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빨간색 고지서 받았다 전기 사용 줄여야겠군

[디자인 TALK] 빨간색 고지서 받았다 전기 사용 줄여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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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안보이는 서비스 시각화한 디자인… 사람들 행동까지 바꿔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올해 초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전기요금 고지서를 통해 그 가능성을 알아보는 실험이 진행됐다. 새로 디자인된 고지서는 축구 경기의 옐로·레드카드를 닮았다. 아파트측은 같은 평수 세대의 평균보다 전력 사용량이 많으면 빨간색, 비슷한 수준이면 노란색이 들어간 고지서<사진>를 발송했다.

고지서가 배포된 지난 1월 전국의 전월(前月) 대비 전력 사용량은 9.83% 늘었다. 반면 이 디자인 시범 단지는 5.26%가 줄었다. 2월에도 10.06%가 줄어 1.2% 감소에 그친 전국에 비해 감소폭이 컸다. 전년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는 1월 사용량이 전국적으로는 3.7% 늘었으나 시범단지는 0.14%만 늘었다. 2월에는 전년 대비 전국에서 4.1%가 늘었지만 시범단지는 2.07% 감소했다. 고지서를 디자인한 한국디자인지식산업포럼 서비스디자인연구소의 최미경 소장은 “고지서에 담긴 경고 메시지에 주민들이 반응해 전기 절약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디자인이 행동을 바꾼 셈이다.

경험이나 행동도 디자인의 대상이 된다. 무형(無形)의 서비스를 시각화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서비스 디자인’이 세계 디자인의 중요한 추세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디자인회사 IDEO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의뢰를 받아 개발한 ‘잔돈은 가지세요(Keep the Change)’ 프로젝트는 서비스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모든 금액을 1달러 단위로 반올림해 체크카드로 결제한 뒤 우수리는 예금전용 계좌로 바로 입금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13.5달러짜리 물건을 살 경우 체크카드로는 14달러를 결제하고 나머지 0.5달러는 별도 예금용 계좌에 자동 입금시키는 방식이다. 저축을 유도하기 위한 이 서비스는 2007년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인 IDEA에서 동상을 받았다.

아직은 생소하지만 국내에서도 서비스 디자인이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는 복잡한 부가서비스에 이 방법을 적용했다. 부가서비스의 특징을 담아 디자인한 카드를 매장에 비치하고, 소비자가 작은 바구니에 카드를 골라 담게 했다. 자신이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던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한 디자인이다.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해 실내를 꾸민 성형외과 병원도 있다. 성형외과는 아파서 가는 곳이 아니다 보니 수술을 받으러 병원까지 왔다가 마음을 바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병원과 수술이 주는 공포감 때문이다. 여기에 착안해 고압 가스통처럼 환자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물건은 수술실에서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배치했다. 대기실에는 몸을 완전히 감싸는 반구(半球)형의 의자를 마련했다. 성형외과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 않은 환자들의 마음을 배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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