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창의적인 ‘벼룩’이 되려면…

높이뛰기의 제왕인 벼룩은 무리를 짓지 않는다. 사람이나 개, 고양이 등 다른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으로, 군집생활을 하는 개미나 벌과 달리 독립적으로 생활한다. 한마디로 믿을 구석이라곤 자기 자신밖에 없는 외로운 곤충이다. 벼룩이 엄청난 점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체내 특수 단백질 때문이다. 레실린이라는 고무 단백질에 에너지를 저장해 튀어오를 때 저축된 에너지의 97%까지 방출한다고 한다. 그 덕택에 불과 2∼3mm밖에 안 되는 작은 몸집으로 최고 18cm(높이)에서 33cm(너비)를 뛰는 가공할 능력을 발휘한다.

세계적 경영학자인 찰스 핸디는 일찍이 그의 저서 ‘코끼리와 벼룩’(2001)에서 앞으로의 고용 문화는 ‘코끼리’에 비유할 수 있는 대기업 중심의 풀타임 직장에서 ‘벼룩’에 비견할 수 있는 프리랜서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직장인이 반강제적으로 소속 조직이 없는 독립 노동자로 내몰리거나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해 ‘1인 기업’ 역할을 하면서 일과 생활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핸디의 통찰은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스마트워크(Smart Work)와 일맥상통한다. 언제 어디서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업무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 시대에 회사는 더 이상 종신고용이라는 안정감을 주는 평생직장이 되기 힘들다. 핸디의 지적처럼 “유연성이란 아무에게도 장기간에 걸쳐 그 어떤 것도 보장하지 않는다는 표현의 다른 말”일 뿐이다. 즉, 직장인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대와 함께 오로지 자신의 전문성에 의존해 홀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됐다. 

 

 그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는 스마트워크 시대를 맞아 개인들은 레실린에 에너지를 모아 가공할 점프로 연결시키는 벼룩처럼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문성을 축적해 ‘고용가능성(employability)’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 도로시 레너드 하버드대 교수와 월터 스와프 터프츠대 교수가 제시한 ‘딥 스마트(Deep Smarts)’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딥 스마트란 비즈니스 프로페셔널들에게 차별적 우위를 제공하는 감각적 통찰과 지혜를 총칭하는 말로, 오랜 경험과 고도의 전문성을 두루 겸비한 비즈니스 고수들의 내공을 뜻한다. 레너드 교수와 스와프 교수는 이러한 딥 스마트가 △다양한 경험의 무형 자산 △체계적인 지식의 활용 능력 △인맥을 통한 지식의 조합 △신념에 대한 반성적 태도 △자기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 △변화와 혁신을 도와줄 스승 △학습과 사고의 깊이를 더해 줄 수련 등 7가지 틀을 통해 구축될 수 있다고 했다.

개인뿐 아니라 조직 차원의 변화도 중요하다. 벼룩을 유리병 속에 가둬 놓으면 점프할 때마다 병뚜껑에 부딪혔던 경험 때문에 나중에 유리병을 치워도 병 높이 이상 뛰지 않는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딥 스마트 벼룩’이라 한들 상명하복식 위계질서와 농업적 근면성, ‘눈도장’을 중시하는 전근대적 조직문화 속에 갇혀버리면 혁신적 성과 창출은 불가능하다. 개인은 자기 몸집의 수십, 수백 배 높이를 뛰는 벼룩처럼 추진력과 통찰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조직도 이런 인재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로막는 구조와 문화를 과감하게 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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