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길의책] 왜 감정적 행동은 협상의 걸림돌인가

한 포털사이트의 서비스 운영자의 자리에 아르바이트 학생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한 사람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 중견 인터넷 회사에서 과장으로 재직중이다. 그의 삶이 이렇게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담당 업무는 단순반복적인 일이었다. 다른 이들은 길어야 3개월 정도 하고는 학교로 돌아갔다. 지루해서 더 하기 싫은 일이지만 이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일에서 재미를 찾고 일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를 확장시켜 나가고 대외적으로 관련한 사람들과도 관계 폭을 넓혔다. 같은 일을 놓고도 그의 의지는 달랐다.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개발자와의 협력으로 인간관계를 넓히고, 인터넷 서비스 구조에서 이용자 경로를 살피며 개선안까지 제안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상사에게 예의있게 행동했다. 그는 계약직 사원으로 전환됐으며, 입사 후 2년여 시간이 지난 후 정사원이 됐다. 남자라면 고민하게 될 군대 문제까지 연구소 배치로 해결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정사원으로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를 해서 들어올 때 다른 길을 택했지만 결국 넓은 경험으로 앞서서 업무를 처리해 나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에게는 목표가 있었다. 경쟁을 뚫고 입사하는데는 학생 신분의 위치가 약점이 될 수 있었지만, 그것을 기회로 만들었다. 우선 낮은 형태의 입사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를 착실히 밟아나갔다. 자신의 업무를 관리하는 팀장을 비롯해 일을 하는데 협력이 필요한 사람들의 신임을 얻어나갔다.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경쟁이 심한 곳을 피하고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5년 후 그는 오히려 한 발 더 앞서 자신의 경력을 인정받고 다른 회사로 옮겨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인사권자나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직원들이나 후임을 바라볼 때 일을 대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능력에 따라 점점 더 다른 일을 부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부분이 그 단계에서 하잖은 일에 집중하지 않고 일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더 강하다. 남과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는 다른 요소를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이같은 생각과 일에 대한 태도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을 사귀어야 하며, 일의 흐름을 파악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노트북을 구입한 지 1년여가 넘어 AS센터를 찾았다. 배터리팩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지만 바로 찾지를 못했다. 제대로 충전을 다 했음에도 30~40여분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담당자는 보증기간부터 체크를 했다. 출고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그런 경우에는 무상으로 100% 교환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8만원이 넘는 제품을 구입, 교환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제품 출고시 문제를 이야기하고, 무상교환을 받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얻지 못했다. 10여분간의 대기시간이 끝난 후 만나 엔지니어와의 이야기 속에서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엔지니어는 나의 잘못으로 돌렸다. 제품 품질보증 기간 경과를 들어 소비자의 실수로 몰아 제대로 반박하거나 요구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화내지 않고도 원하는 것 얻는 방법

얼마 전 한 후배가 들려준 이야기 하나. 구입한 지 얼마 안 되는 스마트폰에 문제가 생겨 AS센터를 찾았다. 엔지니어가 살펴보며 그 문제를 소비자의 이용상의 실수로 몰아가자, ‘최고책임자가 누구냐’고 불러오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방문객들이 돌아보고 하자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을 해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를 알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은 것이다. 수리를 해서 쓸 수 있었지만 언제 다시 같은 결함이 날 수 있기 때문에 그 회사가 추구하는 최고의 품질을 걸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최고의 기술,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 회사의 제품이 이렇게 고장이 나서 되는가를 놓고 따진 것이다. 여기서 그는 ‘표준’을 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표준은 거래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협상 도구다.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협상은 가격과 정책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에서 표준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표준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알면 협상이 쉬워진다. 그리고 여기에는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표준에 맞게 상황을 재설정하는 일도 포함된다.”

현재 그는 회사에서 대외 계약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업무성격상 그러한 시장상황과 업무절차로 인하여 얻은 노하우인지 모르지만 그는 나름의 전략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같은 전략을 적용해보지도 못하고 돌아선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왜 그같은 표준과 예외의 규정은 없는지 조차 묻지 못했는가를 생각했다.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읽어라

이 책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얻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다양한 형태로 생활을 한다. 사회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생활하며 상대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그것을 토대로 일을 해나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원치 않는 상황을 맞기도 하고, 상대와 다투기도 하며 좋지 않은 감정으로 일상생활을 해나간다. 반대로 원하는대로 원만하게 일을 해결하고 활력이 넘치는 생활을 펼쳐나가는 사람들도 그 만큼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앞에서 이야기한 사례처럼, 목표를 두고 접근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만들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이러한 것의 어려움을 느끼고 피하고 만다. 그게 더 쉽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무엇이 나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양한 협상의 기술들이 이 책에서 소개된다. 와튼스쿨에서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주고받은 다양한 대화의 내용들이 사례로 소개되고 있으며, 이 책의 저자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가 경험한 일들이 협상의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사회생활에서 뿐 아니라 가정에서 자녀와의 관계를 협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소개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가장의 권한으로 강압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그것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의 교환을 권한다.

“아이와의 협상에 필요한 도구는 존중, 경청, 역할 전환, 명확한 의사 소통, 목표 지향, 감정 배제 등이 있다. 적절한 협상 도구를 통해 어른의 행동을 바꾸듯, 아이의 행동 등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아이와 협상할 때도 점진적인 접근이 최선이다. 또한 아이와의 협상에서는 교환할 대상이 훨씬 많다는 장점도 있다.”

모든 일에 감정적로 대하는 것은 일을 더 망치게 하고 풀리지 않는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화를 내서는 오히려 일을 안되게 할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리부터 지른다. 화가나면 오히려 자신의 감정조절도 되지 않을뿐더러 상대에게 좋지 않은 감정만 심어주게 될 뿐이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면 되는 일이다. 감정적으로 대하면 말을 듣지 않는다.

저자는 ‘나에게 집중하는 감정은 협상에 방해가 되지만 상대에게 집중하는 공감’은 협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을 하는데, 이 말은 이 책안에서 소개하는 다른 내용들 속에 들어 있는 기본 기조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은 처음 회사 입사할 때 아르바이트로 입사를 했지만 입사 당시 1개월 후 계약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사를 했는데, 담당팀장이 퇴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위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다. 주변 상황과 자신의 위치를 놓고 무엇을 먼저, 누구에게 요구해야 하는지를 파악한 것이다. 대부분 별개로 생각하고 신경을 쓰지 않는데 자신의 처우 해결을 요구하고 퇴사에 앞서 해결할 수 있도록 요청,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만약 팀장 퇴사 후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풀기 쉽지 않았을 문제다.

일은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이루어진다. 계약은 협상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 만큼 줄 수 있는 것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대가 내게서 느끼는 매력이 있을 때 나를 찾게 되는 것이며, 그 기업을 원하는 것이다. 다양한 협상의 도구들이 있지만 실재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활용하지 못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에 자신이 쓸 수 있는 도구들이 무엇인지를 목록 형태로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음식점에서 단순히 서비스를 추가로 더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고객을 더 끌어올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 이들에게 홍보를 해주겠다고 해보면서 원하는 것을 요구해봐라. 상황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상대의 위치, 상황을 잘 파악한다면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얻어내고,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간 실패한 일들 혹은 얻지 못한 일들을 돌아보면 얼마나 잘 알고 접근을 했는가를 살펴봐라. 이 책이 그같은 경험의 문제를 짚어줄 수 있을 것이다.

2년 전, 분양광고 의뢰를 받아 작업을 진행했는데 분양 대행사가 문을 닫고 철수를 했다. 당시 계약을 주관하고 담당했던 책임자가 남아 있어, 내용증명을 보내고 미수금된 제작금액을 재촉했지만 달리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돌이켜보면 일의 순서를 제대로 밟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다만 지금 이 금액을 원만하게 받아내는 길은 무엇인가, 이 책을 읽어보며 생각을 해 본다. 화를 내거나, 빨리 달라고 재촉해서는 더 오히려 피하려 들 것이라는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순이익으로 따져서는 손해가 크지만, 이것으로 인해 받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생각한다면 마음 쉽게 접지도 못하고 있다. 내가 받아야 할 것을 어떻게 받아낼 수 있을까. 받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보상을 명시하지도 않았으며, 중간 단계에서 보호책을 마련하지도 않았다.

특정한 표현, 프레이밍의 핵심

바로 이 책 안에서는 이 부분을 이야기한다. 신뢰에 관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직장 내에서도 자신의 위치나 역할에 따라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기획안이 통과되지 않을 때 이를 원만하게 정리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한다. 일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놓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누구의 것은 빨리 처리하는데 누구의 것은 더디기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크고작은 일들에는 협상이라는 과정이 있다. 근무시간을 바꾸거나 휴가기간을 바꿀 때도 발휘된다.

단어 자체의 의미가 크지만 우리는 늘 일상에서 이러한 일들과 만난다. 내가 하고자 하는 부분을 원만하게 처리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만드는 힘은 협상력에서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파악하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며, 두 번째는 주변의 상황들, 즉 표준이나 서비스 약관 등 기준이 되는 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예외조항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어야 한다.

“표준을 활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프레이밍이다. 여기서 프레이밍이란 상대에게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 즉 표준을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뜻한다. 이때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특정한 표현으로 말하는 것이 프레이밍의 핵심이다.”

자신이 상대와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 규정안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이 그간 경험한 일들을 놓고 비교해 볼 수 있는 상황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미처 느끼지 못했던 상황들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대처하면 득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제안들과 경험들을 내놓고 있는데 결국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원하는 것과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라고 먼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을 잃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얻는 실리적인 방법을 더 찾아보자. 그것이 인생을 즐겁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간관계 속에서 그 관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절묘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보고, 절대 상대를 화내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B.O

Related Posts

Comment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5 + 11 =

Stay Connected

spot_img

Recent Stories