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상대가 3000달러 달라는데 1만달러 준다면 형편없는 협상인가

[최철규의 소통 리더십] 상대가 3000달러 달라는데 1만달러 준다면 형편없는 협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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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쥐어짜는 협상이 성공한 협상은 아니다 그냥 이긴 협상이다
성공한 협상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충족시키는 것 말하자면 신뢰나 평판…
당장의 경제적 이익 위한 이기는 협상보다 성공한 협상이 고수의 길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성공한 협상’이란 무엇일까? 여기 두 가지 협상 사례가 있다. 아래의 협상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1. 1930년대 초, 미국 연구기관의 원장과 유럽에서 활동 중인 학자가 만났다. 학자를 미국으로 스카우트하기 위해서다. 원장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연봉은 얼마 드리면 될까요?” 학자가 말한다. “3000달러면 충분합니다. 이보다 생활비가 적게 든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면….” 잠시 고민에 빠진 원장이 제안한다. “연봉 1만달러를 드리겠습니다!” 학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2. 승자와 패자가 만났다. 종전협상을 위해서다. 패장이 입을 연다. “어떤 요구를 수용하면 되겠소?” 패장의 머릿속엔 전쟁 포로, 전쟁 배상금, 전범 처리 이런 단어들이 그득하다. 승자가 말한다. “요구사항은 단 하나입니다.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시오. 먼 길이니 타고 있던 말도 그냥 가져가시오. 귀향하는 데 필요한 식량은 우리가 어떻게든 준비해 보겠소” 패장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떤가? 3000달러를 요구한 학자에게 1만달러를 주겠다는 원장. 패장에게 터무니없이 관대한 협상조건을 내건 장군. 이들은 형편없는 협상가인가? 아니다. 이들은 분명 ‘최고의 협상’을 했다. 왜일까?

앞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되짚어보자. 연봉 3000달러를 요구한 학자는 다름 아닌 아인슈타인이다. 연구밖에 몰라 세상 물정에 어둡던 그는 미국 교수의 평균 몸값(7000달러)을 몰랐다. 그냥 자신이 유럽에서 받던 연봉(3000달러)을 소박하게 요구한 것. 이에 대해 프린스턴대의 플렉스너 원장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최고 대우(1만달러)를 약속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객관적 몸값을 알게 된다. ‘1년간 7000달러를 아끼느니 천재 아인슈타인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 낫다’는 게 플렉스너의 판단이었다. 이후 아인슈타인은 프린스턴에서 기념비적인 연구성과를 만들어낸다. 그러자 하버드·예일 등 유수의 대학들은 아인슈타인을 ‘모시고’ 싶어 안달이 난다. 1만달러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평생 프린스턴 대학을 위해 봉직한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준 프린스턴 대학에 죽을 때까지 의리를 지킨 셈이다.

일러스트=정인성기자 1008is@chosun.com

두 번째 사례는 남북전쟁 종전협상 장면이다. 북군 총사령관인 그랜트 장군은 남군 총사령관, 패장인 리 장군에게 허무할 정도로 관대한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분명 막대한 전쟁보상금, 관련자 처벌 등과 같은 까다로운 요구를 했더라도 패장인 리 장군이 이를 거절키는 어려웠을 것이다. 협상이 ‘허무하게’ 타결되고 리 장군이 항복문서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북군 진영에서는 큰 잔치가 벌어진다. 병사들은 연병장에 모여 함성을 질렀고, 포병들은 대포를 쏘아댔다. 이 광경을 본 그랜트는 화난 표정을 지으며 단호히 명령한다. “적에게 승리했을 때 하는 어떤 행사도 당장 중단하라. 반란군은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의 적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형제다.” 왜 그랬을까? 분명 그랜트도 사람인 이상, 지난 5년간 부하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남군을 철저히 응징하고픈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국가적 통합’이 ‘패자에 대한 복수’보다 더 큰 가치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랜트를 포함한 북군의 리더들이 ‘통합’보다 ‘응징’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판단했다면? ‘피의 복수’가 이어졌을 것이고 아마도 오늘날 미국은 북부 USA, 남부 USA로 찢겨 망국적인 지역감정 싸움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기업 임원들을 상대로 협상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스스로 뛰어난 협상가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특히 구매 담당이 그렇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면 답은 대게 비슷하다. 상대의 요구(position)를 최소로 받아들이고 내 요구를 최대한 관철시켰다는 것. 한마디로 적게 주고 많이 받았다는 얘기다.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협상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식으로 상대를 ‘쥐어짜는’ 협상은 성공한 협상이 아니다. 그냥 ‘이긴’ 협상이다. 경제적 이익이라는 가치를 순간적으로 극대화했을지 몰라도, 협력업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신뢰’, 우리 기업에 대한 ‘평판’이라는 가치는 모두 내동댕이친 셈이다. 물론 찰나의 경제적 이익이 신뢰나 평판이라는 가치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생각해 볼 문제다. 기업 간 거래라는 게 과연 한 번에 그치고 말 이벤트인지, 아니면 계속 지속될 인연이지.

성공한 협상이란 요구 사항을 최대한 얻어내는 협상이 아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충족시키는 협상이다. 또 이를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협상이다.

그랜트 장군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국가 통합’이라는 가치, 프렉스너가 중시했던 ‘천재과학자의 충성심’이라는 가치를 충족시키는 게 진짜 협상이다. 이를 통해 그랜트는 그가 꿈꿨던 ‘위대한 미국’, 프렉스너는 그가 소망했던 ‘세계 최고 싱크탱크’라는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있는가? ‘나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까’부터 고민하라. 가치에 집중할 때 협상의 질은 높아진다. ‘이기는 협상’보다는 ‘성공한 협상’이 고수(高手)의 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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