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오전에 주문한 책, 오후에 집으로… '가격' 대신 '속도'로 승부"

“오전에 주문한 책, 오후에 집으로… ‘가격’ 대신 ‘속도’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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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 1위 ‘예스24’
개인단말기로 책 위치 바로 확인분야별 書庫 담당이 즉각 전달포장 속도 느린 기계 버리고 정규직 베테랑 투입해 시간 절약
전국 30여개 도시에 당일배송 제주는 손해 감수하고 항공운송 배송하는 물량 年 1200만건 고객불만율 업계최저인 0.3%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인터넷 서점 ‘예스(YES)24’의 물류센터. 총 250만권의 국내외 도서들이 가득 쌓여 있는 건물 맨 중앙의 프린터에선 책 주문서가 쉴새 없이 출력되고 있었다. 5분 전 서울의 한 주부가 온라인으로 주문한 어린이 교재와 동화책 주문서를 받아든 물류센터 직원은 쏜살같이 서고로 달려갔다. 불과 1분도 안 돼 책 2권을 들고 오더니 바구니에 담는다. 1만3000여㎡(4000평)가 넘는 넓은 서고에서 어떻게 책 2권을 귀신같이 찾아냈을까? 비결은 개인휴대단말기(PDA)였다. 주문서에 찍힌 바코드에다 무전기만한 크기의 이 단말기를 대기만 하면 서고 속에 책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 정보가 곧바로 뜨기 때문이다.

책을 담은 바구니는 다시 분류실로 옮겨졌다. 고객이 책을 여러 권 주문했을 때 여러 서고에서 찾아온 책을 고객 이름별로 한데 모으는 곳이다. 한 고객이 주문한 책을 직원 한 명이 다 찾는 것이 아니라 서고별 담당자가 자기 구역에 있는 책만 찾은 뒤 모으는 방식이다. 책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몇 분이라도 단축하기 위한 분업 시스템이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고객별로 분류가 끝난 책들은 다시 포장 파트로 옮겨졌다. 최고 베테랑 직원들이 책을 종이 박스에 포장한 뒤 주소가 적힌 주문서를 부착했다. 손놀림이 워낙 빨라 한 박스를 포장하는 데 10~2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 포장된 책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옮겨진 뒤 대기 중인 택배 차량에 실렸다. 주문한 지 20여분 만에 발송 준비가 끝난 것이다. 책 주문에서 발송 준비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5분, 주문이 아무리 밀려도 1시간을 넘지 않는다.

이렇게 포장·발송된 책은 당일 오후에 고객에게 배달된다. 이것이 바로 오전(9~12시)에 주문하면 오후(3~8시)에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총알 배송’ 시스템이다. 예스24는 2007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당일 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온라인 책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온라인의 특징인 ‘속도’를 오프라인(배송 시스템)에도 적용한 스피드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기계 버리고 사람과 시스템으로 승부

이 회사는 왜 속도전에 승부를 건 것일까. 국내 최초로 온라인 서점을 시작했지만, 경쟁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책값을 대폭 할인해 주는 출혈경쟁이 시작되면서 적자가 누적됐다. 회사의 새 주인이 된 한세실업의 김동녕 회장은 가격 경쟁이 아닌 스피드 경쟁으로 승부를 걸었다.

독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가격보다도 빠른 배송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온라인 서점이 취약한 부분도 바로 스피드였다. 때마침 도서정가제가 실시되면서 가격보다 속도 경쟁이 먹힐 여건도 마련됐다.

처음엔 책을 주문받고 발송을 시작하는 데까지 3~4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해서는 당일 배송이 불가능했다. 임원들까지 책 배송 현장에 뛰어들고 포장 기계를 도입했지만, 책 배송 시간은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책 보관 위치를 찾고 포장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개인휴대단말기와 창고물류관리시스템(WMS)이다. 개인휴대단말기로 책의 위치를 바로 확인하고, 분야별로 서고를 나눠 담당 직원을 따로 두는 등 작업 라인을 속도전에 맞게 완전히 바꿨다. 서류상 재고와 실제 재고의 차이는 0.01%(1만 권당 1권) 이내로 줄였다.

예스24의 파주 탄현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방금 출력된 책 주문 내역을 스캐너로 확인하고 있다(왼쪽). 고객이 주문한 책들이 20여 분 만에 검색·분류된 뒤 박스에 포장돼 컨베이어에 실려 나가고 있다. / 예스24 제공

가장 주목할만한 결정은 기계를 버리는 대신 사람에 일을 맡긴 것이다. 포장 기계는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속도가 느리고 오류가 많았다. 책 규격이 제각각인 데다 달력과 화장품 등 경품도 함께 포장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가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70여명의 핵심 인력을 포장 전문가로 키웠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포장 라인에는 2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정규직 베테랑 직원만 투입했다.

요즘 같은 최첨단 자동화 시대에 사람이 정말로 기계보다 빠를까? 예스24는 몇 년마다 한 번씩 기계와 사람의 속도를 비교·평가하고 있다. 몇 년 전엔 일본의 유명 자동화기기 업체가 설계한 포장기계와 본사 포장 전문가가 실전 게임을 벌였다. 그 결과는 사람이 2배 가까이 빨랐다. 이 회사의 안지애 브랜드 파트장은 “최근 기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 끊임없이 속도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10명 중 6명에게 당일 배송

예스24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00명의 직원이 하루 2억원 정도의 배송 물량을 처리했다. 그러나 꾸준한 시스템 개선을 통해 지금은 400여명의 인력이 하루 4만5000건, 15억~20억원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사람은 줄어들었는데, 처리 물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책 매출에서 차지하는 물류비용의 비중을 기존의 12%에서 8%대로 줄일 수 있었다. 회사는 오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예스24는 고객이 책을 주문하면 ‘오늘 오후에 책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최용 물류센터장은 “어떤 책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아무리 빠른 배송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도 다양한 종류의 책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않으면 배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예스24는 책 재고량을 몇 배로 늘렸다. 현재 예스24의 두 군데 물류센터에는 25만종, 총 300만권의 책이 있다. 책 하나에 평균 12권씩의 재고를 확보해 놓은 셈이다. 국내 온라인 서점 중 최고다. 책을 현금으로 대량 구매하는 대신 일반 가격보다 10~15% 싼값에 공급받음으로써 원가도 줄였다.

재고를 많이 확보했다가 안 팔리면 어떻게 할까? 예스24는 3단계 재고 시뮬레이션 체제를 구축했다. 창업 이후 지난 11년간의 책 판매 데이터베이스를 기초로 책 종류와 저자, 출판사, 독자층에 따른 책 판매량을 예측한다. 또 출판사와 공동 마케팅 회의를 열어 2차 예측을 한다. 그리고 독자 및 전문가들의 반응을 보고 다시 한번 재고량을 조정한다. 이를 통해 미판매 재고량을 전체의 2% 이내로 줄였다.

현재 당일 배송이 가능한 지역은 서울·수도권을 비롯해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제주 등 전국 30여개 도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60%가 넘는 약 3000만명을 커버하는 셈이다. 예스24는 지방의 당일 배송 지역을 늘리기 위해 지난 8월 경북 영천에 제2 물류센터를 열었다. 제주 지역은 손해를 감수하고 비행기로 배송한다. 2014년에는 산간벽지를 제외한 전국 4500만명에게 당일 배송을 할 계획이다.

예스24는 배달을 맡은 택배회사의 배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상벌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성식 도서담당 본부장은 “당일 배송 성공률이 95% 이상이면 인센티브를, 93% 이하면 페널티를 물린다”고 했다. 배송 물량은 연간 1200만건에 달한다.

그러나 실수가 있다면 총알 배송도 무용지물이다. 엉뚱한 책이나 파손된 책을 보내거나, 함께 보내야 할 사은품·경품을 빠뜨리는 경우다. 그래서 직원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또한 배달 과정에서 책·사은품 파손을 막기 위해 전문업체에 의뢰, 독자적인 안전 봉투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객 불만율을 업계 최저 수준인 0.3% 이하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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