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브랜드여 스토리를 만들어라

얼마 전 지난해 매출액이 5억원에 불과했던 자그마한 주류회사가 50억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전통 주류 회사인 참살이L&F다. 어떻게 매출 5억원인 회사가 10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팔릴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문근영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막걸리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가 큰 역할을 했다. 비록 제품 이름은 직접 노출되지 않았지만 이 드라마에 소품으로 사용하는 막걸리가 바로 참살이L&F에서 만드는 참살이 탁주 다. 드라마의 스토리가 참살이 탁주를 명품막걸리로 만들어줬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스토리의 기능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되어질까? 한 브랜드의 사례를 통해 이를 알아보자.

1930년대 개성. 손수 동백씨를 짜 동백기름을 팔아서 자식을 교육시키고 뒷바라지 하던 어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이 동백기름이 잘 팔리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더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을 만들어 팔았다. 아들은 어머니의 일을 이어받았고, 인삼을 정성들여 재배해 수출하던 개성의 역사를 담아 진생삼미라 불리우는 화장품을 만들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 이것이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 문장을 더 한다면 무릎을 칠 수도 있을 것이다. “훗날 진생삼미설화수라 불리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급 백화점에서 국산 화장품이 외산 명품 화장품을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한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설화수는 그것을 해냈다.

오래전 개성에서 시작한 화장품과 인삼 상인들의 이야기가 제품의 혼을 만들었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규정했으며 영감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가 자극되고, 개발과 제조라는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브랜드 스토리는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간에 브랜드의 방향성을 정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1930년대 미국. 한 청년과 그의 사촌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얼마 후, 그들은 군입대를 하게 되고, 곧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이 두 청년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하던 경험을 살려 동료 병사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준다. 이들은 전쟁이 끝나고 자신들의 이름을 딴 아이스크림 숍을 만든다. 이 두 청년의 이름은 버튼 배스킨과 어빈 라빈스였다.

전쟁과 아이스크림. 전쟁은 비극적이지만, 아이스크림은 밝고 희망적이다.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개념이 만나 묘한 유머를 전달한다. 실제로 어떠했을지는 몰라도 참전하는 병사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죽음의 공포 앞에 선 그들에게 희망과 웃음 등 밝은 마음을 심어주었을 것처럼 여겨진다.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배스킨라빈스의 기원 스토리는 배스킨라빈스의 밝고 재미있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랜드 스토리는 어떻게 브랜드의 전략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는 스토리의 구성요소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스토리를 만들려면 첫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공감하고 몰입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인격이 부여된 대상으로 대체로 인물이 된다. 둘째, 그 인물이 해결해야 할 사건이 있어야 한다. 셋째, 이야기가 전개되는 시간ㆍ공간적인 배경이 설정되어야 한다. 넷째, 스토리를 이끄는 에너지인 갈등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갈등 해소의 열쇠가 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메시지야말로 스토리텔링이 목적하는 바가 된다.

그런데 이 요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브랜드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들임을 알 수 있다. 첫째 요소인 인물 즉, 공감과 몰입의 대상은 그 상품을 구매하거나 이용함으로써 고객이 자신과 동일시 하게 되는 브랜드 퍼스낼리티와 관련이 있다. 사건과 갈등은 브랜드가 해결해야 할 소비자의 문제, 즉 브랜드의 미션과 관련이 있다.

이야기의 시공간적 배경은 톤앤매너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메시지는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비전과 관계된다. 이러한 이유로 브랜드 스토리는 그 자체로 전략이 될 수 있다. 요즘에는 이런 이유로 스토리를 먼저 만들고, 스토리에 따라 상품을 개발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답은 기업 내부에 있다. 특히 오래된 기업일수록 좋은 스토리가 많이 있을 수 있다. 스토리가 없다면 브랜드 스토리로 엮어질 수 있는 수많은 소재들이 있다.

그런데 이 소재들은 가공하면 가치가 생기나, 방치하면 인지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하자원과 비슷하다. 그런 이유로 이러한 소재들을 스토리 자원이라 부를 만하다.

결국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 회사, 우리 브랜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이는 경영과 마케팅의 전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봐야 할 질문이다.

[강성삼 올댓스토리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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