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만으론 안 돼…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라

[IGM과 함께하는 리더의 딜레마 해결] 조직 혁신에 직원들의 동참 이끌어내려면
세스코 – 전문가 인상 주는 제복 입히니 험악하던 직원들이 점잖아져
맥도날드 – 등받이 없는 불편한 의자로 교체, 임원들이 사무실 대신 현장으로

조직의 혁신을 시도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지만 무덤덤한 직원들에게 가로막히기만 한다면?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전 세계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변화가 제시간 안에 목표만큼 성과를 거두는 경우는 단 4%에 불과했다. 대부분(89%)의 변화 시도는 직원들의 참여 부재로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참여를 쉽게 이끌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딜레마

해충 박멸 전문업체 C사의 인사를 담당하는 박 상무는 요즘 직원들 때문에 몇 달째 끙끙대고 있다. 바퀴벌레며 모기며 온갖 험악한 해충을 잡는 일이라서 그런지 직원들 분위기도 험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비속어는 예사이고, 현장에 나가서도 어찌나 불친절하게 행동하는지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일주일에 수십 통씩 걸려올 정도다. 그동안 인사팀에서는 회사 전체의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평가시스템도 바꿔 보고 채용 면접도 강화해 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총무팀 김 과장이 작은 아이디어를 하나 냈는데, 실천해 보니 한 달도 채 안 되어 직원들의 태도가 확 달라지는 것 아닌가? 대체 김 과장의 아이디어는 무엇이었을까?

◇해법

딜레마 속 상황은 실제 해충박멸 전문업체 세스코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초기에 세스코는 해충박멸업의 특성상 더럽고 험하다는 인식이 강해 조직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이 상황을 해결한 것은 아주 간단하게도 제복 하나였다. 마치 경찰 제복같이 깔끔하고 전문적인 인상을 주는 블루톤 제복을 맞춰줬더니, 그 옷을 입고 일하는 직원들이 스스로를 해충 박멸 전문가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말투도 행동도 자연스레 전문가답게 달라졌다. 고객을 응대하는 태도도 확연히 개선됐다. 평가·채용 등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행동 방식을 바꾸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던 변화가 제복 하나로 쉽게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아주 작은 환경의 변화만으로도 사람들의 행동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카이저 사우스’ 병원에서는 한 해에 250번 정도 발생하는 간호사들의 투약(投藥) 실수로 인해 의료 사고가 빈번했다. 의료 사고는 확률상 1000분의 1 수준으로 발생했지만, 이는 환자의 생명이 걸린 심각한 문제였다.

투약 실수가 발생하는 원인을 살펴보니, 업무 중 간호사들의 집중력이 문제였다. 투약하고 있을 때 의사나 수간호사가 지나가면서 말을 걸거나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까딱 잘못하는 사이에 간호사의 집중력이 흩어져 실수가 일어나는 것이었다.

해결책으로 카이저 사우스 병원은 간호사들의 업무 환경에 변화를 주었다. 투약을 할 때마다 간호사복 위에 눈에 잘 띄는 노란색 조끼를 의무적으로 입힌 것이다. 조끼에는 “나 지금 투약 중이니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그 결과 조끼를 입고 있는 간호사에게는 업무 지시를 하지 않았고, 결국 반 년 만에 투약 실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00년대 초반,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는 무분별한 사세(社勢) 확장과 패스트푸드에 대한 여론의 비난 등으로 경영 실적이 쭉 떨어져 큰 위기를 겪었다. CEO인 레이 크록은 임원들에게 자리에만 앉아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발로 뛰며 현장을 들여다보고 아이디어도 얻고 오라고 닦달했다. 하지만 임원들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지시만 내리고 있었다. 고민 끝에 맥도날드가 내놓은 해결책은 의자 교체였다. 그동안 임원들이 써왔던 푹신한 의자 대신 등받이가 없어 한 시간 이상 앉기 힘든 불편한 의자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놀랍게도 의자를 바꾼 후 임원들은 스스로 현장에 나가 사람도 만나고 정보도 얻게 됐다. 그 결과 런치세트 등 수많은 개선 아이디어가 나왔고, 실적 부진 문제도 곧 해결됐다.

사람들은 인간의 의지가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자. 대신 변화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자. 이것이야말로 조직의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하는 쉽고 빠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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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속도를 높이려면] 임원진부터 동참시키고 일정은 빡빡하게 관리, 실천 현황을 공개하고 변화 물결 빠르게 공유

 

조직 변화를 주도했던 임원들에게 가장 후회되는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한결같이 “변화의 속도를 높였어야 했다”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변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조직 변화관리 전문가인 로버트 마일스 CTR 회장이 짚은 네 가지 포인트를 잊지 말자.

①임원진이 먼저다! 현실을 인지시켜라

보수적인 기업 문화에서는 변화를 주도하려는 시도를 꺼린다. 우선 임원부터 한 명도 빠짐없이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시켜야 한다. 임원들이 인지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변화를 시도해도 이내 예전의 방법대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제3자로부터 현재 기업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의견을 받도록 하자.

②기존 업무 때문에 곤란? 빡빡하게 일정을 관리하라

임원들은 이미 일상 업무에 역량을 최대한 쏟고 있기에 ‘변화’라는 새로운 임무를 이끌어나갈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기존 업무와는 별개로 짧은 기간 동안 빡빡하게 변화 일정을 관리해야 한다. 준비 과정부터 업무 프로세스를 갖추고 미팅과 사전작업을 짧은 시간에 끝내도록 한다.

③업무 성과를 눈에 보이게 하라

성공한 일에는 누구나 이름을 올리고 싶어하지만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일에서는 빠지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대개는 변화를 주도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계획이 자꾸 미뤄진다. 품질혁신운동인 6시그마, 임직원들의 업무 계획과 실천 현황을 공개하는 비주얼플래닝 등을 통해 성과를 보이게 하라. 이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 업무인지 우선순위를 매겨 전사적으로 공유하면 더 효과적이다.

④느릿느릿하면 효과 없다! 전사에 빠르게 공유하라

윗선에서는 변화를 시도하더라도 조직 전체에 그 생각이 바로 퍼져 나가지 못한다면 직원들이 변화에 동참할 수 있을까? 변화에 대한 기업의 방향이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빠르게 생각을 공유해 조직 전체에 변화의 물결이 퍼지게 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빠른 공유가 직원들의 변화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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