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코치로 나서면 직원들 모두 `A급` 된다

속칭 `임시직원`으로도 불리는 임원들은 초겨울인 12월이 두렵다. 1년간의 성과가 인사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규 계약을 맺지 못하면 바로 짐을 싸야 한다.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는 관리자들도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까 불안해 한다. 인사 문제로 조직도 덩달아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CEO를 비롯한 최고 경영진은 들뜨고 어수선한 조직을 추스르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된다. 조직이 잘 정비돼야 새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처럼 조직 정비는 곧 `훌륭한 리더십`과 직결된다.

그렇다면 어떤 리더십을 갖추고 어떤 평가시스템으로 조직을 정비해야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매일경제 MBA팀은 해법을 찾기 위해 리더십과 조직관리의 세계적인 구루(GURU)이자 베스트셀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비롯해 수많은 리더십ㆍ조직관리 서적을 쓴 켄 블랜차드 교수를 만났다.

블랜차드 교수는 결론적으로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통하는 마법 같은 리더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이 맡은 조직의 특성과 구성원의 성격, 업무 특성을 고려해 지시형ㆍ코치형ㆍ지지형ㆍ권한 위임형 리더십 중 하나를 택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융합해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리더십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은 뒤 “현재 많은 기업이 갖고 있는 성과평가 방식과 인사 방침도 차분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많은 기업이 인사 당사자를 배제한 채 성과를 평가하고 직원은 밖에서 초조하게 이를 기다리는 상황을 만들고 있지만, 이는 직원들이 매우 큰 좌절감을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블랜차드 교수는 “섬김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직원을 배려하고 존중한다면 직원들을 애써 등급으로 나누려는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차라리 모두 A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목표 설정을 제대로 하고 상황에 따른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더 큰 기업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랜차드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글로벌 기업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공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지영 머서코리아 인사컨설팅부문 부사장은 “과거의 평가는 중간평가와 연말평가로만 나뉘는 이벤트 위주 평가였다. 요즘 전 세계적인 평가 추세는 이벤트 위주가 아니라 상시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상시적인 평가는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항상 만나서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직원 개인 목표의 적절성을 토론하며, 매니지먼트 레벨에서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주면서 코칭을 함께 해주는 프로세스 중심의 평가”라고 덧붙였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성과를 측정(measuring)하는 데 초첨을 맞출 게 아니라 업무 수행을 관리하는 것(performance management)에 초점을 두고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이런 추세를 알고 있지만 몇몇 선도적인 회사들만 노력하고 있는 초기 단계”라며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할 수 없는 이유는 실제로 이러한 평가시스템으로 바뀌려면 관리자들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평가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과정에 필수적인 리더십이 여전히 조직 내에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더십을 형성해주기 위해서는 관리자들에게 소통하는 방법과 코칭하는 방법을 교육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투자와 연습이 부족한 상태여서 CEO가 직접 나서야만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국내 대기업에서 CEO 의지와 배려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사와 성과평가를 바꿔 나가는 사례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인사를 단행한 LG전자는 다른 경쟁사들이 스마트폰을 내세워 앞으로 치고 나갈 때 제품 개발에 소홀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물론 내부에서조차 LG전자가 올해 대규모 문책성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오히려 예상 밖 승진 인사가 단행됐다. 지난해보다 10% 많은 승진자가 나왔고, 실적이 부진한 부서장들도 대부분 유임되거나 승진했다. 대규모 물갈이 인사보다는 안정을 택했고, 불투명한 경영 환경과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충격을 주기보다는 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한 조치를 취한 셈이다.

이는 블랜차드 교수가 주장하는 대로 목표 설정을 다시 해주고 직원들 모두가 안정감을 갖고 최고 성과를 위해 다시 뛸 수 있도록 다독여주는, 즉 모두가 A등급이 될 수 있도록 리더가 도와주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실험으로 해석된다. 실험 결과의 성공 여부는 내년 경영 실적에서 판명 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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