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백과사전 외판원, 그는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알았다"

[최철규의 소통 리더십] “백과사전 외판원, 그는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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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소통으로 성공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자식 공부위한 父情 읽어 연탄가게서 백과사전 팔았다
회사 골프장 나무 한 그루도 직원 스스로 결정, 심게 했다
웅진그룹을 키워낸 그는말만 잘하는 리더가 아니었다

세계경영연구원(IGM) 협상스쿨 원장

#1. 그는 백과사전 외판원이었다. 하루는 연탄가게 앞에서 바쁘게 연탄을 나르고 있는 한 남성을 만났다. 그가 말을 붙였다. “사장님 계세요?” 얼굴에 검은 석탄 가루를 묻힌 남자가 답했다. “제가 사장입니다.” 사장과 직원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작고 허름한 가게였다. 연탄 몇 장을 함께 나르던 그가 다시 말을 건넸다. “혹시 집에 백과사전 필요하지 않으세요?” 가격을 들은 주인은 기겁하며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그는 가게 주인의 말 속에 녹아있는 마음을 읽으려 했다. 자녀들이 자기와 다른 삶을 살기 원하는 부정(父情)을 느낄 수 있었다. 설득이 이어졌다. “지금 이렇게 고생하시는 것도 전부 자식을 위해서 아닙니까? 자녀분들이 가게를 물려받아 평생 연탄을 나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안 되려면 아이들이 많이 배워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게 해야죠.” 결국 계약서 위로 연탄재 묻은 주인의 손이 올라갔다.

#2. 시간이 흘러 그는 1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성공한 사업가가 됐다. 골프를 좋아하는 그는 회사가 소유한 골프장에 종종 들렀다. 어느 날 골프를 치다가 ’17번홀 티박스 주변에 소나무를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골프장 관리담당 임원을 불렀다. “17번홀 티박스 근처에 소나무를 심으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참았다. 그리고 물었다. “어떻게 하면 17번홀을 더 멋지게 만들 수 있을까요?”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다 관리담당 임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회장님, 멋진 소나무를 심으면 어떨까요?” 이 광경을 본 주위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아니, 그냥 ‘소나무를 심으라’고 시키면 될 일을 왜 그리 일일이 상의하십니까?” 그가 답했다. “사람은 신바람 날 때 일을 가장 잘합니다. 부하 입장에선 상사 지시에 따라 일을 하면 사기가 떨어지지요. 자기 생각이 들어간 일을 하다 보면 신나는 게 당연지사 아닌가요.”

#3. 성공 가도를 달린 그의 회사가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게 됐다. 인수 대상은 경북의 한 섬유화학업체. 노조는 “그룹이 만든 ‘구조조정 시나리오’를 입수했다”며 “감원(減員)은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노조와 담판을 짓기 위해 직접 공장으로 내려갔다. 노조원들이 모여 있는 지하 강의실 입구부터 분위기가 살벌했다. 그가 ‘시나리오’의 존재를 인정하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회사는 적자 상태입니다. 적자 회사를 인수하는 입장에서 감원을 고려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노조와의 마찰이 두려워 인력 구조조정 시나리오도 짜지 않고 그냥 쉽게 회사를 인수하려는 기업이 여러분 회사를 인수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적자에 허덕이다 결국 또 다른 회사에 팔려가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겠습니까?”

그는 순간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사탕발림 대신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이어 3시간 동안 노조와 마주 앉아 거짓 없이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조원들이 귀를 열기 시작했다. 한 달 뒤 다시 공장을 찾았을 때 그는 눈을 의심했다. 공장 입구에 노조가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회장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말 잘하는 리더’는 많지만 ‘소통 잘하는 리더’는 흔치 않다. 소통에 능한 리더는 상대의 마음속 ‘욕구’에 집중한다. 그가 계약서에 연탄가게 주인의 사인을 받아낸 비결은 ‘자식들은 나보다 많이 배워 연탄가게보다 더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욕구’를 공략한 것이다. 상대의 표면적 요구(position)가 아닌 내면적 욕구(interest)에 집중하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상대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하는 ‘관점 전환(perspective taking)’도 소통하는 리더의 필수 역량이다. 지시하면 빨리 처리될 일을 그는 시간을 들여 부하와 상의했다. 부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유는 명백하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상사가 시켜서 할 때와 내가 원해서 할 때 일에 대한 재미와 몰입 정도는 천지 차이다.

엄마가 시켜서 공부한다고 생각하는 아이와 자기가 원해서 공부하는 아이의 성적이 극과 극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통 능력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힘에 비례한다.

잭 웰치(Welch) 전 GE 회장은 ‘부하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캔더(candor)’라고 말했다. 캔더는 ‘절대적 솔직함’이다. 앞뒤 재지 않는 진실함을 뜻한다. 구조조정 시나리오의 존재를 알고 격앙돼 있던 노조원들 앞에서 그가 “그런 문건은 만든 적이 없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순간의 위기는 넘겼을지 모르지만 그와 노조 사이엔 어떠한 신뢰도 쌓이지 않았을 것이다.

7년 전 그에게서 받은 명함을 다시 꺼내 봤다. ‘윤석금’이라는 세 글자가 눈에 띈다. 상대의 욕구에 집중하고, 관점 전환에 익숙하며, 절대적 솔직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웅진그룹의 회장. 올해 웅진그룹의 매출은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를 처음 만난 7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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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간이 흘러 그는 1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성공한 사업가가 됐다. 골프를 좋아하는 그는 회사가 소유한 골프장에 종종 들렀다. 어느 날 골프를 치다가 ’17번홀 티박스 주변에 소나무를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골프장 관리담당 임원을 불렀다. “17번홀 티박스 근처에 소나무를 심으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참았다. 그리고 물었다. “어떻게 하면 17번홀을 더 멋지게 만들 수 있을까요?”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다 관리담당 임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회장님, 멋진 소나무를 심으면 어떨까요?” 이 광경을 본 주위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아니, 그냥 ‘소나무를 심으라’고 시키면 될 일을 왜 그리 일일이 상의하십니까?” 그가 답했다. “사람은 신바람 날 때 일을 가장 잘합니다. 부하 입장에선 상사 지시에 따라 일을 하면 사기가 떨어지지요. 자기 생각이 들어간 일을 하다 보면 신나는 게 당연지사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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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이 일하는 팀원이나 파트너사들이 내가 원하는 답을 낼 수 있도록 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내가 답같은 것을 말해버리는 순간 그들의 머리는 수동적으로 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기 위해서는 팀원이나 파트너사들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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