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성은 어느 날 뚝 떨어지지 않아… 끊임없는 자기 성찰 과정없인 불가능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일까
근본적인 질문 스스로에게 던져야

우종민·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

돌랜드 애치슨(Dolland & Aitchison)은 안경 도매 회사인데, “모든 아이디어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믿는다. 근로자들은 CEO에게 아이디어를 직접 써 보내기를 권장한다. 그들은 CEO에게 친필 답신을 받고, 만약 그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감사 선물도 받는다. 미국의 디자인업체 아이디오(IDEO) 디자이너들은 아이들이 양치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 결과 어른들은 손가락으로만 칫솔을 잡는데, 아이들은 손바닥 전체로 칫솔을 쥔다는 차이점을 발견했다. 그들은 아동 이용자들의 손바닥 모양에 맞게 칫솔 손잡이를 개량했고, 그 결과 새로운 인체공학적 상품을 창조했다. 창조성이란 어느 날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상호 간의 관계를 관찰하고 고민하면서 이루어진다.

케임브리지대 수학과에서 사회적 상호관계를 최대한 확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학교 건물 전체를 디자인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심지어 용변 중에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눈앞에 화이트 보드가 보이도록 붙여놓았다.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한 가지, 한 줄의 메모가 학교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독려할 수도 있다.

자신과 사물 간의 관계를 깊이 성찰할 때, 내가 지금 왜 이것을 하고 있을까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질 때 창조성은 쉽게 발동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 고객의 니즈(needs)를 알고 니즈와 관련한 부작용 또한 동시에 성찰하며, 그 부작용을 줄이는 방식을 먼저 세워나가는 것이 진정한 창조적 사고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성 이삭 성당 외벽에는 124개의 돌기둥이 두 개 층으로 세워져 있다. 당시 이 성당의 건축을 맡았던 프랑스 건축가 몽페랑은 석주 하나를 세울 때마다 비계를 설치하고 다시 분해하는 방법으로 대형 돌기둥을 세웠는데, 건물도 짓기 전에 기둥부터 2층을 올렸다. 1층을 완성한 후 2층을 올렸던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당시 러시아인들은 엄청난 규모의 돌기둥으로 성당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반대했는데, 몽페랑은 그런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고 자신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기둥부터 이층으로 올렸다. 이는 화려한 성당을 완성시키겠다는 고객 러시아 황제의 의지를 반영함과 동시에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상자 밖 사고’를 통해 대중을 설득한 예다.

상자 밖의 생각, 창조성이란 지니고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학습으로 습득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논란은 늘 있어왔다. 연구자들은 대개 20%는 타고나지만 80%는 후천적으로 학습될 수 있다고 한다. 결론은 우리 모두가 창조의 씨앗을 품고 태어나지만 그 작은 고갱이를 꽃피울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천적 학습이란 어떻게 가능할까? 여기 재미있는 예가 있다.

엘 불리(el Bulli)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이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원칙은 아주 창조적이다. 바로, 다른 식당에서 체험할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자는 것. 이러한 모토를 실현하기 위해 수석 주방장인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는 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려고 머리를 짜냈다. 덕분에 엘 불리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 되었지만 높은 수익을 올리지는 못했다. 그리고 엘 불리는 최근에 문을 닫았다. 주인이 자기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았고 이제는 다른 것을 시도해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레스토랑이 수익을 기가 막히게 창출했다든지 하는 드라마틱한 결말은 없었지만, 다른 곳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경험을 수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주었다는 점, 그리고 결과적으로 최고의 레스토랑으로서 영예를 얻었다는 점이 깊이 각인된다. 애초에 이 레스토랑의 목표는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창조할 수 있는 새로움을 최대한 겪어보고자 하는 자기 성찰에 기반을 둔 까닭이다.

우리의 기업에서도 사원들의 자기 성찰을 독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업무용 책상에만 매달려 일상을 반복하는 샐러리맨에게,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는 상사의 질책은 아무런 자극도 주지 못한다. 반복적인 자기 성찰을 통해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 개인적 차원에서나 기업 차원에서나 윈-윈(win-win)이다. 창조성이란 상생을 모토로 한 유쾌함을 언제나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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