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스페셜]‘2011 베스트마케팅’ 카카오톡 고속성장 비결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카카오 본사. 이날 약 150명의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인 카카오톡(카톡)의 가입자 ‘3000만 명 돌파’를 자축하는 파티가 열렸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카톡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서면 가수 김범수를 파티에 부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를 미처 섭외할 틈도 없었다. 그만큼 이용자가 빠르게 늘었다. 당초 가입자 수는 연말쯤에나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미 7월에 2000만 명을 넘겼고 지난달 14일에 30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가입자 5명 중 1명은 해외 이용자다.

파죽지세로 성장한 카톡은 약 1년 8개월 만에 국내에서만 2400만 명이 쓰는 ‘국민 앱’이 됐다. “카톡해?”라거나 “이따가 카톡으로 연락하자”는 말이 이젠 낯설지 않다. 2009년까진 없던 현상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5호(2011년 12월 15일자)는 ‘2011년 베스트 마케팅’ 사례로 카톡을 선정하고 고속성장 비결을 심층 분석했다.

○ 모바일 환경 변화, 신속한 시장 진입

2009년 11월 KT가 아이폰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자, 카톡은 곧장 스마트폰용 모바일 메신저 개발에 들어가 4개월 만인 이듬해 3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톡의 성공 키워드는 ‘속도’와 ‘모바일’이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교체되는 시점에 인터넷이 아닌 모바일,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고객의 욕구를 파악해 실시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신속하게 개척하기 시작했다. 플랫폼 전략 개발을 담당하는 이제범 카카오 공동대표는 “인터넷이 검색 중심의 시장이라면 모바일은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시장이 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무료 다운로드 정책을 통해 ‘선발자 우위(first mover advantage)’를 굳혔다. 가입자가 늘면 커뮤니케이션 효과가 극대화된다. 가입자들은 이 편익을 더 키우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가입을 추천한다. 이 결과 네트워크가 다시 확대된다. 네트워크가 커지면 가입자는 후발 서비스로 웬만해선 떠나기 어렵다. 잃는 게 많기 때문이다. 특정 서비스에서 이탈하지 못하는 ‘고착화(lock in)’ 현상이 일어난다. 다음 마이피플, 네이버의 네이버톡,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UC, LG유플러스의 와글, KT의 올레톡 등 경쟁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지만 카톡은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 행동 변화는 줄이되 혁신성은 강화

카톡의 장점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극대화한 간결한 서비스다. 피처폰의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메신저의 장점을 결합해 사용자들이 쉽게 쓸 수 있는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해 이용자의 행동 변화와 거부감을 최소화했다. 사람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말풍선 형태로 편집해 하나의 창에 보여준다. 그룹채팅 기능까지 있기 때문에 인터넷 메신저처럼 여러 사람과 대화도 가능하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PC기반 서비스에서는 기능을 많이 붙이고 여러 기능을 잘 융합하는 게 성공요건이었다”며 “모바일은 기능을 많이 붙일수록 복잡해지고 속도가 느려져 가치가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똑똑한 기술(smart offerings)’로 서비스 전달 방식도 바꿨다. 카톡은 대화상대를 일일이 입력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주소록에 입력된 지인 중 카톡을 쓰는 사람들은 자동으로 친구로 등록된다. 이런 식으로 가입자를 단기간에 빠르게 늘렸다.

카카오는 고객을 수동적인 이용자가 아닌 서비스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내는 ‘공동 가치창출자(value co-creator)’로 정의했다. 김 의장은 “상상 속에서 개발하지 말고 사용자의 평가를 받자”고 개발팀을 독려했다. 가장 단순하고 간결한 서비스를 신속하게 내놓고, 고객의 평가를 반영하는 개발 프로세스를 구상했다.

카카오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정도가 흐른 2011년 2월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개선하는 ‘100가지 기능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8개월 만에 6만 건의 제안이 들어왔다. 이 아이디어를 다른 사용자들이 평가하고 추천하게 했다. 이용자들이 올린 아이디어에 대해 80만 건의 추천이 들어왔다. 카카오는 고객 추천이 많은 아이디어 가운데 회사의 전략 방향과 일치하는 100가지 기능을 추려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

카카오에서는 조직은 최대한 작게, 의사결정은 최대한 신속하게, 새로운 서비스는 빨리 내놓고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원칙이 있다.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 시절 인터넷 기반의 소셜서비스를 개발하며 완성도에 집착하다가 시장 진입 시기를 놓치고 뼈아픈 실패를 했던 경험을 조직 전체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내에서는 새 아이디어를 4명이 두 달간 개발한다는 ‘4-2법칙’이 있다. 두 달간 개발해 성과가 나면 역량을 집중하고, 실패하면 다른 아이디어로 재빠르게 옮겨가는 식이다. 작은 팀이 신속하게 움직이다 보니 핵심기능에 집중하고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카톡도 이렇게 탄생했다.

조직문화도 유연하다. 카카오는 지난 3년간 40번의 조직개편을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때그때 팀을 짜서 일한다. 직원들이 수시로 팀을 옮겨 다니기 때문에 별도 직책을 명함에 쓰지 않는다. 엔지니어면 엔지니어, 디자이너면 디자이너다. 김 의장은 브라이언, 이제범 공동대표는 ‘JB’, 이석우 공동대표는 ‘비노’ 등 영어이름으로 불린다. 수직적 위계보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회사가 위기에 직면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 절반의 성공, 수익모델이 핵심과제

카카오의 가장 큰 고민은 수익과 비용구조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단기간에 카톡 가입자를 크게 늘렸지만 수익모델이 마땅치 않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카카오의 매출은 카톡의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발생하는 수수료 수입이 사실상 전부다. ‘플러스 친구’ ‘카카오 링크’ ‘유료 이모티콘’ 등 새로 내놓은 서비스의 수익은 아직 미미하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모바일 생태계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업과 고객의 커뮤니케이션 채널 역할을 하는 소셜커머스나 위치기반서비스(LBS) 등을 활용한 서비스 수익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구글 등 클라우드 서비스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해외시장도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비스 안정화도 골칫거리다. 현재 하루 평균 8억 개의 카톡 메시지가 오간다.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카톡이 느려졌다”는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카톡은 올해 3월 속도 향상을 위한 ‘겁나 빠른 황소 프로젝트’를 시작해 가입자의 80%가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서비스의 속도를 개선했다. 곧 아이폰용 서비스의 속도 개선도 시작할 계획이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카카오의 강점인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가 희석될 위험이 커졌다. 이런 문제도 카톡이 해결해야 한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blog_icon  
이 기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수정 씨(한국외국어대 법학과 4학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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