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제품’보다는 ‘제품과 함께하는 즐거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제품 그 자체가 아니다. 제품을 매개로 구현되는 서비스와 고객 고유의 상황이 어우려져 만들어 내는 고객 경험의 결과가 즐거운 것이 되기를 원한다. 기능과 성능에서 뛰어난 제품이 아니라 즐거운 경험을 주는 제품이 더 성공하는 제품이 될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세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거둔 제품의 이름 한 두 개 정도는 누구라도 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제품은 출시 당시의 기대와 전망이 어떠한 것이었던, 그런 기대를 훌쩍 뛰어 넘는 성과를 이루곤 한다. 그리고 우리는 최근에도 그런 제품이 하나 등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바로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일종의 스마트 폰이다. 미국에서 첫 발매가 되었고, 판매가 시작되자 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으며, 전통적인 핸드폰 메이커들을 일거에 위기 의식에 빠지게 만든 괴력을 보여준 제품이다. 우리 나라는 도입이 늦어져 지난 2009년 말에야 판매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늦었지만 그 과정은 대단해서, 미국보다 더 강력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성공적으로 팔려나갔다. 아이폰의 판매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던지 우리 나라의 모든 제조업체와 모든 통신사들은 그 이후 한결같이 향후에는 스마트 폰에 주력하겠다는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발표하게 만들 정도였다.  
 
기업가로서, 제품 개발자로서, 또는 마케터로서 우리는 아이폰이 이런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 성공이 온전히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 성공의 원리를 배워, 그 원리에 따라 우리의 제품을 제 2, 제 3의 아이폰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이폰은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뛰어나다? 
 
굳이 아이폰 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에 해당되는 말이지만, 성공하는 제품은 경쟁 제품에 비해 무언가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제품 그 자체의 성능이 좋건 아니면 디자인이나 브랜드가 뛰어나건 혹은 가격 경쟁력이 탁월하건, 하여간 어떤 점에서건 경쟁 제품에 비해 제품 그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겼을 것으로 보는 관점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다. 과연 그럴까? 
  
● 브랜드 로열티 
 
아이폰 성공의 원인으로 제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이자 가장 간단한 설명은 사람들이 애플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폰의 성공은 어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바로 그 애플이 만들었기 때문이며, 강력한 브랜드 로열티 [브랜드 충성도 또는 애호도, Brand Loyalty]를 가진 다수의 열혈 고객, 일종의 팬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일군의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아이폰을 샀고 그 때문에 성공이 유도되었다는 설명이다.  
 
모든 신제품이 겪는 가장 큰 난관 중의 하나로 성공적 시장 진입 여부가 있다. 성공적 시장 진입이란 신제품이 시장에 출시된 최초의 몇 주, 또는 몇 달 사이에 어느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를 올리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고정비를 어느 정도 회수하고, 밴드웨건 효과나 또는 우호적 구전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소수의 실험적인 조기 수용자(Early adaptor)를 넘어 일반 대중으로 확산될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바로 이 점에서 강력한 브랜드 애호도를 가진 고객층의 존재 여부, 열혈 소비자의 존재 여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애플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고객들의 브랜드 로열티가 유난히 높고 애플의 제품에 대해 매우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설명으로는 만족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만약 그러한 강력한 애호도가 성공의 원인이라면 과연 어떤 방법으로 그러한 애호도를 만들어 내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점에서, 과연 애호도 만으로 그런 성공이 만들어졌는지 그 자체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초, 애플은 맥북 에어라는 새로운 노트북을 발표하였다. 아이폰 출시 이후 약 반 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따라서 맥북 에어는 아이폰으로 인해 더욱 강해진 브랜드, 더욱 확대된 고객 기반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출발한 샘이었다. 그렇지만 맥북 에어는 아이폰에 비해 그다지 성공이랄 것도 없는 성과를 거두었을 뿐이다. 만약 애플이라는 브랜드 그 자체에 대해 강력한 로열티가 있다면 맥북 에어 또한 아이폰에 버금가는 성과를 거두었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을 이용하지 않는 고객에 비해 아이폰을 이용한 고객의 로열티가 더욱 높다고 한다. 이것은 아이폰의 이용 과정에서 오히려 로열티가 높아진다는 것이지 로열티가 높아서 아이폰을 이용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 가능한 사실이다. 이런 점까지 고려한다면, 아이폰에는 있고 맥북 에어에는 없는 그 무엇인가로 인해 아이폰이 성공한 것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무엇은 단지 로열티 만은 아닐 것이다. 
  
● 성능 우위 
 
브랜드나 애호도의 차이가 아니라면 제품 그 자체의 성능이나 기능이 탁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제품의 성공은 바로 그 제품이 가진 품질의 우위로 설명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아이폰의 성공 이후 아이폰과 다른 경쟁 제품 사이에 이루어진 여러 성능 비교 결과를 참조해 보면 아이폰의 성능은 확실히 뛰어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 주고 있지는 않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성능과 성과가 역전되는 경우마저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이 출시한 넥서스 원의 경우 아이폰에 비해 그 자체의 성능은 대체로 우수하다. 하지만 그 성과는 아이폰에 비교하기에 부끄러울 정도에 불과했다. 미국의 모바일 시장 조사 업체인 플러리(www.flurry.com)의 발표에 따르면 아이폰이 100만대 판매를 돌파한 시점인 출시일 이후 74일 상황에서 넥서스 원의 판매량은 불과 13만 5천대 였다고 한다. 이는 아이폰의 1/7에 불과한 수준이다. 참고로 아이폰과 넥서스원 출시 시기는 각각 2007년 6월 29일, 2010년 1월 5일로 2년 반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 사이에 스마트 폰에 대한 수요 전반이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넥서스 원의 성과는 더 나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폰이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는데, 자신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결코 말할 수 없는 제품과 벌인 경쟁에서 오히려 밀린 적도 있었다. 그 제품은 바로 RIM의 블랙베리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본격적으로 이용되고 있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블랙베리는 미국에서는 법인용 스마트 폰의 대표 주자이다. 블랙베리는 앞서 알려진 것처럼 그 기기적 성능에서는 아이폰에 비해 나은 점은 적고 확실히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아이폰의 대 약진과 아이폰이 불러 일으킨 스마트 폰 열풍을 타고 넘어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 가격 우위 
 
브랜드도, 성능도 아니라면 가격이 원인이라 생각할 수 있다. 아이폰이 AT&T의 2년 약정을 받으면 굉장히 싸게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가격이 싸서 성공적이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폰의 가격 경쟁력은 거의 없었다.  
 
당시 아이폰의 출시 가격은 4GB 모델이 499달러, 8GB 모델이 599달러였다. 이것은 약정을 하면 공짜나 공짜에 근접한 가격으로 팔리는 것이 상식인 일반 핸드폰에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비싼 가격이었다. 또한 가장 유력한 경쟁 모델인 블렉베리 8800이 499달러에 팔리고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다른 스마트 폰에 비해서도 아이폰이 결코 저렴한 것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의 사항을 고려하면 가격 우위 여부는 전혀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아이폰은 앱으로 성공했다? 
 
아이폰의 성공을 단지 제품이 뛰어난 결과로 치부하기에는 반대의 사례, 성능과 성과가 역행한다거나, 애플의 다른 제품에서 볼 수 없는 강력한 로열티가 발생한다거나 하는 등의 사례가 너무나도 명백하다. 아이폰의 성공에는 제품 그 자체의 우위가 아닌 다른 무엇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 강력한 앱 스토어 
 
아이폰이 가진 다른 그 무엇으로 가장 강력하고 빈번하게 주장되는 것은 바로 앱이라고 불리는 아이폰용 응용 프로그램을 풍부히 공급해 주는 앱 스토어의 존재이다. 
 
앱 스토어란 Application store의 준말이며, 말 그대로 응용 프로그램[앱, Application]을 판매하는 일종의 온라인 상점을 말한다. 그런데 애플 앱 스토어가 일반적인 상점과 다른 점은 판매되는 앱이 애플이 직접 만든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만든 앱이 훨씬 더 다양하고 많다는 것이다. 애플은 그들 외부 개발자들에게 일종의 장소를 제공한다는 느낌, 아이폰과 아이포드 터치 제품에서 작동하는 앱을 개발자와 이용자가 직거래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느낌으로 앱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앱 스토어의 진짜 중요한 점이다. 앱 스토어는 단지 앱을 공급하는 수단이 아니다. 앱 스토어를 통해 개발자들에게 2,000만 명에 가까운 잠재 고객에게 접근할 길을 보여 주었으며, 그들을 아이폰 대응 앱 개발로 유인하였고, 결과적으로 다른 스마트 폰에서 볼 수 없었던 매력적인 다수, 다종의 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된 앱은 아이폰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동한다. 어떤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이폰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게 된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아이폰의 성공은 아이폰 그 자체의 뛰어남 덕분이 아니라 아이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수 다종의 앱을 확보한 덕분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 몇 가지 의문점 
 
갖고 다니는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강력한 앱 스토어에 의한 경쟁력 강화라는 설명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애플이 만든 앱 스토어가 역사상 최초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애플 앱 스토어가 만들어 지기 이전에 이미 상당한 규모의 앱 거래소가 만들어져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애플 앱 스토어와 같은 반응과 성과를 만들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앱 스토어 그 자체는 성공의 이유가 아닐 수 있다.  
 
둘째, 시간적으로 보면 앱 스토어가 초기 아이폰의 성공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아이폰의 성공이 앱 스토어의 성공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우선 첫째 경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애플이 앱 스토어를 만들기 전에 이미 팜(Palm)의 PDA도 나름의 앱 거래소가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스마트 폰은 과거 포켓 PC 시절부터 축적된 많은 응용 프로그램의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모바일용 응용 프로그램의 거래소로 유명한 한당고(Handango)의 경우 1999년에 만들어져 아이폰 출시에 즈음해서는 거의 10년 가까운 기간에 걸처 앱을 축적하고 거래해 온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앱 거래소 덕분에 팜의 PDA나 노키아의 스마트 폰이 대 성공을 거두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애플이 처음 아이폰을 발표할 때만 해도 앱 스토어를 그다지 강조하지 않았다. 아이폰의 발표장에서 스티븐 잡스는 구글 맵과 연동이 된다거나, 신문사 사이트를 변환 없이 직접 접속하여 볼 수 있는 풀 브라우징이 된다거나 하는 것을 강조하였을 뿐이다. 
 
두 번째 의문에 대해서는 앱 스토어의 성장과 아이폰의 성장 흐름을 비교해 보면 답이 명확히 보인다. 앱 스토어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2008년 말 시점은 이미 아이폰이 큰 성공을 거둔 시점이다. 2008년의 경우 7~9월 아이폰 판매 대수는 이미 7백 만 대 수준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앱 스토어에 등록된 앱의 개수는 불과 몇 천 개 수준이었고 다운로드 된 앱의 개수는 아이폰 판매 대수당 평균 15개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상황이 이러하다면 앱 스토어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아이폰의 판매를 견인하기 보다는 이미 판매된 아이폰의 고객 가치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어적 목적에서 만들어졌다고 봐야 할 지도 모른다. 또는 어쩌면 특별히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이폰 성공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부산물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아이폰 이후 독자적 앱 스토어를 만들려는 수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단일 기업으로서 아이폰 정도의 성취를 거둔 기업이나 제품은 아직 없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성공적 앱 스토어란 것이 어쩌면 기업의 의지나 노력과 무관하게 만들어지고 없어지고 할 것이라는, 따라서 한 기업의 전략적 의사 결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강력한 증거일 수 있다. 
  
서비스 주도의 가치 생성 
 
제품 그 자체의 어떤 특성은 물론, 이용 시점에서 부가되는 다양한 외부 앱의 존재 여부보다 더 본질적인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아이폰이 지향하고 있는 고객 가치 생성 프로세스 그 자체가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만약 아이폰이 다른 스마트 폰과 아예 다른 고객 가치를 지향하고 있고 다른 고객 가치 생성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면 기존 제품과 비교하여 성공과 실패를 따지는 우리의 비교 자체가 잘못 설정되었을 수 있다. 
  
● 고객 경험의 차이 
 
차별적 고객 경험을 한 고객은 차별적 고객 가치를 느낄 것이다. 따라서 아이폰이 진짜로 노린 것은 탁월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이 이용되는 상황, 바로 그 순간에 고객들이 차별적인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고객 경험의 차이를 통해 차별적 고객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이폰의 노림수였다고 하면 본질적으로 제품의 차이에 집중하여 전개된 앞서의 모든 논의는 아이폰의 성공에 대해 일말의 이해는 줄 수 있으나 본질은 짚지 못한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고객 경험의 매우 큰 부분은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런 것 같다. 
 
고객 가치는 어떤 특정 시점에서 고객과 제품과 서비스가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고객 경험을 통해 구현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고객 경험을 만들어 내는 매우 큰 부분은 서비스이며 특히, 고객 그 자신이 직접 수행하는 셀프 서비스 활동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고객 스스로가 서비스에 참여하는 것을 이미 셀프 서비스라고 부르고 있다. 식당에서 주인이 물을 가져다 주지 않을 경우 셀프 서비스로 물을 먹는다고 한다.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하지 않고 고객이 직접 주유하면 셀프 서비스 주유라고 한다. 따라서 고객 경험을 구성하는 것은 셀프 서비스, (외부) 서비스, 그리고 제품의 셋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제품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외부 서비스와 셀프 서비스가 오류 없이 쉽고 빠르게 전달되고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통로이자 도구로서의 역할임을 알 수 있다. 이 관점은 가치 생성의 주도는 서비스가 하는 것이고 제품은 보조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서비스 주도형 가치 생성 관점이라고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TV를 보자. TV는 제품 그 자체로만 보자면, 아주 간략화 한다면, 방송을 보여주기 위한 스크린이 있고, 또 방송을 들려주기 위한 스피커가 있으며, 방송을 선택하기 위한 리모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TV를 소비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TV를 적절히 소비하기 위해서는 방송이라는 내용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물론 방송은 외부에서 주어진 컨텐츠이며 외부 서비스이다. 그리고 방송 정보를 검색하고, 리모컨을 조작하여 필요한 방송을 선택하는 것은 셀프 서비스라 할 수 있다. 
  
● 아이폰의 경우 
 
이 관점에서 아이폰을 다시 정의해 보자. 아이폰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이다. 그리고 TV와 달리 그 용도는 어느 하나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물론 전화 기능은 공통적으로 이용되는 기능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주 용도가 되지는 않는다. 주 용도는, 예를 들자면, 영상 컨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PMP, 음악을 듣기 위한 MP3, 인터넷 접속을 위한 MID, 게임을 위한 게임기 등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경우에 대응하여 그 용도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폰 자체의 기본 기능이 있고, 그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앱과 컨텐츠가 존재하고 있으며, 앱의 조작을 통해 최종적으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셀프 서비스가 연결되어 아이폰의 고객 가치가 만들어지게 된다. 
 
서비스 주도형 가치 생성 관점에 따르면 성공하는 제품은 말 그대로 가치 생성을 위한 서비스가 원활히 구현되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아이폰은 그러하였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당연히 두 가지 사실의 확인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아이폰은 외부 서비스가 용이하게 전달되고 구현되도록 설계되었는가? 둘째, 아이폰은 셀프 서비스의 구현에 용이하게 설계되었는가? 
  
● 외부 서비스 전달과 구현에 유리 
 
아이폰으로 활용 가능한 외부 서비스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첫째, 아이폰은 말 그대로 전화기이므로 전화 및 통신 서비스가 적절히 구현되어야 한다. 음성 통신이나 단순한 네트워크 연결과 같은 기본적인 기능은 이미 표준화되어 특별한 차이를 가지기 힘들다. 그런데 아이폰은 이 부분에서도 나름대로 차별적 가치 제공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앱과 웹을 주로 이용하는 아이폰이 차별적 고객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첫 단계는 원활한 인터넷 접속과 저렴한 데이터 통신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 사항이다. 이에 대응하여 아이폰은 두 가지 해결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아이폰 전용의 데이터 요금제를 갖고 출발했다. 최초로 아이폰을 출시한 AT&T의 경우 아이폰 전용 데이터 요금제를 몇 가지 갖추고 있었다. 그 중 제일 저렴한 것은 59.99달러에 450분의 통화와 200건의 SMS와 데이터 경우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아이폰 이용자는 더 이상 비싼 이동통신 데이터 통신 걱정 없이 마음껏 아이폰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아이폰은 WiFi (무선 인터넷) 기능을 기본으로 내장하였다. WiFi는 본질적으로 유선 통신에 기반하고 있어 통신 속도 측면에서는 이동통신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만 이동 중 이용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특정 장소에 고정되지 않고, 상당히 많은 장소에서 무료로 고속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스마트 폰으로서 아이폰은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의 구동이 가능해야 한다. 애플은 출시 초기에는 구글 서비스를 완벽히 구현함으로써, 그리고 불과 수 년 뒤에는 세계 최강의 앱 스토어를 갖추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왜 애플의 앱 스토어에는 다수의 개발자들이 몰려 들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앱 개발자 입장에서 보자면 일단 하나의 앱을 만들면 이왕이면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벌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애플 앱 스토어는 다른 앱 거래소나 또는 자가 판매에 비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당시의 관행과 달리 판매 대금의 70%를 개발자 수익으로 보장하였던 점, 단말의 종류를 엄격히 억제하여 개발자가 복잡한 이용 환경과 단말 환경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도록 개발 편의를 극대화 한 점, 이미 2천 만 명 가까운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점 등 개발자 입장에서 애플 앱 스토어가 가장 매력적인 대안이 되도록 여러 가지로 노력하였다.  
 
그 결과는 이미 알려진 것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이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더더욱 강력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따지고 보면 우리 나라에서 현재 쓰이고 있는 스마트 폰 중에서 1등도 아니고 몇 백 만의 사용자를 확보한 것도 아닌, 그저 50만 명 정도의 이용자를 확보한 아이폰을 목표로 하는 전용 앱은 아이폰 출시 이후 속속 개발되어 왔다. 온라인 쇼핑몰이 아이폰 전용의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러 저러한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 기관이 아이폰 전용의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상당수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 예를 들어 아프리카 TV나 곰 TV와 같은 업체들 또한 아이폰 전용의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조선일보와 같은 신문사는 지면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개인 개발자들이 경기도 버스 정보 응용 프로그램과 서울 버스 정보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잠시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결론은 명백하다. 아이폰은 초기에는 웹 접속에 용이한 환경을 구축하여 구글 및 언론사의 컨텐츠와 외부 서비스의 전달과 구현이 잘 되도록 노력하였으며, 앱 스토어 개장 이후에는 앱을 적극 활용하여 외부 서비스의 전달과 구현에 노력하였던 것이다. 
  
● 셀프 서비스 구현에 용이 
 
앞서 정의한 것처럼 셀프 서비스란 제품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스스로 가치 창조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결국 해당 제품을 얼마나 편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한 가지 실험 결과가 있다. Moto.com에서 실시한 터치 스크린 테스트가 그것이다.  
 
테스트 내용은 각종의 스마트 폰이 얼마나 섬세하게 반응하는가를 알아본 것이다. 매우 간단한 테스트이지만 이용자가 얼마나 편리하고 쉽게 셀프 서비스를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 결과는 아이폰의 압승이었다.  
 
따지고 보면, CPU가 빠르고 메모리 용량이 크다고 셀프 서비스 구현이 용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의 입력이 얼마나 정확하고 지연 없이 구현되는지가 더 중요한 사항이다. 일단 입력이 정확히 된 연후에야 비로소 그 지시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빠른 CPU와 대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일반적인 스펙에서 뛰어난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소비자들이 왜 항상 아이폰이 좋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아이폰이 셀프 서비스에 신경쓰고 있다는 것은 터치 스크린 감도 외에도 여러가지 요소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른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은 이용자 고객들이 어떤 용도로 아이폰을 사용할 것인지를 미리 섬세하게 파악하고 그 용도에 필요한 기능은 양보 없이 고성능으로 확보한 결과 매우 높은 만족도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을 위한 시사점 
 
이상의 논의를 정리해 보자. 아이폰이 성공한 배경은 단지 더 강력한 브랜드 로열티나 단순히 제품의 고성능화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지적한 바, 앱 스토어 그 자체도 아니다. 아이폰 성공의 비밀은 고객이 어떤 서비스를 위해 제품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잘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여 제품을 디자인 한 것에 있다. 더 편리한 SMS와 같이 직접 제공 가능한 부분은 직접 하되 거의 모든 것을 개방하여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외부 서비스의 폭을 넓혔다. 뿐만 아니라 터치 감도의 고도화와 같이 고객이 자신을 위해 직접 셀프 서비스를 할 때 그것이 정확하고 용이하게 이루어지도록 고려하였다.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최고의 고객 경험을 보장하게 되었고 그것은 곧 최고의 고객 가치로 연결되었다. 
 
이상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제품 성공의 포인트는 다음과 같이 요약 가능하다.  
  
첫째,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 그 자체가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한 만족스러운 고객 경험이다. 따라서 최고의 고객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고객 가치 생성 프로세스에 대응하여 제품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품의 형태가 아니라 그 제품이 이용되는 서비스와 환경의 형태로 파악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TV라는 제품이 아니로 방송 컨텐츠이고, 전화가 아니라 소식의 전달일 것이며, 스마트 폰이 아니라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 정보일 수 있다. 오로지 전화 성능의 개선에만 신경쓴 나머지 깨끗한 음질에만 신경쓰고 있으면 아이폰이 제공하는 것과 같은 대화형 SMS가 젊은 세대의 열혈한 지지를 얻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 고객 스스로 가치 생성 활동에 참여하는 셀프 서비스의 형태와 방식을 파악하고, 그것을 고려하여 제품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셀프 서비스는 단지 원가 절감을 위해 고객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셀프 서비스는 고객 하나 하나의 니즈에 정교하게 맞춘 고객 경험 창출을 위한 중요한 단계이다.  
 
셀프 서비스를 차별적 고객 가치 창출의 기반으로 적극 수용하기 위한 첫 단계는 셀프 서비스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 자체의 디자인을 바꾸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고객 커뮤니티의 형성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의 공개 및 공유가 이루어지도록 가능한 수단과 장소 또한 제공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이루어진 개인적 셀프 서비스가 공유되고 공개되어 커뮤니티 전체의 가치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에 대해 적절한 보상도 주어져야 한다.  
 
결국 제품이란 도구이다.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도구이건 셀프 서비스를 위한 도구이건, 그 용도에 가장 적합한 도구가 가장 뛰어난 도구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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