될지, 즉 장래에 대한 예측이 아주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제조 기업은 수요의 변화에 대해서 항상 유연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닌텐도는 강조해왔다. 야마우치 초대 사장은, 기업이 어떻게 변화해나가야 할지 잘 모를 때에는 사훈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것은 필요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창업 오너가 보통 예외 없이 사훈이나 기업정신을 명문화하여 강조하는 데 반해, 야마우치 사장이 이끄는 닌텐도는 사훈을 안 가지고 아주 드문 기업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훈조차 없는 기업이지만 닌텐도는 이상하게도 팀워크가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반인들은 보통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은 개인의 재능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게임 소프트웨어는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양한 재능이 집결되고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인식이 전제된 것이 바로 닌텐도 방식이다.

야마우치 초대 사장은 닌텐도 방식을 “장기와 바둑의 프로 기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장기와 바둑은 그 재능으로 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개발하는 것은 오락 소프트웨어이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능이 필요하며 일류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라 할지라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결국, 여러 가지 재능이 모여 조직으로서 기능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개발 담당 부문에서 일류가 되면 다른 회사로부터 좋은 조건을 제시받고 회사를 옮기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는 게임업계에서도, 닌텐도는 예외적으로 다른 회사로부터 고액 연봉을 제시받고도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게다가 닌텐도 사장은 히트상품을 개발한 사원에게 다른 회사들처럼 특별대우를 해주거나 연봉을 올려주거나 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사장이 재미있다고 판단하기만 하면, 개발 예산에 관해서는 개발 팀에 전적으로 맡긴다.

이와 같이 개발에 관해서는 미국식 경영의 단골 수법이자 이른바 신자유주의적인 소득분배 수법인 ‘인센티브’를 일체 부여하지 않고 담당 사원의 개발 의욕을 높이는 닌텐도 방식이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닌텐도의 사원들이 ‘개발=팀워크’의 등식을 유난히 잘 이해하고 있다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는 ‘성과주의’만이 능사가 아니라 ‘연대’와 ‘공유’ 같은 조직성이 갖는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닌텐도의 ‘하드·소프트 일체형’ 비즈니스 역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업간 경쟁이 진전되면 기업의 이익 기회는 감소·소멸되어 효율이 나쁜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라 생각하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은 이해에 입각하여 기업 이익의 소멸을 활발한 경쟁의 결과로서 파악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닌텐도가 집요하게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소프트개발을 하면서 하드개발 경쟁에만 경도되어 버리는 게임 비즈니스의 현상은 위기적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경쟁정책을 구상할 경우 생명력이 긴 수요를 창출하는 경쟁과 수요의 생명력을 끊어버리는 경쟁을 구별해야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닌텐도의 직원들은 상사로부터 지시받은 내용을 수동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들은 늘 항상 자신의 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한다. 닌텐도는 지금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으며, 또 그러한 직원들의 자율적인 사고방식은 굉장히 장기적인 사고의 시간을 요하는 것이라는 이유에 의해서 직원들을 단기적 목표에만 매달리게 하는 신자유주의적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금기시하고 있다. 이렇듯 소프트 개발에 있어서 ‘자율적인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닌텐도 ‘물건 만들기’의 본질이며, ‘하드·소프트 일체형’ 비즈니스의 필수 조건인 독창적인 소프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비결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닌텐도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자율적인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위에서 언급했던 ‘연대’이다. 닌텐도는 소프트 개발의 공간을 ‘이익을 내는 장’이나 ‘경쟁의 장’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소프트 개발과정을 ‘지식창조’의 장이며 또 한 개인으로서는 발견할 수 없는 문제점을 직원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연대’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소프트 개발 과정에 대한 탈 경쟁적 인식이 매우 유효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둘째, 직원들의 고용에 대한 믿음이다. 언제 잘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율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자신의 작업장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개혁에 동참할 의욕이 솟아날 리 만무하다. 생산성 향상에 의해 잉여인원이 발생하더라도 토세 등의 게임소프트 위탁회사에 발주하던 외주부문을 직접 개발함으로써 고용을 유지하는 곳이 바로 닌텐도이다.

경쟁과 규제완화만이 기업경쟁력을 살려낼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는 지금,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함으로써 ‘하드·소프트 일체형 발상’은 물론 게임 소프트의 질마저 어느 누구도 따라 올 수 없게 하고 있는 세계 최강기업 ‘닌텐도의 법칙’을 경쟁만능주의와 ‘규제완화’의 우상숭배에 빠진 이명박 대통령과 ‘시키는대로 하는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아 이제야 답을 알았구나’하고 신자유주의를 향한 광란의 질주를 멈출 것인가? 아니면 과천 정부청사에 했던 발언을 취소한다는 대국민성명을 발표하며 ‘지금은 파산했지만 역시 우리는 리먼 브라더스’를 배워야 한다’며 세계 중의 외톨이로 전락할 것인가?

지금 현 정권과 대기업들을 보라.이젠 그 생명력이 소진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스탠더드를 모든 영역에 적용하고 또 이를 추종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현 정권과 재벌들이 그토록 추구하고 있는 ‘효율’과 ‘성과’는 마구잡이식 구조조정과 ‘규제일몰제’와 같은 대대적인 규제완화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연대’와 ‘공유’에 의해서 비로소 달성된다는 사실을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명박 대통령께서 찍은(?) 닌텐도가 가르쳐 주고 있지 않은가. ‘시장에 대한 맹신’을 버리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언제까지나 ‘닌텐도와 같은 물건’은 절대 만들 수 없다.

신자유주의가 또 현 정권이 그리도 혐오하는 탈 성과주의적 임금·고용 제도와 ‘경쟁’이 아닌 ‘연대’를 가장 소중히 하는 ‘닌텐도의 법칙’.

바로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우리나라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 못 만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다른 모든 나라들이 파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유독 우리만 지향하는 희한한 외도를 접고 그런 추상적인 이념보다 우리 눈에 실제로 보이는 닌텐도라는 멘토가 주는 교훈 앞에 겸손해야 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 이명박 대통령께서 그토록 강조하시는 ‘실용주의’의 진정한 실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양준호 인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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