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심리분석] “내가 특별하니 당신도 특별해야…” 자기애 강한 리더의 허와 실

세상에는 어떤 규칙도 내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몸속에 퍼진 암을 인정하지 않을 만큼 잘난 척을 떠는 헛똑똑이도 있고, 최고의 팀원이 되지 못할 바에는 당장 다른 회사로 가라고 그 자리에서 해고해버리는 냉혹한 CEO도 있다. 성공한 사업가 중에 의외로 이런 성격이 꽤 많다. 소위 ‘나르시시즘(Narcissism)’ 즉 자기애(自己愛)적 성격이다. 프로이트가 정신 분석 용어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는데, 자신의 능력이나 외모를 이유로 자기 자신이 뛰어나다고 지나치게 믿는 자기 중심성 성격이다. ‘내가 누군데, 감히~’, ‘나하고 같이 일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나니까 이 정도 하지, 너희는 어림없어.’ 이런 말을 자주 쓴다.

권위 있는 누군가와 친한 사이라고 과시하는 것도 자기애적 성격의 특징이다. 얼마 전 진료실에 온 환자가 대뜸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제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죠?” 아무 관심도 없는 내게 예전 대통령의 딸을 이 애 저 애 들먹이며 친하다고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자기가 특별한 사람임을 강조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자기애적 욕구 때문이다.

이들은 늘 이분법적 사고를 한다. 아주 좋거나 아니면 완전 쓰레기이거나 둘 중 하나다. 게다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든다. 내가 만든 제품은 늘 최고여야 하고 나와 일하는 사람은 늘 최고여야 한다. 나는 특별하니까 나와 함께 있는 너도 특별해야 마땅하다는 논리이다.

알다시피 스티브 잡스는 극단적인 자기애적 성격이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원에게 급작스러운 질문을 한 뒤 대답을 못하면 마음이 상할 정도로 무안을 준다거나 그 자리에서 해고하기도 했다. 생살여탈권을 내가 쥐고 있다는 특권 의식의 발로였으리라 본다.

잡스의 사진과 영상물을 보면 마치 관심법(觀心法)으로 세상 사람들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하다. 그 강렬한 시선 앞에서 나는 작고 게으르고 현실에 안주하는 존재가 된 듯하여 괜히 어깨가 오그라든다. 그에게는 ‘현실 왜곡장’이 있어서 그의 곁에 있으면 평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실제로 가능하리라 여겨지는 왜곡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이것은 탁월한 능력을 지닌 자기애적 성격이 발휘하는 마술이다. 현실 왜곡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강력한 선민의식(選民意識)에서 온다. 마치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이라도 되는 듯 자기 판단을 확신하고 자신이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자기애적 성격의 리더는 자기가 같이 일하고 어울리는 사람들에게도 선민의식을 심어준다. 스티브 잡스는 1년에 한 차례씩 가장 소중한 직원 100명을 뽑아 휴양지로 데려갔다. 새 회사로 떠날 때 구명보트에 꼭 태우고자 하는 멤버를 가려내는 것이 선정 기준인데, 이것은 애플 회사를 이류 인간들로 가득 채우지 않으려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 자기 팀원은 A급 팀원이 되어야지 B급 팀원이 되려면 그만두라고 했고, 해적이 돼라면서 상금도 걸고 특별한 존재라는 의식을 갖도록 끊임없이 자극했다.

자기애적 성격이 능력을 잘 발휘하려면 안전장치를 잘 마련해야 한다. 원래 자기애적 성격은 자기 내면을 잘 돌아보지 않는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듣기 싫은 소리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잡스에게는 명상이란 무기가 있었다. 결혼식 주례도 일본 선불교 스님이 맡을 정도였고, 늘 명상을 통해 내면을 응시하고 직관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2010년 5월 한국의 연구팀은 명상이 스트레스 조절 능력을 키워준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보완장치는 결혼생활이었다. 그는 안주하지 말고 늘 갈망하라고 (“stay hungry”) 했는데, 말과 달리 실제로는 참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혼자 몸이 아니라 가족이 있을 때는 더 어렵다. 우직하게 버텨줄 수 있는 (“stay foolish”) 배우자가 필요하다. 그에게는 우직한 아내와 가족이 있었다. 부인 로렌 파웰(Laurene Powell)을 인터넷에 검색해보아도 기본 정보 이외에는 드러난 바 없다. 행사장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아도 그야말로 수수한 미국의 아줌마 모습이다. 아이도 셋이나 낳으면서 안정된 가정을 꾸려낸 부인은 잡스라는 전투기가 기름을 넣고 정비하는 기지(基地)요, 흔들리지 않도록 현실의 땅에 내려놓은 닻이다.

현대인은 건강한 자기애를 필요로 한다. 자기 내면이 편안하면 무리해서 자기가 옳다고 강변할 필요도 없고 나를 보아달라고 너무 떠들 일도 없다. 각자의 삶을 완성해나가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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