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새로운 것은 없다…有에서 또다른 有를 창조하라

▶ 생각열기

이광수 ECD

TV 광고 모델로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사람은 누굴까. 답은 의외로 쉽다. 인기가 좋은 모델은 가장 많은 광고에 등장한다. 한국 CM연구소가 발표한 5월 TV CF광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답은 `이승기`였다. 그는 지난 5월 지펠, 피자헛, 청정원 등 총 11개 광고에 등장했다. 그렇다면 효과가 가장 높았던 광고는 무엇일까. 이승기가 등장한 11개 광고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답은 거기서 한참 빗나가 있다.

실제로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꼽힌 광고에는 유명 모델이 등장하지 않는다. 쌍둥이 아기가 등장할 뿐이다. 이들은 광고시간 내내 `따따따`라는 소리만 반복해서 낸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소셜 커머스, `초콜릿` 광고다. 일반인에게는 `따따따따…광고` `옹알이 광고`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광고는 5월 한국 CM전략 연구소에서 실시한 광고 조사에서 시청자가 좋아하는 광고라고 자발적으로 응답한 비율인 `광고선호도(MRP)` 13.50%로 광고 효과 1위를 차지했다. 유명인을 쓰지 않아 광고료도 많이 들지 않았지만 효과를 탁월하게 나타낸 이 광고 비결은 무엇일까.

◆ 광고는 방식이 아니라 `의미`다

이 광고는 미국 올 로케 촬영이지만 제작진은 단 한 명도 외국에 나가지 않았다. 광고기획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동영상 `원작자`를 찾는 일이었다. 애초에 이 영상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에서 조회 수 1000만건을 넘기며 화제가 됐다. “가장 먼저 한 건 다른 곳에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기 전에 먼저 연락을 취해 독점 계약을 하는 거였죠.”

`옹알이 광고`라고 알려진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은 이광수 SK 마케팅&컴퍼니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ECD)다. 그는 옹알이 광고 외에도 `공대생 아름이`(KT),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박카스), `와이 낫(Why not)`(삼성카드) 등을 제작한 `스타 광고인`이다. “외국 UCC가 국내 광고에 사용된 예는 거의 없었어요. 참신한 영상이라고 해도 원작자를 찾기 어려웠고요. 이번 광고는 다행히도 부모가 직접 찍어 올린 영상이라 원작자를 찾을 수 있었고 법적 분쟁 소지가 없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계약 후 이들은 `옹알이 쌍둥이` 6개월치 영상 20시간분을 분석해 광고에 맞게 적절히 편집한 후 자막을 붙였다. “결과적으로는 재미있는 광고가 됐지만 제작 방식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에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아이들 소리와 동작에 맞춰 `반값`이라는 이야기를 넣었고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줬을 뿐이지요. 다만 이런 형식의 광고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사람들 관점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지요.”

◆ `통섭적 사고`를 하라

이광수 ECD의 `대표 광고`라 불리는 광고들에는 유명인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일상 속 익숙한 장면들이 나온다. 전날 회식 때문에 피곤해하는 회사원이 `외근 나간다`고 말하고 사우나에 갔다가 상사를 마주치는 장면(박카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갓 태어난 아이가 발도장을 `쿵` 찍는 모습(QOOK)을 보며 웃었고 공대 학생들이 MT를 가려다 홍일점인 여학생이 참석을 꺼리자 남학생들이 슬픈 눈빛을 보내며 `아름아 같이 가`라고 조르는 장면 역시 많이 회자됐다.

“사실은 새로운 것은 없어요. 광고업계에서는 `익숙한 것은 새롭게 표현하고, 낯선 것은 익숙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일반인들에게 각인돼 있는 이미지나 내용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지요”

그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통섭적 사고`라고 불렀다.

“누군가를 웃게 만들면서도 여운과 새로운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맥락을 깨야 합니다. 일상적인 장면과 새로운 장면을 엮어보고, 다른 방법으로도 생각해 보는 거지요.” 이광수 ECD는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 낸 예`로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는 시를 꼽았다. “안도현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시에서는 연탄이라는 소재에 인생이라는 의미를 넣어 새로운 맥락을 만들었습니다”

◆ `생각 스타일 북`을 만들어라…길이 보인다.

그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란다. 확실히 `막힘이나 끊김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SK텔레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뉴질랜드 드넓은 초원에 `양`을 한가득 풀어놓을 생각(생각대로 T 광고)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본인 창의력 비결을 `스크랩`이라고 소개했다.

“제가 오랜 시간 지켜 온 습관 중 하나는 스크랩입니다. 휴식에 들어가기 30분 전에는 하루에 있었던 `발견` 하나를 꼭 적어둡니다. 퇴근길이든 출근 길이든 무언가를 발견하면 그 끈을 놓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다가 스크랩 노트에 적어둡니다. 잠을 잘 때는 머리맡에 노트를 두고 자요. 새벽에 꿈이야기부터 적어두고요.”

그가 스크랩하는 것은 자기 생각뿐만이 아니다. 생각이 안 풀릴 때 그가 들여다보는 건 다른 사람들 사고 스타일을 적어 놓은 `생각 스타일북`이다. “저는 다른 사람이 한 일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연습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이나 박웅현 TBWA ECD 등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생각 스타일을 나름대로 분석해 정리를 해 두죠.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이 정리노트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좋은 답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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