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스웨덴의 힘, 완벽한 평등과 경쟁

[Weekly BIZ] 스웨덴의 힘, 완벽한 평등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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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점원도 임원 승진시키고···망하는 기업은 절대 안살린다
훗날 호랑이가 될지라도… 내 자리 대신할 ‘Next Me’ 키워라
칼-요한 페르손 CEO가 들려주는 ‘스웨덴의 별’ H&M의 경영 이야기

6월 23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1년 중 해가 가장 긴 하지(夏至)를 기념하는 축제기간이 시작됐다. 북유럽의 태양은 하루 20시간씩 빛났다. 거리마다 사람들이 넘쳐났다. 상점들은 폐점 시간을 넘기며 물건을 팔았다. 늦은 저녁 레스토랑에선 “1시간 30분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고 했다.

작년 스웨덴의 경제성장률은 5.4%. 독일(3.6%)을 압도하는 EU(유럽 27개국) 최고의 성장률이다. 올 1분기에도 6.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6월 11일 자에서 이런 스웨덴을 ‘북극성(North Star)’이라고 표현했다.

스웨덴은 무상 교육과 평생 소득을 보장하는 고(高)복지사회다. 하지만 이 나라야말로 밀턴 프리드먼류(類)의 시장주의를 미국보다 더 철저하게 적용해온 국가다. 기업에 해고의 자유를 보장하고, 유럽 최저 수준의 법인세(26.3%)를 적용한다. 고용 보장을 앞세워 나랏돈으로 기업을 구제하는 정책도 배제한다. 스웨덴을 대표하던 볼보와 사브의 승용차 부문은 그렇게 해외에 팔려나갔다.

스웨덴은 어떻게 강한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스웨덴 스톡홀름 증권시장에서 볼보를 대체한 성장 동력을 발견할 수 있다. 2005년 볼보, 2007년 에릭슨을 뛰어넘어 스톡홀름 증시의 시가총액 1위(570억달러)에 올라선 패션기업 H&M(Hennes & Mauritz). 지난 5년간 연평균 매출액(154억달러)에서 세계 패스트패션업계 1위. 연평균 영업이익률(23.3%)은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애플(21.7%)을 넘어섰다.

H&M의 경영 철학은 ‘경쟁과 공존’으로 요약된다. 완벽한 평등 문화와 완벽한 경쟁 문화, 이런 풍토 위에서 장기 고용을 약속하는 공존 문화는 시장과 복지라는 두 바퀴로 질주해온 스웨덴의 국가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래서 H&M을 읽으면 스웨덴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다. 창업 가문의 3세인 칼-요한 페르손(Karl-Johan Persson·36) CEO를 만나 ‘스웨덴의 별’ H&M의 경영 이야기를 들었다.

스웨덴 모델을 이야기할 때 어떤 사람은 복지와 평등을, 어떤 사람은 시장과 경쟁을 강조한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복지와 시장, 평등과 경쟁은 같은 선상에 있다. 복지는 기업(시장)의 성장 위에서만 가능하고, 경쟁은 인간이 평등한 지표에 올라섰을 때 모두가 동의하는 화려한 성과를 이끌어낸다. 스웨덴은 평등과 경쟁의 연금술에 능숙한 나라다. 볼보와 에릭슨을 제치고 스웨덴 최고 기업으로 부상한 H&M은 이런 스웨덴의 DNA를 기업 내부에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한 기업이다.

H&M은 2007년 호주 출신 팝스타 카일리 미노그를 비치웨어 모델로 세웠다. / AP

완전한 평등

스톡홀름 H&M 본사 3층의 화이트룸(White room). ‘H&M의 심장’ ‘영감의 도서관(library of inspiration)’으로 불리는 디자인팀의 창작 공간이다. 15개 국적의 디자이너 140명이 세계 40개국 2200개 점포에 뿌려지는 패션 아이템을 쏟아낸다. 이곳의 책임자는 앤-소피 요한손. 1987년 매장 파트타임 여성 판매원으로 입사해 H&M의 디자인 담당 글로벌 임원으로 성장했다.

입사 전 그는 패션을 공부한 일이 없다. 판매원으로 일하던 1990년 당시 디자인 책임자였던 마가레타 반 덴 보쉬에게 자신의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디자인실에 발탁됐다. 반 덴 보쉬는 요한손을 후계자로 키웠고, 2008년 디자인 책임자 자리를 요한손에게 물려줬다. 반 덴 보쉬는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로 일한다. 요한손은 H&M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큰소리로 말할 수 있는 완전한 수평 조직”이라고 말했다.

H&M은 독특한 근무 원칙을 갖고 있다. CEO 이하 본사 간부와 스태프는 한 해 두 번 이상 점포에서 판매 업무를 해야 한다. 파트타임 직원들이 간부에게 자신을 선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회사 입장에서도 현장의 인재를 발탁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 요한손도 이렇게 기회를 잡은 사람이다. 지금은 수많은 파트타임 직원들이 ‘나도 당신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그에게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보여준다.

직원들은 그를 ‘앤-소피(이름)’라고 부른다. 그도 직원의 이름을 부른다. 직책, 나이는 상관없다. 상하(上下)의 언어가 다른 한국과 일본의 직원들도 예외가 없다. ‘혜정’ ‘미에코’ 하는 식으로 이름만 부른다. 심리적 장벽을 제거해 완전한 수평 조직을 만드는 창업 이래의 기업 문화다. 요한손은 “그래야 기탄없이 말할 수 있고, 그래야 내부에서 내 자리를 물려줄 인재를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한 경쟁

“할아버지(창업자 얼링 페르손)는 인재를 발굴하는 능력이 뛰어났어요.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지켜보다가 ‘당신은 이런 일을 해보면 좋겠다’고 말했지요. 그러면 사람들은 ‘경험이 없어 그런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말해요. 그때 할아버지는 ‘경력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당신은 금방 배울 거야’라고 말하고, 보직을 맡겼어요. 이게 우리의 중요한 전통이지요.”

3대 CEO 칼-요한 페르손을 만난 곳도 H&M의 심장부 화이트룸이었다. 그는 비서도, 홍보 담당자도 동행하지 않고 홀로 나타났다. 180㎝를 훌쩍 넘는 키, 하얀 얼굴에 푸른 눈동자. 몸에 딱 붙는 청색 면바지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우리가 만든 옷”이라고 했다. 신발은 발목까지 올라오는 갈색 스니커즈. 왼손에는 아이폰과 검은색 가죽지갑을 움켜쥐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본 ‘사람의 올바른 자세’란 무엇일까? 여기서 H&M의 다소 복잡한 경쟁 철학이 나온다.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발탁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홀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 그를 키우는 것이다. CEO에서 점장(店長), 관리 부문 매니저까지 책임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의무가 있다.

‘넥스트 미(Next Me)’. 내가 없어도 내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후계자 2~3명을 육성하는 것이다. 훗날 내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호랑이’라도 옆자리에 두고 키워야 한다. 자신의 자리를 두고 부하와 경쟁하는 구도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후계자로 발탁된 부하는 상사의 수준에 오르기 위해, 즉 언제든지 상사가 다른 보직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페르손 CEO는 이것을 “팀플레이, 팀워크”라고 했고 “할아버지가 본 직원의 올바른 자세”라고 했다. 스웨덴의 평등은 이런 것이다.

“점장의 임무 중 하나는 자신의 다음 보직을 생각하고 자신의 일 일부를 의식적으로 후계자에게 맡기는 겁니다. 그리고 6개월에 한 번씩 전 직원들을 개별 면담해 그들의 희망을 듣는 것이지요. 이런 품성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일도 대부분 해낼 수 있어요. 빨리 배우고 자신을 계발해 무슨 일이든지 해낼 수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새로운 일이라도 직급에 관계없이 걸맞은 인재를 우리 내부에서 뽑을 수 있지요.”

그 역시 여름마다 이틀씩 매장에서 판매업무를 한다. 그때 희망을 가진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매달 한 번씩 해외 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의 아이디어를 듣는다. 경영의 후계자를 고르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는 ‘내부 발탁’을 고집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래야 직원들에게 ‘회사가 당신을 믿는다’는 의식을 심을 수 있지요.”

블룸버그

점장이 6개월마다 전 직원 면담
직급 관계없이 내부서 인재 뽑아
정규·비정규직·나이·연봉 불문
5년 이상 근무하면 장려금 적립
완전한 공존… 최강 기업으로 우뚝

완전한 공존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H&M 본사에서 만난 유일한 남성은 페르손 CEO였다. 디자인 담당 글로벌 임원인 앤-소피 요한손, 언론 담당 직원인 카밀라 에밀손 포크 그리고 화이트 룸에서 만난 디자이너들 모두가 여성이었다.

실제로 H&M의 직원 중 79%가 여성이다. 관리직도 71%에 달한다. 고위직으로 올라가도 여성비율이 거의 줄지 않는 것이다. 글로벌 임원 중에도 인사 담당 산나 린드버그, 커뮤니케이션 담당 크리스티나 스텐빈켈, 일본 지사장 크리스틴 에드먼 등 여성이 많다.

페르손 CEO는 “우리 회사가 여성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산업에 속하는 탓도 있지만 매장에 훌륭한 여성 인재가 많기 때문에 관리직에도 그만큼 여성이 많다. 우리는 성별(性別)을 보지 않고 능력과 태도를 본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여성 중시는 스웨덴의 국가 철학이 반영돼 있다. 여성이 경제 활동에 동등하게 참여해야 국가 역량도 강화된다는 생각이 스웨덴의 남녀 평등정책의 바탕에 깔려 있다. 이를 위해 출산과 육아를 남녀가 분담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복지제도가 마련돼 있다. 여성도 남성과 함께 평등한 경쟁의 장으로 들어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투자유치(IR) 담당 글로벌 임원 닐스 빈게. H&M을 그만두고 3년 동안 다른 기업에서 일하다가 회사의 요청을 받고 복귀한 사람이다. H&M은 회사 내부에서 적합한 인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 헤드헌트업체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다. 전직 사원 중에서 우선적으로 스카우트하는 원칙에 따른다. 공존의 기회를 현직 사원들뿐 아니라 전직 사원들에게까지 넓힌 것이다.

H&M에서 공존은 팀, 팀워크라는 용어로 표현된다. 페르손 CEO는 “나는 ‘나의 팀(my team)’과 함께 일한다. 그 팀에는 본사의 글로벌 임원, 해외 지사장 그리고 모든 직원이 포함된다. ‘우리의 팀워크’가 매일 매일 H&M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H&M은 올해부터 5년 이상 근무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장려금을 적립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목표는 장기 고용이다. 10년 이상 근무하면 그동안 적립된 장려금을 일시에 지급받을 수도 있고, 계속 적립해 뒀다가 62세 이후에 지급받을 수도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직급, 나이, 연봉 액수를 묻지 않고 근속기간에 따라 고르게 혜택을 받는다. 페르손 CEO는 이렇게 말했다.

“서로 다른 방법으로 H&M에 기여한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그들에게 조금 더 돌려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H&M의 수익 일부가 직원들에게 돌려진다. 5년 이상 H&M에서 일을 하면 수익 일부를 받을 수 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직급이 무엇이든, 경력이나 소속 국가가 어디이든 같은 것이다. 이것이 H&M 방식이다.”

H&M은 어떤 회사
명품 디자인 低價에 제공… 세계 40개국에 매장 2200개

H&M은 1947년 얼링 페르손(Erling Persson)이 창업한 스웨덴의 패스트패션(fast-fashion) 기업이다. 계절별로 상품을 기획하는 일반 의류업체와 달리 최신 트렌드를 재빨리 포착해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생산해낸다는 뜻에서 패스트패션이라고 불린다. 패스트패션 기업들은 직접 생산한 의류를 자체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기 때문에 ‘제조·직매형 의류 전문점(SPA)’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ZARA), 미국의 갭(GAP), 일본의 유니클로(UNIQLO) 등이 대표적이다.

H&M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본사에서 상품 기획, 디자인, 마케팅, 배송, 판매를 일괄 관리한다. 세계 40개국에 2200개 매장을 열고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을 팔고 있다. 매출의 90% 이상을 스웨덴 이외의 나라에서 거둔다. 주요 매출은 독일, 프랑스, 미국,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와 같은 선진국에서 나온다.

H&은 ‘패션과 품질을 가장 좋은 가격에(fashion and quality at the best price)’라는 기업 이념을 가지고 있다.

비용 절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자체 공장은 갖지 않는다. 중국, 터키 등에 있는 700개 의류 제조업체와 직거래를 통해 싼값에 옷을 만든다. CEO라도 긴급 업무가 아니라면 해외 출장 때 비즈니스 클래스가 아니라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한다. 임원급이라도 비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매장은 세계 거대 도시 한복판의 1급지에 둔다. 미국 뉴욕 5번가,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일본 도쿄 긴자, 한국 서울 명동에 있는 매장 자체가 대형 광고판과 같은 역할을 해낸다.

H&M은 세계 패스트패션업계 최초로 유명 디자이너, 연예인과 한시적 협업을 통해 특별기획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명품 디자인을 저가에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호응이 컸다. 2004년 칼 라커펠트와의 협업으로 H&M의 매출이 24%나 뛰었다. 이후 마돈나(2007년), 지미추(2009년)를 거쳐 올해는 베르사체와 협업할 예정이다.

현재는 창업자의 아들인 스테판 페르손이 회장, 손자인 칼-요한 페르손이 CEO를 각각 맡고 있다. 한국 시장에는 2010년 진출했고 서울 명동, 인천, 천안 등에 매장 4곳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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