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경영 사례 모음(2009년 자료)

불황기에 기업들이 ‘가격 방어’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이 불황에 빠졌던 1980년대 거대 유통업체 K마트는 광고비를 대폭 삭감하는 대신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그러나 오히려 K마트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면서 매출이 빠르게 줄었다. K마트는 결국 가격을 고수하되 공세적인 마케팅을 펼친 월마트에 밀려 법정관리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 매출은 다시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첫 번째로 지켜야 할 원칙은 가격을 방어하는 것이다. 카드사나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제도를 운용하고, 요즘 소비재 기업들이 너도나도 ‘덤 마케팅’에 나서는 데는 나름대로 이론적 배경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럼 원가 절감보다 가격 방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 기업 이익창출 변수(profit-driver)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공식인 ‘이익=가격×판매량-원가’ 법칙에 따르면 기업 이익을 결정하는 변수는 가격, 판매량, 원가 등 세 가지다.

기업은 세 가지 변수를 모두 활용해 불황에 대처해야 하지만 매출이 30~40% 이상 큰 폭으로 하락할 때는 원가 절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원가를 매출이 하락하는 비율만큼 줄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원가 절감에 힘쓴 나머지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면 핵심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원가 절감으로 부족하다면 가격을 내려 판매량을 늘리거나 판매량 감소를 감수하면서 가격을 지켜야 한다.

이때 가격 인하보다는 물량 감소를 수용하는 전략으로 맞서며 ‘가격 방어’ 전략을 펼치는 것이 불황 극복에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이 제품 가격 100원, 판매량 100개, 단위원가 60원으로 평소 마진 4000원을 거둔다고 하자. 이 기업이 가격을 10% 인하하면 총마진은 3000원으로 25%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가격을 고수해 판매량이 90개로 감소한다면 매출은 9000원, 총원가는 5400원으로 마진은 3600원이 된다. 이때 마진 감소폭은 10%에 그친다.

◆ 소비자와 경쟁자 심리를 파악하라

유필화 성균관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학생들에게 ‘가격 방어’ 전략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이는 소비자의 상반된 ‘가격탄력성’과 관련이 깊다. 소비자는 제품 가격이 오를 때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내릴 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가격을 내려도 판매 물량에 크게 차이가 없다면 가격을 지키고 물량 감소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미국 델타항공이나 아메리칸항공이 최근 항공료 인하가 아니라 운항 편수를 줄이는 쪽을 택한 것도 불황을 ‘물량 감소’로 대응하고 있는 사례다.

한걸음 더 나아가 업계 전체가 공급량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방법도 있다. 선도 기업이 시장에 공급 물량을 줄일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그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다.

전 세계 철강업체가 작년 말 경기 불황을 맞아 일제히 감산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철강 가격은 감산에 따른 재고 소진으로 가격이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상태다. 그러나 정보 공유가 안되거나 신뢰가 부족하다면 특정 기업이 먼저 가격을 낮추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최악에는 업계 전체가 불황 속에서 출혈 경쟁에 빠져들게 된다. 따라서 개별 기업이 ‘배신’을 할 것에 대비해 ‘팃 포 탯(Tit for Tatㆍ상대가 협조하면 협조로, 배신하면 배신으로 대응)’ 전략을 평소 구사할 필요가 있다.

◆ 가격부담 큰 상품 ‘보증’으로 믿음줘라

현대자동차는 최근 글로벌 시장점유율 5%를 돌파했다. 특히 2분기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34%, 영업이익은 327% 증가하며 불황을 무색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공격적 마케팅이 적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초부터 미국 시장에서 펼친 ‘불확실한 시간의 확실성’이라는 캠페인도 효과 만점이었다. 새 고객이 자동차를 할부로 구입한 뒤 실직하면 구직 기간 3개월 동안 현대차가 할부금을 대신 내주는 방식이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자동차를 돌려주면 그만이다. 현대차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보증’을 통해 고객이 느끼는 공포와 위험을 줄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은 세 가지 원칙에 적합해야 한다. 첫째,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 둘째, 빨리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기업 유동성에 악영향을 주면 안된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시장 개척, 인수ㆍ합병(M&A), 수직적 통합 등은 불황 극복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

이에 비해 ‘가격 방어’ 전략은 세 가지 변수를 모두 충족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불황을 맞아 영업력을 강화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을 보유한 구글은 최근 400명에 가까운 인력을 감축했지만 영업 인력은 오히려 100여 명 늘리기로 했다. 더 많은 사람이 영업을 할수록 매출은 늘어난다는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사무직원을 영업 현장에 배치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도 있다. 우수 영업사원의 노하우를 모든 직원이 공유하고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황기에 기업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연구개발(R&D) 인력을 대규모로 해고하는 것은 금물이다. 기업이 보유한 핵심 자산인 연구 인력을 감원하는 것은 회사의 경쟁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동이다.

Related Posts

Comment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9 + 7 =

Stay Connected

spot_img

Recent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