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수 ECD
실제로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꼽힌 광고에는 유명 모델이 등장하지 않는다. 쌍둥이 아기가 등장할 뿐이다. 이들은 광고시간 내내 `따따따`라는 소리만 반복해서 낸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소셜 커머스, `초콜릿` 광고다. 일반인에게는 `따따따따…광고` `옹알이 광고`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광고는 5월 한국 CM전략 연구소에서 실시한 광고 조사에서 시청자가 좋아하는 광고라고 자발적으로 응답한 비율인 `광고선호도(MRP)` 13.50%로 광고 효과 1위를 차지했다. 유명인을 쓰지 않아 광고료도 많이 들지 않았지만 효과를 탁월하게 나타낸 이 광고 비결은 무엇일까.
◆ 광고는 방식이 아니라 `의미`다

`옹알이 광고`라고 알려진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은 이광수 SK 마케팅&컴퍼니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ECD)다. 그는 옹알이 광고 외에도 `공대생 아름이`(KT),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박카스), `와이 낫(Why not)`(삼성카드) 등을 제작한 `스타 광고인`이다. “외국 UCC가 국내 광고에 사용된 예는 거의 없었어요. 참신한 영상이라고 해도 원작자를 찾기 어려웠고요. 이번 광고는 다행히도 부모가 직접 찍어 올린 영상이라 원작자를 찾을 수 있었고 법적 분쟁 소지가 없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계약 후 이들은 `옹알이 쌍둥이` 6개월치 영상 20시간분을 분석해 광고에 맞게 적절히 편집한 후 자막을 붙였다. “결과적으로는 재미있는 광고가 됐지만 제작 방식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에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아이들 소리와 동작에 맞춰 `반값`이라는 이야기를 넣었고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줬을 뿐이지요. 다만 이런 형식의 광고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사람들 관점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지요.”
◆ `통섭적 사고`를 하라
이광수 ECD의 `대표 광고`라 불리는 광고들에는 유명인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일상 속 익숙한 장면들이 나온다. 전날 회식 때문에 피곤해하는 회사원이 `외근 나간다`고 말하고 사우나에 갔다가 상사를 마주치는 장면(박카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갓 태어난 아이가 발도장을 `쿵` 찍는 모습(QOOK)을 보며 웃었고 공대 학생들이 MT를 가려다 홍일점인 여학생이 참석을 꺼리자 남학생들이 슬픈 눈빛을 보내며 `아름아 같이 가`라고 조르는 장면 역시 많이 회자됐다.
“사실은 새로운 것은 없어요. 광고업계에서는 `익숙한 것은 새롭게 표현하고, 낯선 것은 익숙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일반인들에게 각인돼 있는 이미지나 내용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지요”
그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통섭적 사고`라고 불렀다.
“누군가를 웃게 만들면서도 여운과 새로운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맥락을 깨야 합니다. 일상적인 장면과 새로운 장면을 엮어보고, 다른 방법으로도 생각해 보는 거지요.” 이광수 ECD는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 낸 예`로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는 시를 꼽았다. “안도현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시에서는 연탄이라는 소재에 인생이라는 의미를 넣어 새로운 맥락을 만들었습니다”
◆ `생각 스타일 북`을 만들어라…길이 보인다.
그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란다. 확실히 `막힘이나 끊김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SK텔레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뉴질랜드 드넓은 초원에 `양`을 한가득 풀어놓을 생각(생각대로 T 광고)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본인 창의력 비결을 `스크랩`이라고 소개했다.
“제가 오랜 시간 지켜 온 습관 중 하나는 스크랩입니다. 휴식에 들어가기 30분 전에는 하루에 있었던 `발견` 하나를 꼭 적어둡니다. 퇴근길이든 출근 길이든 무언가를 발견하면 그 끈을 놓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다가 스크랩 노트에 적어둡니다. 잠을 잘 때는 머리맡에 노트를 두고 자요. 새벽에 꿈이야기부터 적어두고요.”
그가 스크랩하는 것은 자기 생각뿐만이 아니다. 생각이 안 풀릴 때 그가 들여다보는 건 다른 사람들 사고 스타일을 적어 놓은 `생각 스타일북`이다. “저는 다른 사람이 한 일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연습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이나 박웅현 TBWA ECD 등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생각 스타일을 나름대로 분석해 정리를 해 두죠.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이 정리노트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좋은 답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