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미도파는 왜 롯데에 넘어갔나… 경영자 판단력 흐리는 복병들

연세대 MBA 지상강의 ④
부존효과 – 경영권·소유권에 집착, 自社 가치 훨씬 높게 봐 시장논리와 다르게 행동
손익분기효과 –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손해 보고 있는 상태서 철수 늦추다 손실 키워
닻내림효과 – 성공 기준 너무 높게 둬 발생하지도 않은 손실 만회하려다 무리수 연발

연강흠·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미도파백화점은 국내 4대 대형 백화점 중 하나이자 재계순위 34위인 대농그룹의 주요 계열사였다. 신동방그룹이 미도파백화점에 대한 경영권을 노린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면서 미도파의 주가는 1996년 말 1만2000원에서 1997년 3월 초 4만5000원까지 급등했다. 전경련 회장단이 미도파에 대해 광범위한 공동지원을 약속하자 그동안 꾸준히 주식을 매수해 왔던 성원건설이 보유지분을 모두 미도파에 매각하면서 적대적 M&A는 미도파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다가 미도파는 부도가 나서 롯데쇼핑에 넘어가게 된다.

대농그룹은 1996년 결산에서 이미 293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상당한 프리미엄을 받고 미도파를 신동방에 넘겼었다면 그룹이 해체되는 비운을 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창업자이자 오너가 경영권과 소유권에 집착해 자사의 가치를 시장보다 훨씬 높게 평가했고 시장논리와 다르게 행동했다. 이를 부존효과(endowment effect)라고 한다. 사람들은 일단 자기 손에 들어온 것에 애착을 갖고 귀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미국 코넬대학에서 머그잔을 가진 학생과 갖지 않은 학생 간에 거래를 하도록 했더니 최소한 받아야 하겠다는 금액이 최대한 지불하겠다는 금액보다 1.4~16.5배라는 실험결과가 나와 부존효과를 확인했다.

부존효과 외에도 경영자의 비합리적 판단이 기업에 손실을 입힌 예는 많이 있다. 소니가 그렇다. 1946년 소니를 공동 설립한 이부카와 모리타는 1961년 미국 뉴욕의 한 상품전시회에서 마주친 단전자총(하나의 전자총에서 나오는 하나의 전자빔을 빨강, 초록, 파랑 세 가지 색의 형광체에 차례로 쏴 컬러 화상을 재현하는 것) 컬러브라운관인 ‘크로마트론 튜브’의 선명함과 밝은 이미지에 매료됐다. 모리타는 크로마트론 튜브의 기술을 소유한 파라마운트사로부터 기술적 라인선스를 협상했고, 이부카는 이를 이용해 디자인한 컬러텔레비전 수신기를 생산하기 위해 2년간 노력한 끝에 시작품을 개발, 시설투자까지 했다. 그러나 수익성 있는 제조과정은 개발하지 못해 생산비용이 소매가의 두 배 이상이 됐고,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했다. 모리타는 프로젝트를 종료하기 원했지만 이부카는 생산을 고집해 결국 큰 손실을 보고 포기했다.

적대적 M&A로부터 무리하게 경영권을 지키려다 부도를 맞은 미도파백화점 명동점의 2001년 모습.

행태의사결정(behavioral decision) 관점에서 보면 이부카는 성공을 과신해 성급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손실이 쌓이기 시작하자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리스크를 더욱 키우는 쪽을 선택했다. 소니의 경험은 경영자의 감성과 심리를 이해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사람은 어렵거나 도전적인 업무에 임하면 자신의 능력과 지식에 대해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한 경영자는 더욱 그러하다. 그동안의 개인적 성공경험에 의존해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자신이 믿고 있는 바에 더 높은 (성공의) 확률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이익이 날 때보다 손실이 날 때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손실은 동일한 크기의 이득보다 약 두 배 반의 영향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본전을 찾을 수 있는 가망이 있으면 도박을 선택한다. 이를 손실회피(loss aver sion) 또는 손익분기효과(break-even ef fect)라고 한다. 신규 프로젝트에서 일단 손해를 봤으면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매몰원가(sunk cost)이므로 계속 진행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경영진들은 종종 매몰원가를 염두에 두고 주요 결정을 내린다. 회의석상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 “그동안 들인 돈이 얼마인데 그걸 포기해”다. 평소에는 위험회피적인 성향을 보이던 사람이 일단 손해를 보고 나면 위험선호적인 성향으로 돌변한다.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 철수를 늦춰 손실을 더 키우게 되는 것도 바로 손실 확정을 꺼리기 때문이다.

성공한 경영자일수록 손실이 나지 않았어도 마치 손실이 난 것으로 간주해 손실회피의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성공한 경영자는 훨씬 높은 성공의 기준을 갖고 있어 그에 못 미치는 성과는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준점을 어디에 설정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닻내림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한다. 경영자는 희망소매가격으로 기준점을 설정한 후에 그보다 낮은 판매가격을 매겨 싸게 느껴지도록 하는 닻내림효과를 활용하지만 정작 자신도 닻내림효과의 틀에 갇혀, 발생하지도 않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비합리적으로 회사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이처럼 경영자 개인의 성향이 경영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공격적인 경영자는 현금은 적게 보유하고, 부채를 더 많이 사용하며, 인수합병 등을 통해 급속히 회사를 성장시키려고 한다. 반면에 보수적인 경영자는 현금을 더 많이 보유하면서 직접투자를 통해 성장을 도모한다. 나이도 경영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처음부터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적합한 경험과 인간성 그리고 경영성향을 지닌 경영자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직원과 입사지원자에 대한 인성검사도 기업의 스타일에 맞는 경영자를 찾기 위한 작업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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