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갈등 이렇게 풀어라

회사내 앙숙 재무·영업팀장이 또 싸운다
재무팀장 “당신 접대비를 왜 이리 많이 써?”
이럴때 영업팀장의 현명한 대답은? 정답 ①
① “아~ 네, 계속 얘기하세요” 화내도록 내버려둔다
② “화내지 말고 이성적으로 얘기합시다” 진정시킨다

술 못마시는 재무팀장, 영업팀장이 밉다- 다른 점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아라
판매가격 놓고 “올려라” ‘안된다” 옥신각신- 갈등의 원인이 된 구조부터 바꿔라
갈등을 최소화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나 자신속의 ‘피해의식’ 없애는 것

프롤로그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항상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 그 속에서 항상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다. 주방용품 제조 업체인 ‘크린생활’엔 ‘견원지간’으로 통하는 재무팀의 견 팀장과 영업팀의 원 팀장이 있다. 입사 동기인 두 사람은 회사 내에서 사사건건 부딪히며 주변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두 사람의 사례를 들여다보고, 갈등관리의 원리를 알아본다.


Q 상황 1.

온종일 영업현장을 누비다 겨우 사무실에 들어 온 영업팀 원 팀장. 원 팀장의 냄새를 귀신같이 맡은 재무팀 견 팀장이 원 팀장을 찾아왔다. “이봐, 원 팀장. 지난달 당신 팀이 쓴 접대비가 얼만지 알아? 영업팀이라고 회사 돈 너무 막 쓰는 거 아니냐? 누구는 경비 절감하겠다고 이면지 찾아 쓰느라 난리야.”

견 팀장의 불만을 듣고 있던 원 팀장. 한마디 하고 싶지만, 일단은 참는다. 점점 흥분하며 3단 고음으로 높아지는 견 팀장의 잔소리. 원 팀장은 어떤 말을 꺼내야 할까?

A 화난 상대에겐 화를 내게 하라

화가 난 사람을 상대할 때,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하나,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이성적으로 이야기합시다’라며 상대를 진정시키기. 둘, ‘아 네, 계속 얘기하세요’라며 상대가 계속 화내도록 내버려 두기. 당신은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정답은 2번이다. 갈등학에선 화가 난 사람에게 “이성과 합리를 내세워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많은 사람이 화가 나 있는 상대에게 ‘진정하고, 이성적으로 얘기합시다’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지만 이는 위험할 수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난 사람이 “그럼 내가 지금까지 비이성적으로 말했단 거냐?”며 더 발끈할 수 있기 때문. 원 팀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들어주는 것’이다.

Q 상황 2

퇴근 준비를 서두르던 견 팀장. 그때 갑자기 원 팀장이 들이닥치더니 “팀장들 회식 있어, 무조건 가서 서로 뭉치는 거야. 오케이?” 라며, 견 팀장을 잡아끈다. 견 팀장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원 팀장에겐 소주 한잔이 견 팀장에겐 양주 한 병과 다름없기 때문. 견 팀장에게 폭탄주 세례를 퍼붓는 원 팀장과의 술자리는 고문 그 자체다.

하지만 견 팀장이 다른 팀장들과의 회식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팀장들과 이야기하며 막혔던 문제가 풀리기도 하기 때문. 다만 ‘술’이 주된 이벤트가 되는 게 싫을 뿐이다. 기분 좋은 회식 자리를 앞두고 둘 다 잔뜩 기분이 상했다. 둘의 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A 존이구동하라

둘의 사이가 틀어진 건 ‘술’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이 달라서다. 먼저 원 팀장. 그에게 ‘술’은 대화의 장이 열리는 매개체다. 그러니 정을 거부하는 견 팀장이 못마땅하다. 그렇다면 견 팀장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걸까? 아니다. 견 팀장에게 ‘술’은 구토를 유발하는 액체일 뿐이다. 술이 없어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센터 대표는 신념이나 성향, 가치의 차이에 의해 벌어지는 갈등을 푸는 핵심으로 ‘존이구동(尊異求同)’을 제시한다. 핵심은 간단하다. 서로 차이는 인정하되, 공통점을 찾아 해결책을 함께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존이(尊異)’, 즉 서로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술을 사랑하는 원 팀장과 술을 증오하는 견 팀장은 분명히 다르다. 이를 서로 인정하면 된다. 그리고 ‘구동(求同)’,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원 팀장과 견 팀장의 공통점은? 그렇다, 솔직한 대화를 통해 고민을 풀어내는 것이다. 이를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대안은? 칵테일바에서 회식을 하면 된다. 거기서 원 팀장은 자신이 원하는 술을 마시고, 견 팀장은 무알코올 칵테일을 마시며 이야기하면 된다.

어떤가? 너무 시시한가?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원리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존이구동’을 통해 미국의 대표적 사회 갈등인 낙태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다. 폭력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살벌하게 대립하고 있던 낙태 허용론자와 금지론자. 낙태를 허용하는 측은 여성의 선택권을 중시한다. 낙태 반대측은 태아의 생명권을 말한다.

팽팽히 맞선 두 진영의 갈등은 ‘존이구동’을 통해 실마리가 풀렸다. 둘 사이의 공통점은 바로 ‘인간(여성과 태아)의 존엄성과 행복에 대한 존중’이었다. 이를 알게 된 두 진영은 낙태 예방 운동을 함께 했다. 성교육과 피임도구 보급을 시작했다. 그리고 입양 장려 캠페인, 미혼모 자녀 지원사업도 힘을 모았다. 낙태 찬성과 반대라는 각자의 신념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다.

Q 상황 3

다음 분기 판매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팀장 회의. 앙숙인 원 팀장과 견 팀장이 제대로 맞선다. 포문은 재무팀 견 팀장이 연다. “판매가격을 지금보다 10% 높여야 합니다. 사장님께서 제품판매 마진율을 무조건 7%까지 끌어올리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이 말에 영업팀 원 팀장이 발끈한다. “매출액을 지난 분기보다 20% 이상 올리라”는 사장님의 엄명이 있었는데 가격을 올리면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간다.

A 구조적 해법을 찾아라

갈등의 뿌리는 ‘사장님의 지시’다. 재무팀이 가격 인상을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싸게 팔아야만 이익이 많이 남아 “판매이익률 7% 달성”이라는 사장님의 지시사항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업팀이 가격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는? 마찬가지로 사장님의 지시 때문이다. “매출성장률 20% 증가”를 달성해야 하는데, 가격이 높아지면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영업팀 입장에서는 할인점에 대량으로 ‘밀어 넣기’가 어려워진다.

만약 사장님이 판매이익률이나 매출성장률이 아닌 “판매 이익 총액을 15% 이상 높여라”고 지시했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영업팀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싸게 팔 수 없다. 그래 봤자 매출액만 늘 뿐, 판매 이익 총액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재무팀도 무조건 비싸게 팔라고 주장할 순 없다. 팔리기 어려울 정도로 판매가가 올라가면 판매 이익 총액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런 방법은 자주 쓰인다. 1993년, 49억7000만달러라는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던 IBM에 부임한 루거스너 회장. 그는 IBM에 부임하고 나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IBM의 수많은 영업 본부들이 자기 본부의 제품만을 팔기 위해 IBM의 다른 영업 본부 제품들을 비난하고 있었던 것.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음을 알게 된 루거스너가 취한 조치는 ‘성과급제 전면 개편’이었다. 그때까지 IBM의 영업직원들은 본부별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아 왔다. 루거스너는 본부별 인센티브를 절반 이상 줄이고, 그룹 전체의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대폭 늘렸다. 그 결과 내부 갈등은 생기지 않았다. 결국 그가 취임한 지 2년 만에 30억달러 흑자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조직의 갈등을 가만히 살펴보면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구조적 문제일 때가 잦다. 이를 개인들끼리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맡긴다면 리더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스템을 바꿔라. 구조가 바뀌면 갈등도 사라질 수 있다.

에필로그

운전 중 접촉사고가 났다. 어떤 말이 가장 먼저 튀어나올까?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성인(聖人)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금세 ‘막말’의 경연장이 된다.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접촉사고만 나면 왜 야수로 변신하고, 갈등을 크게 만들까? 아마도 ‘지금 너무 순하게 보였다가는 상대가 내게 덤터기를 씌울지 모른다’는 ‘피해의식’ 때문일 것이다.

나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나는 틈만 나면 갈등을 키우는 ‘트러블 메이커’인가? 아마도 내면에는 접촉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와 같은 ‘피해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법은 나의 내면에 숨어 있는 ‘피해의식’을 없애는 것이다. ‘I’m OK, you’re OK’다. 나를 긍정해야, 남도 긍정한다.혹시 직장 상사와의 갈등으로 지쳤는가? 문제는 상사가 아니다. 혹시 부인과의 갈등으로 지쳤는가? 문제는 부인이 아니다.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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