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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장영재의 테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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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결정은 이제 과학이다
재고 땡처리 없앴더니 매출 14% 쑥쑥

장영재 KAIST 교수

“다면체의 기하학적 특성상 최적 값 산출을 위해서는 이쪽 단면부터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단면보다는 다면체 안으로 접근하는 게 빠를 텐데….”

대학 기하학 시간에나 나눌 이야기라고? 천만에! 유통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나누는 실제 대화다. 글로벌 유통 기업인 월마트나 아마존닷컴에서는 이런 고난도의 수학이나 컴퓨터 공학 관련 문제를 고민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수학자와 공학자들이 유통기업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는 분야는 바로 가격 책정이다. 가격의 과학화다.

대형 마트에는 신선식품 등 시간이 지나면 값어치가 떨어질 수 있는 물건이 많다. 유통기한이나 유행이 지나 재고로 남을 경우 폐기하거나 창고에 쌓아두는 것보다는 차라리 헐값에 처리하는 것이 기업엔 이득이다. 상품 할인이 존재하는 이유다.

여기서 가격 인하는 특별 세일과 같이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프로모션과는 성격이 다르다. 프로모션의 경우 특정기간 가격을 낮춰 매출을 올리려는 전략인데 반해 가격 인하는 상품의 가치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처리하자는 개념이 강하다. 그래서 특별 세일 품목은 세일 기간이 지나면 다시 가격이 올라가지만 가격 인하된 상품이 다시 올라가는 경우는 드물다.

아직 많은 기업들은 철 지난 상품을 애물단지 취급해 일단 처리하고 보자는 식으로 인하 가격을 큰 고민 없이 책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값 세일이 바로 좋은 예다. 왜 30%도 60%도 아닌 반값일까? 과연 50%가 최선일까?

유통업계 최초로 이러한 질문에 과학적인 답을 찾아 가시적인 성과를 낸 기업이 샵코(Shopko)다. 미국 중부와 북서부 13주에서 생필품과 의약품을 판매하는 샵코는 2000년 새로운 가격 인하 전략을 시도했다. 남은 재고를 헐값에 판매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시간에 따라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하한다는 발상이었다.

즉 처음에 가격을 책정할 때부터 시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가격을 내릴 것을 고려해 단계마다 가격을 사전에 산출하는 방식이었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그리고 단계별 가격은 수학의 최적화 방식을 사용해 산출해냈다. 놀랍게도 단기간 매출이 14%나 향상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어떻게 이런 성과가 가능했을까?

일반적으로 기업이 가격을 책정할 때는 ‘모든 상품은 재고 없이 다 판매된다’는 이상적인 기준을 들이댄다. 이렇게 책정된 가격을 ‘정상가’라 부르며 이 가격이 제값이라 여긴다. 문제는 이 정상가로 팔고 남은 제품은 판매에 실패한 제품으로 치부하고 그냥 헐값으로 넘긴다는 것이다.

즉 ‘비정상가’로 처리되는 것이다. 그러나 샵코는 모든 상품이 다 판매될 수 있다는 이상적인 가정을 폐기하고 ‘정상가’란 개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재조정’되는 가격 개념을 도입했다. 즉 상품이 처음 나왔을 때, 유행이 시작될 때, 유행이 지나갔을 때, 상품의 가치가 거의 바닥일 때 등 단계적으로 가격을 책정해 판매한 것이다. 그리고 단계별 시점은 고객 데이터와 재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학 확률 모델로 결정했고, 단계별 가격은 수학의 최적화 모델을 사용해 최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가격을 뽑아냈다. 특히 복잡한 계산이 요구되는 가격 산출 문제는 수학의 기하학적 특성을 이용해 수천~수만개로 이뤄진 식의 답을 순식간에 찾는 선형 계획법 방식이 이용되었다.

샵코는 가격이 과학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는 다른 유통기업들이 과학적인 가격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수많은 고객 데이터를 가진 월마트나 아마존닷컴과 같은 거대 유통기업에서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데이터분석과 가격책정 알고리즘을 연구하며 이를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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